아이쿱, 조합원에 빌린 1000억원 '상환 불투명' 의혹 제기
아이쿱, 조합원에 빌린 1000억원 '상환 불투명' 의혹 제기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19.05.28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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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쿱바로세우기모임, 금감원에 진정서 제출
기자회견 개최..."조합원들 차입금 흘러간 아이쿱
관계사들 적자경영 '돌려막기'로 연명...떼일 수도"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연매출 5000억원을 상회하는 국내 1위 생활소비자협동조합인 아이쿱생협(이사장 박인자)이 1000억원대 불법 자금을 모집한 혐의로 금감원 조사를 받을 전망이다.

이병훈 노무사(노무법인 참터)와 아이쿱생협 조합원 50명은 지난 24일 아이쿱생협의 1000억원 차입금에 대한 유사수신행위와 은행법.협동조합법 위반에 대한 판단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했다.

아이쿱바로세우기 조합원모임은 24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이쿱생협의 1000억원대 유사수신 행위에 대한 판단을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아이쿱바로세우기 조합원모임은 24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이쿱생협의 1000억원대 유사수신 행위에 대한 판단을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날 진정서를 제출한 아이쿱생협 조합원(아이쿱 바로세우기 평조합원 모임, 바로모임)측에 따르면 아이쿱생협이 2012년부터 조합원들에게 시중금리보다 높은 6% 내외 이자율을 제시하며 모집한 차입금은 1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차입금은 아이쿱생협 관계사인 주식회사로 흘러들어갔다. 금융업을 허가받지 않은 아이쿱생협이 유사수신행위를 한 정황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유사수신행위란 은행법, 저축은행법 등에 의해 인.허가를 받지 않거나 등록.신고 등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불특정 다수인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행위를 말한다.

일단 현행법상 아이쿱소비자생활협동조합연합회가 회원인 단위생협으로부터 대여금을 차입하는 것은 법 위반이 아니다.

그러나 바로모임은 "주식회사가 필요한 돈을 아이쿱이 회원들에게 이자를 주고 빌려 모은 행위가 유사수신행위에 해당돼 현행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이 자금을 받은 주식회사들의 경영상태가 적자여서 조합원들이 돈을 떼일 위기에 있다는 것이다. 더우기 그런 사실을 조합원들 당사자가 몰라 피해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그간 아이쿱생협은 구례자연드림파크, 괴산자연드림파크 건설 등으로 더 많은 차입금을 모았고, 이 차입금은 아이쿱생협 관계사들끼리 '돌려막기' 수준으로 얽혀 있어 정상적인 변제가 힘들 것이라는 게 바로모임의 주장이다.

이같은 불법자금 조성 의혹은 2015년 한 매체를 통해 보도됐었다. 그러나 아이쿱생협의 격렬한 소송과 항의시위로 오히려 일반 조합원들이 차입금 모집을 합법적인 행위로 인식해 더 많은 차입금이 모집되는 결과를 낳은 것으로 전해졌다.

바로모임 관계자는 "아이쿱생협의 사업 규모는 20년 동안 말할 수 없이 커졌고 조직의 분화도 복잡해 조합원들이 파악하기 어려울 지경"이라며 "조합원이 조합의 일을 모르고 있고 마땅히 질문할 곳도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아이쿱생협 경영의 난맥상이 드러나는 여러 징후를 포착했는데, 평조합원에게 제공되는 연차보고서엔 장밋빛 미래만 적혀 있어 현재 생협의 재정 및 경영 상태를 정확히 알아야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수천만원씩 조합원들에게서 모은 차입금이 아이쿱생협이 아닌 관계사에 흘러들어가고 있다는 것에 많은 의구심이 들었다는 것이다.

같은 의심을 품게 된 조합원들은 아이쿱의 핵심 관계자에게 여러 경로를 통해 질의했으나 정확한 답변을 듣지 못해 금감원 진정을 하기에 이르렀다고 덧붙였다.

바로모임은 "위험고지를 제대로 받지 못한 조합원들의 피해가 우려되니 차입금 관련한 적법성 판단을 금융감독원이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아이쿱생협 관계자는 "진정서에 거론된 자회사·관계사는 모두 생협의 제품 생산과 관련된 회사"라며 "문제를 제기하는 내용은 유사수신행위와 전혀 본질이 다른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이걸 유사수신이라고 하면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얘기"라며 "과거에 제기된 논란의 무분별한 반복으로 소비자, 생산자 간 협력과 상생의 노력, 협동조합 자조, 자립을 위한 노력의 결과가 훼손되는 일이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