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벼값의 역설…'쌀값 폭락'에 대비할 때
[데스크칼럼] 벼값의 역설…'쌀값 폭락'에 대비할 때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19.05.28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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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업신문=유은영 부국장) 농협RPC운영 조합장들이 국회에 자동시장격리제의 법제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황주홍 농해수위원장과 협의회 양측은 오는 6월 이에 대한 공동토론회도 연다.

자동시장격리제가 쌀값 안정을 위한 사후적 수급조절대책이란 점과, 농협이 이 제도의 도입에 대한 공감대 형성을 위해 토론회까지 여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을 보면, 쌀값 하락이 턱 밑으로 예고된 느낌이다.

아니나 다를까. 지역농협이 가진 쌀 재고량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만톤이나 많다고 한다. 수확기 전에 재고를 어느 정도 치워야 올해 신곡을 또 들여놓을 수 있다. 오는 단경기에 쌀값이 폭락하는 역계절 진폭은 피할 수 없는 수순이다.

이는 전혀 새로울 게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농협이 수확기마다 표방해 온 농가출하 희망물량의 전량 매입 원칙을 제외하더라도 올해 3.13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 표심을 겨냥한 조합장들이 벼를 특히 많이 샀다. 조합장 선거가 끝난 직후부터 홍수출하로 쌀값이 폭락할 것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았다.

더 심각한 것은 시세를 웃도는 높은 가격에 산 벼값이 더 올랐다는 거다. 매입가격에 보관비 등을 합쳐 팔려고 내놓으니 사가질 않는다는 것. 작년 수확기 농협 평균 매입가는 6만5000원(40kg, 조곡)이었다. 업계에선 쌀값 폭락을 우려한 농협이 벼값은 그대로 두고 재고를 빼기 위해 대형 할인마트 등에 도정 쌀을 싸게 납품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려온다. 따라서 쌀값은 전보다 2~3000원이 빠졌는데 벼값은 오히려 쌀값보다 높은 역설적인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

농협에서 벼를 사가는 민간RPC들도 사정이 좋지는 않다. 비싸게 벼를 사서 쌀로 낮춰 팔면 손실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민간RPC에선 본인들이 보유한 산물벼 2만4000톤의 인수도를 정부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5월 25일자 산지쌀값은 19만940원(80kg 정곡)으로 15일자(19만1104원)보다 164원이 빠졌다. 아직 하락폭이 미미하지만 더 이상 버티지 못한 농협이 '물량 방출'을 시작하는 날엔 폭락은 시간문제다.

자동시장격리제 도입에 희망을 걸어보지만 ‘논 타작물 재배’ 참여도를 보면 가능성이 희박하다. 지난 27일까지 모아진 2만6400ha는 결과적으로 실패한 작년 같은 기간 신청면적(3만2000ha)보다 더 적다. 사후적 쌀 수급대책 마련을 요구하려면 지금이라도 사전적 수급대책인 생산조정제에 참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