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작물재배 성공-②‘물 관리’ 기술 여기에
타작물재배 성공-②‘물 관리’ 기술 여기에
  • 이도현 기자 dhlee@newsfarm.co.kr
  • 승인 2019.05.28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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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작물 위한 논토양 배수관리 이렇게”
기존 보다 가격 절반 ‘암거배수 기술’
‘논 지하수위 자동제어시스템’ 선봬

지난 2017년 쌀 수급불균형이 심화되면서 쌀값이 역대 최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에 정부는 2018~2019년 논에 쌀 이외 작목 생산을 유도하는 생산조정제로 타작물재배 지원 사업을 추진했다. 
지난해 5만ha를 목표로 추진됐던 타작물재배는 3만7000ha에 그쳤다. 올해는 상황이 더욱 좋지 못하다. 쌀값은 올랐고 타작물재배를 선택한 농가에서는 재배기술과 판로 등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정된 몇 품목에서는 성공적인 전환을 이뤘다는 소식도 속속 전해진다. 이에 본지에서는 타작물재배 품종과 기술 등을 소개해 타작물재배 농가의 선택과 지속성을 도와본다. 

 

글싣는 순서

기획-타작물재배 성공

①국산 품종이 ‘인기’    
②‘물 관리’ 기술 여기에    
③생산단지-가공을 잇다    
④논타작물 성공 이렇게    

 

(한국농업신문=이도현 기자)논 타작물 재배는 결국 논에 밭작물을 재배하는 것이다. 논과 밭의 가장 큰 차이는 토양 환경이다. 이에 적합한 내성을 가진 품종을 선택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가장 확실한 해답은 논 토양을 밭과 유사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논 토양은 모내기를 위해 물을 가두기에 물빠짐이 토양보다는 원활하지 못하다. 

정기열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남부작물부 생산기술개발과 연구관은 “일반적으로 논은 벼를 재배하기 위해 물을 담기 쉬운 구조적 특성을 갖고 있어 배수개선시설이 완비되지 못한 논에 밭작물을 재배할 때 토양과습에 의한 산소결핍으로 습해를 받게 되고 수량감소 및 생육장애를 초래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이에 농진청에서는 논에서 밭작물을 안정적으로 재배하기 위한 생산기반 확충 차원에서 개발한 땅을 파지 않고 배수관을 설치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저비용의 암거배수 기술’과 논의 기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물빼기와 물대기를 조절할 수 있는 ‘논 지하수위 자동제어시스템’이 바로 그것이다.

별도 굴착 없는 배수 기술…생산성↑

지금까지의 암거배수(수면이 보이지 않도록 매설) 기술은 굴삭기로 땅을 파고, 암거관을 매설한 후 되매우기를 하는 굴착식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이 방식은 시공 후 토양이 교란돼 비옥도가 불균일해지고 시공 노동력과 투자비용이 많이 드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이번에 개발된 트랙터 부착형 무굴착 암거배수 기술은 트랙터에 암거관 매설기를 장착해 주행과 동시에 유공 암거관 매설이 가능하다. 또 물빠짐이 용이하도록 암거관 주위에 뿌리는 소수재인 왕겨 충전도 가능하다.

정기열 농진청 국립식량과학원 남부작물부 생산기술개발과 연구관은 “이 기술을 적용해 논에 콩을 재배 한 결과, 지하 배수량이 69.8mm/d로 기존 굴착식 암거배수 방식의 63.3㎜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식량원은 논 콩 주산단지 김제와 밀양지역의 영농현장에 실증시험을 수행했다. 그 결과 무암거에 비해 콩 수량이 약 27% 늘어났으며, 습해피해를 줄여 논에서 재배하는 밭작물의 안정적인 생산이 가능했다. 

‘논 지하수위 제어시스템’ 개발

농진청이 개발한 ‘지하수위 제어시스템’은 앞서 무굴착 방식으로 매설한 유공관을 서로 연결해 급수·배수를 관리하는 수위 제어기 등을 설치해 땅 속으로 배수 또는 급수해 지하수위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기술이다. 

지금까지 개발된 지하수위 조절방법은 암거관 끝부분에 설치한 수문(水門)을 개폐하는 것뿐이다. 수문을 열어 암거관을 묻은 깊이까지 지하수위를 낮추고, 수문을 닫아 논 표면까지 지하수위를 올릴 수 있을 뿐, 임의의 높이로 지하수위를 조절하는 것이 불가능한 단점을 가졌다.

이 기술은 논의 기능을 유지하면서 탁월한 배수기능과 지하로부터의 관수기능을 겸비한다는 장점을 가진다. 장마나 가뭄이 지속되면 암거관을 통한 관‧배수로 작물 재배에 최적인 지하수위로 자동 제어할 수 있다.

논 지하수위 제어시스템의 설치하면 무엇보다도 장마와 가뭄의 피해를 동시에 줄일 수 있고 논 재배 밭작물의 안정생산을 도모할 수 있다. 

 

 

배수관리 어려움 극복…밭작물 생산성↑
무굴착 암거배수…기존 비용 절반 수준
지하수위 자동제어 시스템…130만원 

‘무굴착 암거배수 기술’과 ‘논 지하수위 자동제어 시스템’을 도입한 실증농가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도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비용 절감 측면에서 ‘무굴착 암거배수 기술’은 기존의 절반에 불과한 비용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논 지하수위 자동제어 시스템’은 130만원으로 비교적 낮은 금액으로 설치가 가능하다. 

정기열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남부작물부 생산기술개발과 연구관은 “지난해 당진시에서 배수가 불량한 논에 무굴착 암거배수 기반 조성한 후에 논 콩을 재배해 생산성을 비교 했다”며 “그 결과 무암거(297kg/10a)에 비해 무굴착 암거배수(416kg/10a)로 40% 이상 수량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또 “논 지하수위 자동제어 시스템 설치비용은 약 130만원으로 비교적 저렴해 기존 무굴착 암거배수관을 설치한 후 추가로 용‧배수 박스와 수위제어기만 설치하면 된다”며 “이 기술을 적용해 실증시험을 수행한 결과 무암거에 비해 콩 수량(2016~2017년 평균)이 약 26% 늘어났다”고 덧붙였다. 

정기열 연구관은 “이 기술은 영농현장에서 손쉽고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저비용 생산기반 기술로서 기후변화나 자연재해에 따른 영농현장의 배수관리에 대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고, 논 재배 밭작물의 생산성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개발된 무굴착 암거배수 기술은 농촌진흥청 신기술 시범사업으로 2018년 당진시와 군위군 등 4개 시군에 각 지구당 2ha 규모로 농가에 보급했다”며 “2019년에 7개 시군으로 확대해 기술보급을 추진하고 있다. 또 개발된 기술은 영농현장실증 평가와 신기술 시범사업을 거친 후 정책사업에 반영하여 농가에 보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타작물 이품종 어떤가요]

다이어트 효과 국산 땅콩 ‘케이올’
심혈관개선 등 기능성 함량 높아
산패에 강해 품질 유지기간 길어

밭작물용 땅콩으로 심혈관개선 등 건강기능성이 높은 신품종 ‘케이올’이 추천됐다. 

‘케이올’ 땅콩은 기름의 지방산 중 올레산 함량이 82.9%로서 기존 품종에서 가장 높은 품종인 ‘대광’(59.9%)에 비해 23%p나 더 높고 올리브기름(75~79%) 보다도 4%p 높다. 혈중 올레산 함량이 높으면 우리 몸에 유리한 고밀도 콜레스트롤(HDL) 함량을 높이고 심근경색을 감소하는 등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는 기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케이올’은 ‘대광’ 품종보다 산가가 9배나 적었다. 결국 산가가 낮다는 것은 산패에 강하다는 의미다. 땅콩을 볶았을 때 진공포장을 하지 않아도 품질을 유지할 수 있어 아몬드(올레산 70%) 등 다른 견과류와의 경쟁에서 유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또 올레산 함량이 높은 기름은 인위적인 산화안정성 향상을 목적으로 가공처리(수소첨가)를 하지 않아도 돼 처리 부산물로 생기는 유해한 ‘트랜지 지방’의 염려로 부터 해방될 수 있다. 

농진청 실험 결과 비만을 유도한 쥐에 일반 땅콩, ‘케이올’ 땅콩, ‘케이올’ 땅콩기름, 대조군으로 나눠 4주 동안 먹였다. 그 결과, 땅콩을 먹인 쥐의 혈중 LDL-콜레스테롤은 대조구에 비해 34% 줄고, HDL-콜레스테롤은 26% 높아졌다.

혈중 지질 개선은 오메가-9(올레산) 지방산 비율이 83%인 농진청 개발 품종 ‘케이올’을 먹었을 때 효과가 뛰어났다. 대조구 대비 체중도 평균 10% 줄어 비만 예방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케이올’ 땅콩은 가지수가 적고, 줄기 길이가 45cm 정도로 키가 작고, 꼬투리 맺힘이 많은 특성을 가진다. 땅콩 수량은 10a당 434kg으로 대비품종 ‘대광’과 비슷한 수준이며, 껍질이 얇고 알맹이가 충실하며 알 크기는 중․대립(100알무게 74g)종으로 특화단지 재배에 알맞은 특성을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