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이 돈 놀이? 아이쿱생협 금감원 진정
협동조합이 돈 놀이? 아이쿱생협 금감원 진정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19.05.30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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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모임, 유사수신행위.은행법 위반 의혹 제기
아이쿱, 협동지기상조회, 파머스쿱 등 진정 신청
4~6% 이자율로 쿱스토어 등 관계사에 대출
관계사에 빌려준 돈은 조합원들 차입금
"관계사 경영상태 어려워"...조합원 피해우려 진정 이르러

사회적경제 붐 타고 협동조합 우후죽순

정부.지자체 세금 투여 육성 지원

우리 사회 '순기능 역할' 점검 필요한 시점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아이쿱생활소비자협동조합 조합원으로 이뤄진 '아이쿱바로세우기모임(바로모임)'은 지난 24일 금융감독원에 아이쿱의 유사수신행위 여부에 대한 판단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바로모임이 제기한 의혹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조합원 차입금 1000억원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유사수신행위, 두번 째는 아이쿱 협동지기상조회의 은행법 위반, 그리고 사회적협동조합인 파머스쿱의 협동조합기본법 위반에 대한 것이다.

바로모임 회원 50여명은 아이쿱이 지난 2012년부터 조합원들에게 연 6%의 이자를 제시하며 모집한 1000억원대 차입금이 아이쿱 관계사인 주식회사로 흘러들어간 정황을 확인하고 이에 대한 판단을 금감원에 요청했다.

바로모임이 제기한 의혹의 근거를 차례로 살펴본다. 다만, 기사는 바로모임측이 공개한 자료를 토대로 작성했음을 밝혀둔다.

 

◆조합원에게서 빌린 돈, 관계사에 어떻게 얼마나 흘러갔나

바로모임은 아이쿱이 조합원들에게서 빌린 차입금이 아이쿱생협이 아닌 아이쿱생협이 지분을 갖고 있는 주식회사에 흘러들어갔다고 주장했다.

현행법은 인.허가 또는 등록.신고 등을 않고 불특정 다수인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것(유사수신행위)을 금지하고 있다. 때문에 아이쿱이 여수신행위에 대한 인허가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조합원들에게서 차입금을 모집해 왔으니 법률 위반에 해당된다는 지적이다.

바로모임에 따르면 아이쿱생협이 모집한 차입금은 구례자연드림파크 관리회사인 (주)오가닉클러스터로 흘러들어갔다. 이에 따라 오가닉클러스터가 아이쿱생협에 지급해야 할 이자 액수만 2012년 3억2800만원, 2013년 6억2900만원, 2014년 13억6300만원, 2015년 10억5800만원, 2016년 12억2200만원, 2017년 17억8300만원, 2018년엔 18억8400만원에 이른다.

문제는 오가닉클러스터의 경영상태가 좋지 않다는 거다. 오가닉클러스터는 2012년 5억3800만원의 순이익을 봤지만 이듬해인 2013년엔 12억6600만원의 순손실을 냈다. 이어 2014년 25억4300만원, 2015년엔 33억6000만원, 2016년 41억4900만원 등 매해 순손실 액수가 10억원씩 불어나다가 지난해는 34억7800만원의 순이익을 발생시켰다.

그러나 당시 건물을 42억4200만원에 매각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2018년에도 순손실이 발생했다고 봐야 한다는 게 바로모임 주장이다.

더 큰 문제는 이처럼 경영상태가 좋지 않은 주식회사에 차입금을 집행했다는 사실을 조합원에게 충분히 고지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바로모임은 조합원들이 아이쿱이라는 조합을 믿고 돈을 빌려줬을 텐데 경영상태가 좋지 않은 관계사에 돈이 들어가 떼일 수도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어 나중에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질 것을 우려했다.

아이쿱생협은 2014년 친환경유기식품 클러스터인 구례자연드림파크 설계와 설립을 담당했고 이후 2016년 말 파머스쿱으로 지분을 넘겼다.

이밖에도 (주)농업법인 쿱도우에 연 5.5%의 이자로 단기차입금 12억128만3000원을, 연 6~6.9%의 이자로 장기차입금 68억5043만1000원을 차입, (주)농업법인 쿱스토어에 연 5.5%의 이자로 단기차입금 46억8005만7000원을, 연 5.59%의 이자로 장기차입금 50억3374만7000원을 차입, 농업회사법인 주식회사 아이쿱농산에 연 5.5%의 이자로 단기차입금 2억2780만원을, 연 6~6.9%의 이자로 장기차입금 5900만원을 차입, 농업회사법인 (주)쿱양곡에 연 5.5%의 이자로 단기차입금 126억6023만9000원을, 연 6~6.5%의 이자로 장기차입금 70억6510만원을 차입, 농업회사법인 (주)쿱청과에 5.5%의 이자로 단기차입금 48억5284만2000원을, 연 6~6.9%의 이자로 장기차입금 6억8684만6000원을 차입하도록 하는 등 관계사에 조합원들에게서 빌린 돈이 수억에서 수십억원씩 흘러 들어갔다.

바로모임은 "관계사들이 조합원의 차입금을 변제하지 못할 경우 이로 인한 금융질서의 파괴는 불보듯 뻔할 것이며 조합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호소했다.

 

아이쿱생협이 2012년부터 2018년까지 관계사인 주식회사에 빌려준 금액과 이자율.[바로모임 제공]
아이쿱생협이 2012년부터 2018년까지 관계사인 주식회사에 빌려준 금액과 이자율.[바로모임 제공]

 

◆협동지기상조회, 돈 빌려주며 수십억 이자 수입

협동지기상조회의 은행법 위반 혐의와 이자 수취 의혹도 제기됐다.

협동지기상조회는 아이쿱소비자협동조합연합회에 소속된 조합의 조합원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상호부조를 위한 조직이다.

바로모임은 협동지기상조회가 아이쿱소비자협동조합연합회 소속 조합과 조합의 조합원 등을 상대로 자금을 모집해 아이쿱 관계회사의 주식을 취득하거나 장단기 차입금을 빌려주는 방법으로 허가받지 않은 불법 금융업을 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르면 협동지기상조회는 2016년 12월 오가닉클러스터의 주식을 아이쿱협동조합연합회로부터 사들였고, 생협 관계사인 농업법인 쿱도우에 연 4.4%의 이자를 지급받기로 하고 15억3000만원을 대출해 줬다. 또 2017년에 쿱스토어에 같은 이자율로 6억원을 빌려주며 연간 수십억원의 이자 수입을 취득했다.

바로모임의 이같은 주장이 사실로 확인되면 상호부조를 목적으로 만든 상조회가 대부업을 하며 '돈 놀이'를 했다는 빈축을 면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협동조합 '파머스쿱'도 '금융업' 의혹

파머스쿱은 협동조합기본법에 의해 설립된 사회적협동조합으로서 아이쿱생협 생산자들의 모임이다. 파머스쿱 역시 아이쿱 관계회사에 이자를 지급받는 조건으로 돈을 빌려주며 실제 금융업을 영위하고 있다는 혐의로 바로모임측 피진정인 명단에 올랐다.

이에 따르면 파머스쿱은 2017년 주식회사 오가닉클러스터에게 4.6%의 이자를 지급받기로 하고 3억원을 빌려줬으며, 2018년에도 6.0~6.9%의 이자를 받는 조건으로 7억5000만원을 대출해 줬다.

같은 해 농업법인 쿱도우에 연 4.4%의 이자율로 15억8000만원, 농업법인 쿱스토어에도 같은 이자율로 19억원을 빌려줬다.

바로모임은 "파머스쿱은 아이쿱 관계회사에 이자를 받는 조건으로 대출하고 있어 실제 금융업을 행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는 협동조합법을 명백히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협동조합이란 재화 또는 용역의 구매.생산.판매.제공 등을 협동으로 영위함으로써 조합원의 권익 향상과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사업조직을 말한다. 통계법 제22조 제1항에 통계청장이 고시하는 한국표준산업분류에 의한 금융 및 보험업을 영위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요컨대, 아이쿱생협과 아이쿱생협으로 인해 파생된 조직(파머스쿱, 협동지기상조회)들 모두 아이쿱 관계사에 이자를 받고 돈을 빌려주는 금융업을 영위했고, 여기에 쓰인 돈이 아이쿱생협 조합원들에게서 거둬들인 차입금이라는 것이 바로모임측 주장의 핵심이다.

인.허가, 등록.신고 등을 하지 않은 채 불특정 다수인으로부터 자금을 모집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현행 법률에 비춰 이 세 조직이 은행법, 협동조합기본법 등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바로모임은 "이 세 조직이 조합원들로부터 모집한 돈을 빌려준 아이쿱 관계사들의 재정상태가 좋지 않아 조합원들이 돈을 떼이는 등 큰 피해를 입을 수 있어 금감원 진정을 신청하기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바로모임은 아이쿱생협 홈페이지 온라인 상담을 통해 조합원들이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것인지 질의했으나 정확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협동조합의 조합원들로부터의 차입이 합법적인지에 대한 여부와 위험성 등을 공식적인 기관에서 판단을 받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바로모임 관계자는 "사회적경제 붐을 타고 협동조합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는데, 과연 이 협동조합들 모두 우리 사회에 순기능을 하고 있는 것인지, 우리 사회가 세금을 투여해 가면서 지원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한번쯤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