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쌀 등 의무자조금 설치비용은 누가 부담해야 하나?
[전문가칼럼]쌀 등 의무자조금 설치비용은 누가 부담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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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6.07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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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철 자조금 연구센터 연구실장

쌀은 물론이고 양파, 마늘, 배추 등의 가격하락과 함께 품목별로 의무자조금을 조속히 설치하고 수급조절사업 등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누가 나서서 비용을 부담하고 실무절차를 진행해야 하는가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서 의무자조금과 수급조절사업 등이 필요하다는 농업인들의 목소리는 공염불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밖에 없다.

우선, 수익자 비용부담의 원칙에 따라서 자조금사업의 수혜를 얻게 되는 수익자가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수익자는 해당 품목 경작자뿐만이 아니라 농협과 유통업자, 가공업자는 물론이고 수입업자까지도 해당되므로 불특정 다수이다.

그리고 그 수혜의 정도를 객관적으로 측정하고 그 비용을 부담할 것인지를 문의하는 절차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될 수밖에 없으므로 사실상 어떤 개별경영체도 이러한 절차를 진행할 수 없다.

그럼, 이러한 문제를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해결할까?

국제연합(UN)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세계 여러 나라 정부는 정책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의무자조금을 설치하고 운영하도록 하고 있으며, 그 주요한 목적은 1) 일정가격 이하로 소비자 가격 유지, 2) 일정가격 이상의 생산자 가격 유지, 3) 생산자 거래교섭력 제고, 4) 가격 유지에 의한 생산 및 수요 증가, 5) 계절별, 연도별 가격진폭 완화, 6) 수출 증대와 외화 획득 등이라고 한다.

즉, 의무자조금을 설치하고 운영하도록 하는 것은 농업정책, 특히 그 중에서도 유통정책의 일환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의무자조금 설치절차를 시작할 때부터 개별사업을 추진하는 것 이르기까지 단계별로 하나하나 법에 따라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므로 정부의 의지와 역할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아무리 정부가 의무자조금을 설치하고 사업을 추진하도록 하려해도 해당품목 생산자들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한 발도 나아갈 수 없다. 그래서 의무자조금은 민관 공동프로그램이라고 한다.

결국, 의무자조금 설치비용은 정부와 생산자들이 공동으로 부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전체 생산자가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일부 농업인이 전체 생산자가 부담해야 할 비용을 전부 부담하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일반적으로는 해당품목을 일정 규모 이상 취급하는 주산지 농협이나 농업인조직으로 협의체를 구성하고 해당 조직을 중심으로 필요한 재원을 마련한다. 이렇게 조성된 자부담에 정부의 지원금을 더해 의무자조금 설치절차 등을 진행한다. 즉, 주산지 농협이나 농업인조직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며, 품목산업의 명운이 이들 주요 조직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먼저 의무자조금 설치비용 등을 부담하는 주산지 농협이나 농업인조직에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다. 따라서 주산지 농협이나 농업인조직이 의무자조금단체의 위탁사업조직으로서 이후에 조성되는 의무자조금 사업비 중 주산지 농업인을 위해 사용되어야 하는 예산을 배정받고 집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렇게 되면, 해당지역 농업인은 물론이고 농협이나 농업인조직, 정부도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방법으로 쌀을 포함하여 많은 품목에서 의무자조금이 만들어지기를 두 손 모아 간절히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