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지역농협, 벼 방출 시간문제...쌀값 폭락 코앞
[쌀값] 지역농협, 벼 방출 시간문제...쌀값 폭락 코앞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19.06.09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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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RPC농협 재고 전년보다 20만톤 많아
손실 안 보려고 벼값 안 낮추는 상황
쌀값이 벼값보다 낮은 기현상 초래

포대당 1개월 드는 보관비용 300원

40kg조곡 6만7천원 받아야 본전

수확기 농협보다 2500원 낮게 벼 산 민간RPC

비싸게 사서 쌀로 싸게 팔 수 없어

 

이제 남은 일은 비RPC ‘물량방출’

비RPC, 보관시설 적고 정해진 판매처 없어

올해 이른 추석…신·구곡 교체시기도 빨라

“농협이 시세보다 높게 사는 것이 1차 원인”

[자료=KREI 농업관측본부]
[자료=KREI 농업관측본부]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단경기 쌀값이 하락하는 역계절진폭이 기정사실화한 가운데 지역농협들이 쌀값의 낙폭을 좌우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3일 “비RPC농협들이 언제까지나 벼를 갖고 있지는 못한다”며 “흘러나오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내다봤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에 따르면 4월말 산지유통업체 재고량은 전년 동기 대비 34%(19만6000톤) 증가한 77만5000톤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농협 재고는 69만2000톤으로 전년 대비 42.7%(20만7000톤) 증가한 반면, 민간RPC(미곡종합처리장)는 전년보다 10.7%(1만톤) 적은 상황이다. 즉, 농협 재고는 전년보다 20만톤이 많고 민간RPC는 1만톤이 적다는 얘기다.

산지쌀값은 작년 12월부터 미미한 낙폭으로 하락해 왔다. 19만8000원(80kg) 정점에서 최근까지 19만1000원대를 유지하다 5월 25일 19만940원으로 떨어졌다. 하락세로 돌아서긴 했지만 그나마 19만원대로 쌀값을 지지한 것은 원료곡을 대는 비RPC농협들이 벼를 적게 내놨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지금까지는 지역농협들(비RPC농협)이 약간 손해보고 벼를 파는 것을 당연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쌀값이 계속 올랐던 작년에 벼를 갖고 있으면 있을수록 돈을 번 지역농협들이 올해도 또 오를 것을 기대해서 여전히 벼값을 낮추지 않고 있다. 때문에 시장에선 벼값이 조곡 40kg에 6만2~3000원으로 쌀값보다 높은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의 원인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업계에선 벼를 팔려는 사람이 적기 때문이라고 본다. 엄밀하게는 손해를 보고 팔려는 지역농협이 적기 때문이라고 해석해야 옳다. 일단 현재 벼값이 조금 올랐어도 작년 수확기 매입한 평균 가격 6만5000원(40kg 조곡)보다는 낮은 상황이다.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40kg 조곡 한 포대를 한 달 보관하는 데 드는 비용은 300원 정도. 6만5000원에 사서 약 5개월 후 6만2000원에 팔았다고 가정할 경우 농협은 포대 당 4500원의 손실을 본다. 따라서 손실을 보지 않으려면 6만7000원은 받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 벼를 쌀로 도정해 파는 RPC들은 재고가 많지 않은데다 쌀끼리 경쟁하다보니 쌀값이 약보합세로 횡보를 지속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분석도 있다. 지역농협들이 민간RPC에는 원료곡 값을 낮추지 않으면서 대형마트나 대형 유통업체에 도정한 쌀을 싸게 팔아 벼값이 쌀값보다 높은 역설적인 현상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실제 농협들이 마트에 쌀을 낮춰 파는 것을 목격했다”며 “덤으로 몇 포대를 더 주는 방법으로 재고를 빼고 있다”고 귀띔했다.

농협에서 벼를 사는 민간RPC들도 상황이 녹록치는 않다. 수확기에 농협보다 평균 2500원 낮게 산 벼를 농협의 희망 가격인 6만7000원을 주고 사 더 낮은 가격에 쌀로 팔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계속 협의를 해 보지만 좀처럼 타협을 볼 수 없다는 얘기가 종종 들려온다. 현재 전년보다 재고량이 많은 비RPC농협은 294군데. 농협중앙회 조사결과 아직까지는 가격을 크게 낮출 의향이 없는 눈치다. 재고가 없는 민간RPC 업계는 정부에 산물벼 인수도를 요청했다. 제시 가격은 포대당 6만원으로 현재 벼값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민간RPC들의 어려움이 드러난다.

업계 관계자는 “민간RPC와 비RPC농협 간에 시장에서 누가 손해를 볼 것인지 힘겨루기 하는 상황”이라고 풀이했다. 항상 농협이 손해보고 민간이 더 싸게 사서 쌀값을 좀더 받았는데 올해는 농협이 버티니 민간이 황당해 하는 것이라는 설명.

이 관계자는 “농협 재고는 확실히 많고 민간 재고는 다 떨어졌으니까 농협들이 버티는 상황”이라면서도 “어찌됐든 이제 내보낼 일만 남았다”며 물량방출은 시간문제라고 내다봤다.

벼를 보관할 사일로도 없고 정해진 판매처도 없는 비RPC농협들이 신곡 수확기가 다가오는 상황에서 구곡을 언제까지 갖고 있을 수만은 없다. 신곡을 채우기 위해 구곡을 몰아 내 버리는 ‘투매’ 현상까지 우려된다. 이에 따라 단경기 쌀값이 떨어지는 역계절진폭은 피할 수 없는 수순이다.

게다가 농촌경제연구원은 2018년산 소진 시기를 10월 상·중순으로 관측했다. 금년엔 추석이 일러 조생종 수확도 예년보다 앞당겨진다. 신·구곡 교체시기가 예년보다 빨라지는 것으로 구곡을 빨리 털어버리려는 지역농협들의 향방에 따라 단경기 쌀값 낙폭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낙폭이 커져 역계절 진폭이 심화할 경우 올해 수확기 농가들의 소득 감소는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한 관계자는 “타작물재배에 소극적인 농가들의 태도와 다수확 품종 선호 행태도 쌀값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무엇보다 농협이 시장가격보다 비싸게 매입하는 데 1차적인 문제가 있다. 농협 판매가 부진해 재고 과다→영업손실→격리요구→정부 개입→쌀값 상승의 상황이 반복돼 왔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