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에 심을 게 없다
겨울철에 심을 게 없다
  • 연승우 기자 dust8863@newsfarm.co.kr
  • 승인 2019.06.19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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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업신문= 연승우 기자) 2019년산 햇양파 가격이 폭락하면서 정부와 농협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양파 도매가격은 ㎏당 455원으로 평년보다 40.7%, 1년 전보다 37.8% 하락했다.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17일 직접 전남 함평 양파 수확현장을 방문해 산지 수급 상황을 점검한 뒤 가격 안정을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양파가격의 폭락 원인 첫 번째는 생산 과잉이다. 재배면적은 작년보다 줄었지만, 지난겨울 기상여건이 좋아 양파 생산량이 늘었다. 두 번째는 시장 불안이다. 양파가 대풍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향후 시세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시장 불안 심리가 작용하면서 포전거래가 줄고 있다.

매년 양파와 마늘은 가격의 폭락과 폭등을 반복하는 작목이다. 이는 겨울철 작목인 양파와 마늘이 가진 특성이 원인이다. 우리나라 국민은 남부지역에서 재배한 양파를 가지고 1년 동안 소비한다. 전남과 경남 등 남부지역에서 겨울철에만 재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농가들은 우리나라 국민의 1년 소비량을 재배해야 하는데 그 양을 가늠하기 어렵다. 여기에 UR 이후 양파의 의무수입량이 더해져 공급과잉을 부추기고 있다. 남부지역에서 모두 양파나 마늘을 심으니 수확 시기도 비슷해 홍수출하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대체작물이 없다는 점이다. 겨울철 한반도 남부지역에서 재배할 수 있는 건 밀과 보리, 마늘, 양파 등이 전부다. 마늘을 심지 않으면 양파를 심어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여기에 양파품종은 단일품종만 재배하기 때문에 소비에도 한계가 있다.

이런 상황은 보리도 마찬가지다. 올해 보리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늘어났지만, 판로가 없어 농가들이 애를 먹고 있다.

대체작목이 없으면 심지 않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소득이 작아서 농가들이 겨울철에 이모작을 하게 된다. 농가의 기본소득을 보장한다면 적은 평수의 재배 농가들은 굳이 힘들여가며 양파나 보리를 심지 않아도 된다. 또 다수확이나 저장성이 긴 양파보다는 다양한 맛을 가진 양파의 품종을 재배할 수 있어 분산효과도 유발할 수 있다.

겨울철에 심을 게 없다는 말은 겨울에 먹고 살길이 막막하다는 뜻이다. 공급과잉으로 농산물을 폐기하고 처리하는 비용보다 농가들의 기본소득을 보장하는 것이 예산상으로도 적게 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