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C 벼 매입자금 배정 ‘중복평가’ 논란
RPC 벼 매입자금 배정 ‘중복평가’ 논란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19.06.21 17: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확기 매입량·계약재배 실적…같은 항목 별도로 또 평가
논 타작물 재배·쌀 산업발전계획 등 지자체 실적도 점수로
'기여도 평가' 하나만도 평가지표 47가지, 1년 내내 준비
국가 쌀 산업 발전 노력 유도 목적…개인사업자에 공익에 기여하라니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미곡종합처리장(RPC)에 대한 벼 매입자금 배정 방식을 두고 업계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해마다 수확기에 농가 벼를 사라고 알피시들에게 농협에서 대출받을 금액을 배정해 준다.

경기지역 미곡종합처리장(RPC) 공장에 공공비축벼 톤백 포대가 쌓여 있다.
경기지역 미곡종합처리장(RPC) 공장에 공공비축벼 톤백 자루가 쌓여 있다.

기존까지는 벼 매입자금을 결정하는 방식이 업체별 ‘경영평가’ 결과를 가지고 A등급부터 E등급으로 나눠 등급마다 0.5%씩 금리 차이를 뒀었다. 그런데 2017년부터 경영평가 이름을 ‘쌀 산업 기여도 평가’로 바꾸고 평가항목도 47가지로 세분화했다.

기본항목 25가지에다 거기에 부수적으로 달린 항목이 22개다. 평가지표가 많다보니 준비해야 할 서류도 많아 알피시마다 전담 직원을 두어 1년 내내 준비해야 한다는 원성이 자자하다.

업계 관계자는 “농가로부터 벼를 사들여 농가소득 보전에 기여하라고 알피시를 만든 건데, 47가지를 평가해 점수를 매기는 것은 알피시 운영목적과 관계없는 불필요한 행정낭비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이젠 예전처럼 경영평가(기여도평가) 결과만을 가지고 벼 매입자금을 배정하지 않는다. 기여도평가 외에 ▲논 타작물 재배, ▲수확기 매입량, ▲계약재배 실적, ▲쌀 산업발전 5개년 종합계획 등 별도의 7가지 항목을 두어 또 다시 점수를 매긴다.

그러다 보니 기여도평가에서 A등급을 받은 업체도 다른 항목에서 실적이 안 좋으면 기존과 달리 이자를 물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물론 반대로 등급이 낮은 업체들의 금리 부담을 줄여주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하지만 예전 경영평가만을 가지고 매입자금을 배정했을 때 A등급에 무이자 혜택을 줬던 것은 쌀 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을 인정한 측면도 있었다는 점에서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이런 방식은 평가한 항목을 또 평가하는 ‘중복평가’이기 때문에 업체들은 불편을 호소한다. 수확기 벼 매입량, 계약재배 실적은 기여도평가에서 이미 점수를 매긴 것들이다. 게다가 7가지 항목에는 알피시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것들도 다수 포함돼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논 타작물 재배실적과 쌀산업발전 5개년 종합계획 수립은 해당 알피시가 위치한 지자체의 실적을 보는 것이다. 즉, 실적이 좋은 지자체에서 영업하는 알피시는 점수를 높게 받고 그렇지 않은 알피시는 점수를 깎이는 것이다.

무엇보다 논 타작물 재배의 경우엔 알피시들로선 원료가 줄어드는 것이라 사실상 달갑지 않은데 지자체 실적까지 점수에 포함하니 황당하기 그지없다는 분위기다.

계약재배 실적 또한 기여도평가에서 이미 점수를 매긴 것을 또다시 중복 평가한 것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역별로 여건이 달라 계약재배를 적게 할 수밖에 없는 곳도 있다”며 “이런 걸 중복평가하면 현실에 안 맞는다. 기여도평가 결과를 인정해주고 나머지 실적은 가산점을 주는 게 훨씬 효과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바뀐 벼 매입자금 배정 방식이 알피시들로 하여금 쌀 산업 발전을 이끌어가게끔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알피시가 나서서 논 타작물 재배에 관내 농가들이 참여하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지자체 기관장을 만나 쌀 산업 발전 계획을 수립하도록 건의하지 않겠냐는 분석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개인사업자인 알피시에게 과도한 짐을 지운다는 지적은 면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알피시의 운영목적은 수확기 벼 매입을 통한 농가소득 보전에 있다”며 “운영목적에만 부합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 쌀 산업 발전에 일조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앞에서 이끄는 것은 공공기관이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