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대섭 ㈜미아토 RPC 대표 “오르막길 있으면 내리막길 있는 법, 일희일비 말아요”
[인터뷰] 이대섭 ㈜미아토 RPC 대표 “오르막길 있으면 내리막길 있는 법, 일희일비 말아요”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19.06.24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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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때부터 이어온 가업, 4대째 승계
벼 재배부터 물류, 판매까지 ‘종합선물세트’
RPC 지정제 도입, 산물벼 도정참여 지원해야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차마 내 손으로 자를 수가 없었어.”

㈜미아토 RPC(미곡종합처리장)는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이어 이대섭 대표가 3대째 물려받았고, 현재는 그의 큰아들이 4대째 승계준비를 하고 있는 전통 깊은 정미소다. 아버지가 운영하던 시절 적자가 나 사업을 접을 뻔한 적도 있었다. 정미업이 내키지 않았던 이 대표에게는 ‘기회’였지만 조부 때부터 하던 걸 차마 자기 손으로 잘라 버릴 수는 없었단다. 그렇게 이 대표는 26살 청년시절부터 지금껏 40여년 세월을 정미업에 몸담게 됐다.

자연히 기량과 노하우가 쌓여 2012년 창립한 (사)한국RPC협회 초대회장을 맡아 협회의 기반을 닦아놓았다. 업계 원로로서 존경받는 그가 들려주는 조언은 이렇다.

“우리 일이라는 게 항상 좋지도 항상 나쁘지도 않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길이 있는 법이지. 내 페이스 유지하면서 딴 데 눈 안 돌리고 가면 큰 문제는 없어요.”

이대섭 (주)미아토 미곡종합처리장 대표
이대섭 (주)미아토 미곡종합처리장 대표

 

-RPC를 그만두려고 하셨다. 그렇게 힘든가.

생산(벼 재배)부터 농가관리, 물류, 판매까지 해야 하니 한 마디로 ‘종합선물세트’다. RPC가 무슨 큰 특혜나 얻는 줄 알던데 이것도 사업이라 한 해 한 해 꾸려가는 게 만만찮다. 지금이라도 인수하겠다는 사람 있으면 후딱 넘기고 싶다. 할아버지 때부터 하던 가업을 내 대에서 접을 수 없어 이어 왔지만 내 아들은 그렇게 안 해도 돼요. 그래서 하기 싫으면 굳이 참지 말라고 얘기하고 있다.

-RPC에게 힘을 주려면 어떡해야 하나.

지금은 벼가 남아 타작물 재배를 권장하는 시대 아닌가? 규제도 시대에 맞게 변화할 필요가 있다. 농업진흥지역에 RPC들이 많은데, 그 지역에서 10년 넘게 사업을 해 왔다면 한시적으로 용도변경이 가능하도록 방안을 마련해 줬음 좋겠다. 진흥지역 안에는 국내산 농산물 외에는 보관할 수 없어 정부양곡 보관업도 할 수가 없다.

-정부양곡 산물벼 도정 참여도 그런 맥락에서 주장하는 건가.

정부양곡 도정공장에만 정부양곡 가공을 맡기는 것은 폐단이 있다고 본다. 해방 이전서부터 그래왔으니 70년이다. 세상이 변하고 정권이 수차례 바뀌었는데도 변함없이 ‘수의계약’을 고수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RPC가 수매한 산물벼는 RPC가 가공하게끔 해 주는 것이 운송비 등 국가예산 절감이나 RPC 경영수지 면에서나 여러모로 이득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정부양곡 가공을 입찰제로 전환해야 한다. 정부양곡 가공은 정부양곡 도정공장에서만 하라고 법으로 정해 놓은 것도 아니지 않은가. 어리숙한 논리 통하는 세상이 아니다.

-바뀌지 않는 이유는.

정부양곡의 품질관리면에서 아무데나 맡길 수 없다고 정부는 얘길 하는데…. 사실 정부양곡 도정공장이 아무리 시설이 좋다고 해도 RPC는 못 따라온다. 군, 관에 나가는 쌀이라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면 오히려 RPC쪽이 믿을 수 있지 않나? 2012년 한국RPC협회 초대회장으로 부임하면서부터 했던 얘기다. 그리고 'RPC 지정제'를 하루빨리 도입해 일반 임도정공장과 RPC 간에 어느 정도 차별화를 시켜 줬으면 한다. 

-업계에 당부 말씀.

‘일희일비’하지 말라고 얘기하고 싶다. 일이라는 게 항상 좋지도, 항상 나쁘지도 않지 않은가. 묵묵히 소신껏 밀고 가다 보면 안정적으로 굴러가게 된다. 단, 딴 짓만 안 하면 말이다.

 

[탐방] ㈜미아토 미곡종합처리장

농가와 100% 계약재배…지역사회와 ‘상생’

기름진 평택평야서 밥맛 좋은 신선 쌀 생산

4차례 이물질 제거 시스템, 소비자 신뢰 얻어

미아토 RPC 전경.
미아토 RPC 전경.

경기도 평택시 진위면에 위치한 미곡종합처리장 미아토는 기름진 평택 평야에서 자라 밥맛이 뛰어난 쌀을 엄격한 자동화설비 공정을 거쳐 가공한다.

무엇보다 농민과 7000톤 규모의 계약재배를 진행하며 연간 1만5000톤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춘 곳으로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추구한다. 일찍이 경기도지사 인증(G마크), 우수농산물가공시설(GAP) 인증을 획득해 고품질쌀 유통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4500톤 저장용량의 저온 사일로와 500평 규모의 저온 저장고를 보유해 공공비축 산물벼의 수매-건조-저장 등을 무리없이 일괄처리한다. 가공과정중 총 4번에 걸쳐 이물질을 제거하고 2번 금속을 탐지하는 시스템을 설치해 쌀에 이물질이 혼입될 가능성을 원천차단했다.

최근에는 무세미(씻어나온 쌀) 라인을 증설해 생산, 판매중이다. 풍년쌀, 솔직담백미, 햇살찬미, 자연바람햇살, 별미별곡 등 주로 계약재배로 생산된 미아토의 쌀은 종합병원이나 유수의 급식업체에 대부분 납품하며 씻어나온 쌀 등 몇 가지가 시중 판매되고 있다.

미아토 RPC 공장 안에서 지게차를 이용해 톤백 벼를 원료투입구에 넣으려 옮기고 있다.
미아토 RPC 공장 안에서 지게차를 이용해 톤백 벼를 원료투입구에 넣으려 옮기고 있다.

미아토의 뿌리는 1945년 경기도 시흥군 안양읍에 설립한 삼광 정미소에서 출발한다. 이대섭 대표가 가업을 물려받은 1990년 용인으로 이전하게 된다. 농림축산식품부(당시 농림수산부)로부터 미곡종합처리장으로 지정 받은 건 2003년, 이듬해 현재 이 자리에 신축공장을 준공했다.

어린 시절 추억을 담은 고향이 안양이었다면 평택은 사업가로서 제2의 고향인 셈이다. 계약재배 농가들과 소통하며 지내다 보니 지역의 푸근한 인심이 느껴졌다고. 드넓은 평야에서 그들과 어울리며 생산한 쌀을 지역사회에 유통시키며 자연스레 이익을 분배하는 선순환 구조에 동참했다는 생각에 가끔 뿌듯함도 느낀다.

한국RPC협회 초대회장과 연임까지 6년 동안 협회장으로서 활약해온 그인 만큼 현재 쌀산업 정책에 아쉬움도 토로한다. “일본은 수매와 판매가 분리돼 있어요. 우리나라도 농협이 전적으로 벼 매입을 맡고 민간RPC는 판매만 하면 훨씬 효율적일 거예요. 농협이 장사를 한다는 건 아무래도 좀 모양새가 그렇잖아요. 민간 쪽에 원료공급도 원활해질 거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