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신유통연구원 창립 20주년] 또 다시 도전받는 농산물 ‘유통 개혁’
[농식품신유통연구원 창립 20주년] 또 다시 도전받는 농산물 ‘유통 개혁’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19.07.03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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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신유통연구원 창립 20주년 심포지엄
수급 불안정 해법·유통채널 다양성 연구해야

농안법 파동·WTO·유통시장 개방…연구원 설립 필연

소비 패러다임 계속 변해, 유통시스템 개선 뒤따라야

농식품산업 싱크탱크, 산지유통조직 길잡이 역할 강화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사)농식품신유통연구원(이사장 원철희)은 지난달 28일 서울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창립 20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신유통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주제로 열린 이날 심포지엄에선 토론회와 기념식이 각각 1,2부로 나눠 진행됐다.

‘농식품신유통연구원을 이야기하다’ 주제로 열린 토크콘서트에서 패널들이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농식품신유통연구원을 이야기하다’ 주제로 열린 토크콘서트에서 패널들이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최양부 전 농식품신유통연구원 이사장이 ‘신유통의 역사와 의의’를 주제로 발표했으며 곧이어 농식품신유통연구원을 이야기하는 토론회가 김동환 원장의 사회로 열렸다. 패널로는 강석근 서울청과 상무, 김재호 춘천신북농협 조합장, 박인호 농업회사법인 ㈜자연터 대표, 서명수 전 농협홍삼 감사실장, 우영문 롯데마트 팀장, 이병오 강원대 명예교수, 장문철 ㈜합천유통 대표가 참석했다.

이어 박진도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위원장이 ‘농정개혁,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특강을 진행해 많은 관심을 받았다.

원철희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1998년 작은 시작을 알린 연구원은 20년이 지난 현재, 농식품 유통환경의 변화를 목도하며 우리가 제시한 방향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했다”며 “우리 농업과 농식품 산업을 지키고 키워나가는 싱크탱크로서, 산지유통조직의 길잡이로 역할을 강화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주홍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은 축사에서 “1995년 WTO 체제 출범과 1996년 유통시장 개방 이후 계속되는 농산물.식품 시장의 개방과 농식품 소비 패러다임의 변화로 인해 유통시스템의 끊임없는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며 “시대적 요구에 맞는 혁신을 주도해 향후 20년도 한국 농식품 유통시스템 선진화에 크게 기여해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개호 농식품부 장관은 “최근 주요 농산물의 수급 불안정으로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다시금 대두되고 있다”며 “농식품신유통연구원이 그간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좋은 아이디어와 정책대안을 많이 제시해 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은 “신유통연구원은 농업인 주도 마케팅 확산, 농산물 가격 안정, 농업 부가가치 제고를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며 “그동안의 성과를 바탕으로 300만 농업인이 주역이 되는 유통체계를 확립하고 대한민국 농식품 산업이 함께 성장.발전해나갈 수 있는 방향을 잘 모색해 줄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특히 최양부 전 농식품신유통연구원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농업의 경쟁력은 고객을 붙잡을 수 있는 힘을 가진 고부가가치 농식품의 생산 판매에 있다”며 “농업인들의 생산 판매를 유기적으로 통합하는 신유통 네트워크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신유통 네트워크를 구축하지 못하면 빠르게 늘고 있는 대형할인점, 슈퍼마켓, 편의점, 인터넷 홈쇼핑 등 신유통업체들로 구성된 소비지 시장에서 고립을 자초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농식품신유통연구원을 이야기하다’ 주제로 열린 토크콘서트에선 승승장구했던 대형마트에서 SNS, 해외직구 등 온라인 시장으로 급선회한 유통환경 변화에 대응한 연구를 추진할 것과 다양한 유통채널의 동향에 대해 소비자 대상 정보제공이 필요하다는 등 유통시장 변화 관련한 연구원의 역할을 주문했다.

 

 

 

 

“농민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박진도 농특위원장 특강, ‘농업패싱’ 거론

다원적 기능 극대화로 농업소외 극복해야

박진도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위원장이 특강을 통해 농특위의 핵심과제를 설명하고 있다.
박진도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위원장이 특강을 통해 농특위의 핵심과제를 설명하고 있다.

현 정부의 ‘농업패싱’ 문제가 거론됐다. 박진도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농특위) 위원장은 이날 ‘농정개혁 어떻게 할 것인가’ 특강을 통해 지난 대선 당시 문 대통령 공약을 짚어보며 “농특위 설립 공약은 안 지키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대선 때 여야 후보들 대선토론회를 다섯 번 하는 동안 한번도 농(農)자 얘기 나온 적 없다. 농업농촌이 중요하다고 얘기는 하지만 현실에선 철저히 소외돼온 이유가 뭔지, ‘농업패싱’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이유가 뭔지 이 문제를 풀지 않는 한 농업농촌의 미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박 위원장은 “결국 사람들이 자기의 삶과 행복에 농업농촌이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것이 원인”이라며 “농업농촌 문제를 해결해 가려면 농업 바깥쪽의 지지가 필요한데 무관심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농업이 갖고 있는 다원적 기능과 공익적 가치를 제대로 실현하면 사람들이 자기 삶에 대단히 중요한 것이 농업농촌이란 걸 인식하기 때문에 농업패싱 안 생길 거다”며 “결국 농정의 틀 바꾼다는 것은 생산주의 농정에서 벗어나 농업농촌의 다원적 기능을 극대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농정의 틀을 바꾼다고 할 때 하나는 예산이고 또 하나는 제도”라며 농정 틀 전환 위한 핵심과제 네 가지를 조목조목 짚어갔다.

이에 따르면 첫 번째 과제는 예산이다. 하지만 농업패싱이 지배적인 분위기에서 농업예산이 늘어나기는 어렵다. 결국 기존 예산의 쓰임새를 재조정해 농업농촌 다원적 기능 확대에 쓸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농민들의 반발은 예정돼 있다. 농민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가 농특위의 가장 큰 과제인 이유다. 농민들에게 환경보호 등 교차준수의무를 부과하는 공익형 직불을 농민들이 잘 따를지도 미지수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게 농지 문제다. 자경보다 임차지 면적이 더 많기 때문에 농업 현장에선 직불금 늘려봐야 지주들이 가져가고 임차료만 오른다는 이야기가 종종 나온다. 때문에 임차 농지 문제에 답을 내놓지 않은 상태에서 농정 전환은 사상누각이 될 거라는 지적이다.

마지막으로 미래농업을 누가 짊어질 지가 관건이다. 박 위원장은 “누가 미래농업을 책임질지 주체를 확실히 해야 한다. 우리 미래를 지켜갈 사람 정해야 한다고 하면 농민들이 소수 데리고 농정하겠다는 것 아니냐며 가장 반발할 것”이라며 “방향성과 의지가 분명하지만 곳곳에 놓인 암초를 어떻게 넘어갈 것인지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농특위는 지난해 12월 24일 ‘농특위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제정 공포된 지 약 4개월만인 올해 4월 25일 발족했다. 거버넌스 조직으로 정부 부처간, 민관의 협치를 추진한다.

박 위원장은 “농특위는 농업계 내.외부와의 광범한 소통을 통해 농정의 새 틀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농식품신유통연구원은…

우리 농업은 1994년 농안법 파동을 겪으면서 기존 유통경로의 한계를 체감하고 유통시스템의 개혁을 요구받았다. 1993년 6월 11일 국회는 ‘도매시장에서 중매인은 수탁, 수집매매, 도매행위 등 자기명의로 계산하고 매매하는 일체의 도매행위를 금지하고 중개행위만 하도록 규정’한 농안법(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켜 이듬해 5월 1일 시행에 들어갔다. 개정농안법에 반대해 온 중매인들은 경매참여를 거부하고 농수산물거래 중단과 도매시장이 마비되는 농산물 유통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는데, 이것이 ‘농안법 파동’이다.

이와 함께 1995년 WTO 체제 출범과 유통시장 개방으로 신유통시스템의 요구가 더욱 높아졌다. 농식품 생산의 전문화·규모화, 소비의 고급화와 다양화, 안전성에 대한 요구 증대, 유통시장의 전면개방과 외국 대형소매업체의 국내 진출, 할인점을 중심으로 한 대형소매점의 확산 등에 따른 농식품 유통환경의 변화는 1999년 신유통연구원 설립으로 이어진 배경이 됐다.

연구원은 이후 20년 동안 200여건의 조사연구와 컨설팅 사업 수행, 웹진 ‘e신유통’ 발간, 100차례 이상의 토론회와 심포지엄 등을 통해 우리 농식품의 현안을 진단하고 발전방안을 지속적으로 제안해 왔다. 이밖에 유통전문교육 마케팅리더 과정, 경영·유통최고위과정(서울대 공동) 교육사업을 운영, 1000여명의 인재를 배출하고 마케팅부문 우수 조직을 발굴, 시상하는 농산물마케팅대상 시상식 개최로 우리 농업의 조직화 가치 재발견, 매년 한해 농식품 트렌드를 공유하는 농식품 유통 이슈 발표를 꾸준히 진행해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