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중계-쌀관세화 유예종료 농업정책 토론회
현장중계-쌀관세화 유예종료 농업정책 토론회
  • 이은용 ley@newsfarm.co.kr
  • 승인 2014.06.11 17: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쌀관세화 ‘조건부 찬성’ 對 ‘현상유지 협상해야’
찬성론 “정부대책 먼저 나오면 전면개방 가능”

반대론 “가능한 협상 안하는 것 무책임한 행위”

올해를 마지막으로 지난 20년간 우리나라가 WTO로부터 받아온 쌀관세화 유예 종료가 다가오자 이에 대한 찬반론이 뜨거워지고 있다.

이를 방증하듯 지난 9일 경기도농업기술원 농업과학교육관에서 정부·농민단체·농업인·학계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쌀 관세화 유예 종료에 따른 농업정책 토론회’는 찬반 격론의 장으로 열기가 뜨거웠다.

특히 농민단체 간 의견이 달라 이목이 집중됐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찬성 쪽에서는 더 이상 추가 유예는 불가능하고 만약 유예가 된다고 해도 추가로 MMA물량이 들어오기 때문에 우리의 쌀 산업 기반이 흔들 수 있다며 쌀 시장 전면개방은 하되 정부의 쌀 산업대책이 먼저 나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반대 측에서는 현상유지에 대한 협상도 안 해보고 무작정 쌀 관세화로 가자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으며, 고율관세에 대해서도 견해차를 보였다. 이날 진행된 찬반으로 나뉜 농민단체의 주장과 토론 내용을 정리해 봤다.


◆쌀관세화 찬성

MMA 증량 없이 추가 유예 연장 불가능

쌀 양허제외 약속·쌀 산업대책 선행돼야


가세현 한농연경기도연합회 정책부회장은 MMA 증량 없이 추가로 유예를 연장하는 방안이 가장 좋은 방안이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WTO 농업협정에는 쌀관세화 유예 1차 연장의 근거가 있지만 2004년 재협상 결과에는 추가 연장 근거가 없고 법률적으로도 불가능하다”면서 “특히 유예협상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강대국이 엄청난 대가를 요구할 것이다. 필리핀의 경우도 엄청난 대가를 지불하고 웨이버 협상에 나서고 있는 점에서 쌀관세화로 가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가 부회장은 쌀관세화를 할 경우에는 쌀관세율 및 우리 쌀 산업 경쟁력이 최고 쟁점으로 부각될 것이고 중국과의 FTA이나 TPP 참여로 인해 쌀 관세를 추가 감축하거나 쌀을 보호할 경우 타 품목의 피해가 우려된다. 특히 쌀관세율이나 환율, 국제곡물가, 국내 쌀값이 평생 고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쌀관세화에 따른 농가의 부담과 불안이 매우 커지고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먼저 전반적인 쌀 산업대책이 마련된 후 관세화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FTA 및 TPP 협상에서 쌀 양허제외에 대한 대국민 약속과 농업정책 자금 금리 1%대 인하, 쌀 부정유통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 동계논이모작 직불제 단가 인상, 지속가능한 식량자급률 100% 확보 방안 마련, 쌀 인프라 지원 확대(RPC) 등이 포함된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에 참석한 노재홍 쌀전업농경기도연합회 회장도 “쌀관세화는 세계적인 흐름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 쌀 생산농가는 굉장한 어려움에 처해 있다”면서 “고령화와 쌀 가격하락으로 쌀 생산농가들은 많은 고초를 겪고 있으며, 특히 후계농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그런데 여기에 아직까지 정부의 정책이 없다는 것이 더욱 큰 문제다. 우선 정부의 대책이 무엇인지 확인한 후 관세화에 찬성할 것”이라고 입장을 내놓았다.

노 회장은 또 “정부의 대책에는 반드시 혼합미 부정유통을 막는 대책안 마련과 직불금 인상, 등급표시제도 현실에 맞게 바꿔야 한다”면서 “무엇보다 농기계 부채 대안과 농업정책자금 금리 인하뿐만 아니라 농협에서 5~6%하고 있는 일반금리도 낮추는 방안도 함께 마련해 달라”고 주장했다.

박수진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과 과장은 “일정 기간 동안 WTO 협정상 의무를 면제 받으려면 WTO 회원국 중 3/4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웨이버를 얻기 위해 의무수입물량 증량 등 대가 지불이 불가피하고 일시적인 의무 면제이므로 이 기간이 끝나면 관세화를 해야 하기 때문에 현상유지는 불가능하다”면서 “특히 WTO의 기본 구조는 모든 농산물은 예외 없이 시장개방을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관세화를 하지 않고 MMA를 늘리지 않는 현상유지는 현실적으로 적용되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박 과장은 관세율에 관해서도 “현재 농민들의 불안한 마음을 이해하고 있다. 분명 DDA협상이 타결되면 관세율이 낮아질 수 있는 상황이 올 수 있지만 정부는 쌀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보호할 방침을 세우고 있다”며 “각종 FTA·TPP에서 쌀 추가개방은 별개 사안으로 정부는 그동안 체결한 모든 FTA에서 쌀을 양허 제외했으며, 앞으로도 쌀은 양허제외를 통해 계속 보호한다는 것이 기본방침”이라고 정부의 입장을 말했다.


◆현상유지론

쌀 농업현실 최악…관세화 가면 더 심각해져

‘밑져야 본전’ 형평성 차원서 협상 진행해야


최재관 여주군농민회 교육부장은 쌀 시장 전면개방은 농업과 식량정책의 일대 사변인 큰 문제이기 때문에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 부장은 현재 우리 쌀 농업의 현실은 최악의 상태로 수입쌀 혼합미 문제와 수입산 쌀 안전문제, 국내 쌀 자급기반 붕괴문제 등 어려운 문제들이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쌀관세화 된다면 더욱 큰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면서 반대의 입장을 나타냈다.

최 교육부장은 이런 문제가 안 된 상태에서 쌀관세화를 진행하려는 정부의 행태는 잘못된 것이고 우리의 식량주권을 포기하는 행위라며, 그렇기 때문에 현상유지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UR 농업협정을 보면 선진국에 대해서는 6년의 의무이행 기간, 개도국은 10년의 기간을 부여하고 20조에 그 이후의 개방조치를 위해서는 새로운 협상을 개시하라고 돼 있다”면서 “또 부속서 5의 3항은 특별대우 지속여부 협상을 새로운 협상, 즉 DDA 협상의 일부로 보고 있는데 DDA 협상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관세화로 가는 것은 잘못됐다”고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UR 협상에서 생긴 의무는 DDA가 체결될 때까지이며, 관세화 유예는 우리의 특혜가 아닌 우리의 조건인 것”이라며 “모두가 DDA를 지켜보는 가운데 우리만 추가 개방의 의무를 가진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정부의 협상력을 지적했다.

최 교육부장은 “정부는 계속해서 현상유지 협상이 안 된다고 말만 하지 말고 ‘밑져야 본전’이라는 말처럼 협상을 해야 한다”며 “이렇게 협상을 진행하다가 정말로 안 될 경우에 쌀관세화로 가도 늦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장을 찾은 평택의 한 농민도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쌀관세화 방향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자꾸 정부가 자동관세화로 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하는데 UR 협정문 어디에도 그러한 규정은 없는 걸로 알 고 있다”며 “정부는 현상유지가 안 된다는 주장만 할 것이 아니라 필리핀의 경우처럼 협상에 나서야 한다.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교육부장은 고율관세와 관련해 “정부는 각종 FTA이나 TPP에 가입하더라도 쌀은 무조건 양허제외시킬 것이고 관세에도 영향이 안 미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그것은 정부의 생각일 뿐”이라며 “쌀관세화가 이뤄지면 상대국에서는 쌀이 우리의 약점이라고 판단해 더욱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것이고 관세감축에서 관세 철폐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준봉 한농연 회장도 “관세화 이후 DDA나 TPP 등 여타 통상협정에서 수입쌀에 대한 관세율이 추가로 낮아질 수도 있기 때문에 쌀관세화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성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한 농민도 “정부가 최대한 300~500% 정도 고율관세를 정하겠다는 말을 하고 있지만 우리 농민들은 굉장히 불안하다”면서 “고율관세가 끝까지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해 굉장히 큰 의구심이 든다”고 불안감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