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물벼 인수도…양날의 칼
산물벼 인수도…양날의 칼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19.07.09 16: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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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료곡 부족 vs 쌀값 떨어질라
민간RPC “산물벼 수매 보이콧” 선언

산물벼 수매시 담보.지급보증 '부담'

부가적인 경비비 등 추가비용 들어

RPC에 산물벼 도정 허용 등 검토해야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산물벼 인수도를 놓고 산지유통업체간 갈등이 극으로 치달았다.

경기도 한 RPC 공장에서 지게차로 포장된 쌀을 나르고 있다.
경기도 한 RPC 공장에서 지게차로 포장된 쌀을 나르고 있다.

일단 올해 산물벼 인수도는 전체 수급상황을 고려할 때 정부가 쉽게 용인하지 않을 거라는 데 무게가 쏠린다.

지난 4일 세종 전국RPC연합회에서 열린 정부와 농협, 민간RPC(미곡종합처리장) 등 관계자 회의에서 전한영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과장은 “전체 재고 상황을 봤을 때 수급현황은 부족이 아니라 과잉이라는 판단이다”며 “가격이 안 맞아 거래 안 되는 물량이 존재하는데 (인수도를 하면) 마중물처럼 쌀값 하락 요인이 될 수 있다”며 불가 방침 의사를 시사했다.

이날 회의는 지난달 열린 쌀 수급대책회의에서 12만톤으로 발표된 비농협RPC 재고 물량의 구체적인 수치를 확인하고 인수도 여부를 조율하기 위해 열렸다.

농협이 7월 3일자로 전국 비농협RPC 및 농협RPC의 재고현황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재고 물량 12만톤 중 약 11만톤의 판매계약이 완료됐다. 즉 농협의 잉여물량은 1만톤인 셈이다.

인수도를 원하는 민간RPC 쪽에선 반발했다. 한 관계자는 “의향조사에서 인수도를 원하는 RPC들의 필요 물량이 3만4000톤으로 나타났는데 농협의 잉여물량이 1만톤이면 산물벼 인수도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수도는 해마다 수확기에 RPC가 정부를 대신해 산물 형태로 매입해 보관하고 있는 벼를 RPC에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작년에도 2017년산 공공비축미 8만2000톤을 인수도를 통해 RPC에 판매했었다. 때문에 민간RPC 중에는 한해 사업계획에 인수도 물량을 포함한 경우가 적지 않다.

원료곡이 부족한 민간RPC는 대개 농협RPC로부터 벼를 사들인다. 농협에 재고가 풍부하거나 쌀값을 낮춰야 할 상황이 아니라면 정부가 인수도를 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게다가 쌀값은 올 초부터 계속 하락세를 타는데다 지금처럼 하락폭이 약보합세를 유지하길 바라는 정부의 바람과도 배치된다. 어쨌든 벼가 남는 상황인 농협도 인수도를 반대하고 있다.

민간RPC 내부에서도 찬반이 갈리는 상황. 주로 경상도, 전라도 등 쌀값이 상대적으로 싼 지역에서 인수도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해당 지역 시세로는 농협의 평균 판매가격 6만4~5000원(40kg 조곡, 단일품종)을 지불했을 때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남부권역 RPC들은 인수도 희망가격을 6만~6만1000원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도를 원하는 한 관계자는 “지난번 인수의향조사에서 220개 업체 중 과반수가 찬성하지 않았느냐”며 “조사결과를 따르면 될 일을 왜 업체들끼리 조율하라고 떠넘기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 관계자는 “인수도가 안 되면 올해부터 산물벼 수매를 중단하겠다”며 강경대응 방침을 밝혔다. 산물벼 매입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벼 한 가마 시세의 10%씩 지급 보증서를 끊거나 담보를 제공하는 부담을 져야 한다. 보관료는 지원받지만 부대적인 경비 비용이 들고 지급보증서 발급 내역이 부채로 잡혀 금융기관 대출심사에서 탈락하는 일도 종종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산물벼를 확보해야 그나마 적자가 가려진다. 부담만 되는 산물벼 수매를 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농협 관계자는 “인수 찬성 업체 중 상당수가 원료곡 부족이 아닌 인수도 가격이 시세보다 싸면 사겠다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쌀 목표가격이 불필요할 정도로 쌀값이 지지되길 바라는 정부도 난색을 표해 인수도는 어려울 전망이다. 그러나 민간RPC업자의 관(官) 수급용 산물벼 도정을 허용해 가공임을 받도록 하는 등 수매 부담 완화 방안은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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