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나대환 대원RPC 대표] “쌀 적정생산, 다른 방법도 있어요”
[인터뷰: 나대환 대원RPC 대표] “쌀 적정생산, 다른 방법도 있어요”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19.07.15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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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양파 파동, 타작물 재배 부작용
‘농가 생산 벼 전량 공공비축’ 고민을
RPC 전량수매…농가·유통·소비자 ‘윈윈’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올해 초부터 마늘, 양파 파동으로 농업계가 혼란스럽다. 이들 품목의 주산지인 전남 지역에선 청와대를 찾아 항의시위를 벌일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농민단체는 정부가 쌀 적정생산을 위해 실시중인 논 타작물 재배 지원사업의 부작용으로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고 주장한다.

쌀을 줄이기 위해 논에 밭작물을 심다보니 쌀 대신 밭작물 과잉 현상으로 결국 농민이 피해를 보게 됐다는 것. 쌀 농가들 사이에서는 쌀 전량을 공공비축하면 수급문제가 해결된다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타작물 재배로 농가가 피해를 입으면 산지유통업체인 RPC를 아울러 소비자에게까지 피해가 고스란히 이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 여파에서 농가뿐 아니라 RPC도 자유로울 수 없어요. 특히 RPC는 원료곡 매입할 때도, 판매할 때도 가격결정권이 없기 때문에 경영이 어려운 구조이고요. 생산자, 유통, 소비자, 정부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봐야 해요. 농민단체들이 주장하는 ‘전량 공공비축’에 대해 고민할 때입니다.”

민간RPC는 처음 140개에서 현재 69개로 반토막이 났다. 쌀을 팔려는 업체는 많은데 소비는 줄어 유통업체간 경쟁으로 납품가격이 원가 밑으로 형성되기도 한다. 반면 농가로부터는 임도정, 농협 등과 경쟁 속에 고가로 매입하다보니 제살 깎아먹기식 운영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

나대환 대원RPC 대표는 ‘전량 공공비축’ 제도가 쌀 농가와 산지유통업체, 정부, 그리고 밭작물을 짓는 농가까지 모두 윈윈할 수 있는 해결방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 대표를 통해 농민단체가 주장하는 전량공공비축 제도에 대해 들어봤다.

나대환 대원미곡종합처리장 대표.
나대환 대원미곡종합처리장 대표.

전량 공공비축은 타작물 재배의 대안이라고 보면 되나.

-수 년 동안 문제가 되고 있는 쌀 수급과잉을 해결하는 하나의 방안으로 생각해 볼 만하다는 거다. 물론 정부가 타작물 재배를 시행하고는 있지만, 사실 벼 농가가 밭농사를 짓는다는 것이 힘들고 벌써 마늘, 양파 등 수급 대란이 오는 걸 보면, 업계에서 다른 수급조절 방안을 찾을 시점이 됐다고들 얘기하는 게 이상하지 않다.

쌀 적정생산이 그만큼 힘든 것 같다.

-농민단체들 사이에서 그 해 농가가 생산하는 벼 총 생산량을 전량 공공비축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원래 밭농업을 주로 했던 농가뿐 아니라 타작물 재배사업에 참여했던 농가들도 이런 이야기를 한다. 특히 통계의 부정확성을 얘기하는데, 맞지 않는 숫자를 가지고 농업정책을 바로 펼 수 없다는 논리다.

대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RPC와 DSC, 정부양곡.임도정 공장 등 기준에 부합하는 양곡관련업체 전체가 참여해 농가 희망 수매량을 정부의 쌀 목표가격에 맞춰 전량 수매하고, 정부는 이 물량 가운데 공공비축미 및 애프터 물량을 RPC에서 확보하는 거다. 예를 들어 공공비축미가 30만톤 이라면 위의 참여 업체에서 정부가 확보하는 식이다.

농가 희망 전량을 수매하기 때문에 기상이변과 통일 등 식량파동 상황에 대비할 수 있고, RPC에서 벼를 보관하기 때문에 정부는 예산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 국가의 양곡 정책이 획기적으로 도약하는 거다.

쌀 가격은 정부와 RPC, 소비자,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쌀 판매가협의회에서 정해 투명성을 확보하면 된다. 지역별 원가와 쌀 목표가격, 다음 해로 이월될 물량의 가격 및 손실, 소비자물가를 고려해 판매가를 설정하면 적어도 불만은 없을 듯하다.

군, 관수용은 어떻게 공급하는가.

-공공비축 물량에서 정부가 운용하고 그 외 필요할 때마다 경쟁입찰을 부치면 잡음 생길 것이 없다. 남아서 다음 해로 이월되는 물량은 값이 떨어지는데, 그 차액을 정부가 보존해 주고 매입해 RPC에 계속 보관하면서 필요할 때마다 가공해 사료용으로 쓰거나 수출, 쌀가공식품 등으로 활용하면 된다.

이렇게 했을 때 얻는 효과는.

-일단 정부의 예산절감 효과가 가장 클 것이다. 또 다수확 품종의 수매가격에 차등을 두면 고품질 쌀 생산정책이 이행되는 효과도 있다. 획기적인 미질향상과 농업의 체질변화와 함께 타작물재배로 인한 밭작물 과잉 등 부작용도 줄일 수 있다.

무엇보다 쌀농가는 마음껏 벼농사를 지속해도 되고 올해와 같은 밭작물 파동을 줄이는 한 방편이 될 것이다. 농가와 정부, 소비자 모두 사는 길이다.

 

[탐방] 대원 미곡종합처리장

호주·몽골 점령한 수출통(通)

가장 잘 팔리는 한국쌀 10년 부동의 1위
정기적인 홍보행사로 현지에서 유명기업

대원RPC 공장으로 톤백벼를 실은 트럭 한대가 진입하고 있다.
대원RPC 공장으로 톤백벼를 실은 트럭 한대가 진입하고 있다.[사진=유은영]

충남 서천에 3대를 이어온 정미소가 있다. 농가와의 관계도 끈끈해 매해 1900톤씩 계약재배를 통해 지역경제에도 기여하고 있다. 유명 대형마트를 포함해 국내 유수의 식자재 업체에 쌀을 납품하며 대부분 거래업체가 수 십 년씩 신뢰 속에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신뢰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거래업체들이 매해 수시로 공장시설 점검이며, 위생상태 등을 실사한다.

평가 얘기가 나온 김에 나 대표는 “기여도평가는 단순할수록 좋아요. 벼 매입량만 가지고 매입자금 배정하면 문제가 없죠. 지역마다 시세가 다르고 재배 면적이 다른데, 이것저것 항목이 많아요”라고 제언하기도.

벼를 도정하기 위해 지게차가 톤백을 들어올리고 있다.
벼를 도정하기 위해 지게차가 톤백을 들어올리고 있다.

일제 강점기 할아버지 시절에는 이름도 없었던 방앗간이 기업의 모습을 갖춘 것은 1948년 아버지가 ‘삼신상회’를 시작했을 때다. 아버지 일을 돕다가 1997년 대원RPC를 설립해 지금에 이르기까지 나 대표의 정미업 외길 인생도 반백년이 가까워 온다.

“가업이니까 했죠. 40여년 동안 별 보고 출근하고 달 보고 퇴근하는 고달픈 일을 하고 싶어서 하지는 않았어요.”

나 대표의 앞에는 ‘충남 1호 미국 쌀 수출 기업’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aT 대한민국쌀수출협의회 회장사이기도 하다. 2007년 미국 수출에 이어 2009년 롯데상사와 함께 충남 대표 쌀 서래야의 호수 수출을 계기로 세계 각국에 우리 쌀 수출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2010년 개척한 몽골에선 작년 5월 TV 요리쇼에도 출연했다. 호주에선 10년 동안 가장 잘 팔리는 한국쌀로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매해 수출물량을 늘리고 있다. 미국, 호주, 몽골 등 현지에 정기적으로 쌀 홍보행사를 나가다 보니 알아보는 사람들도 많고 정부 인사들과 관계도 돈독해져 앞으로 우리 쌀 수출 확대에 큰 역할을 할 전망이다. 나 대표는 스페인, 독일, 영국 등에도 쌀 수출을 위한 방문을 멈추지 않고 있다.

대원RPC의 저장능력은 사일로 11기와 창고 8동을 합쳐 총 8584톤. 하절기 최상의 밥맛을 제공하기 위해 신선도를 유지한 벼들이 저온창고에 가득 들어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