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통' 김 전 차관이 장관으로?…갈 곳 잃은 농민들
'불통' 김 전 차관이 장관으로?…갈 곳 잃은 농민들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19.07.16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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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정권 꼬리표에 ‘소통 부재’ 전형적 적폐관료 평가
농민단체·산지유통업체 일제히 반발 “차라리 문 닫자”
누구도 환영하지 않는 농식품부 새 장관... 굳이 올까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사퇴 이후 차기 장관 인사를 두고 업계가 뒤숭숭하다.

김현수 전 농식품부 차관.
김현수 전 농식품부 차관.

15일 정부와 농업계에 따르면 이개호 장관이 총선 출마를 위해 사퇴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 자신도 내년 총선에 출마할 의향을 몇 차례 밝힌 바 있다.

21대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일은 2020년 4월 15일로 불과 10개월여 남았다. 이 장관이 사퇴하는 날짜가 임박해오자 농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오는 19일 국회 임시회가 끝나면 농식품부 장관이 교체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현재 차기 장관으로 거론되는 인물은 김현수 전 농식품부 차관, 이병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박현출 전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사장이다. 이 가운데 김 전 차관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가와 산지유통업체 등 농정 현장에선 김 전 차관의 하마평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이들은 차기 수장으로 거론되는 세 인물 중 김 전 차관 임명에는 결사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12개 농민단체는 지난 10일 청와대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정부시절 차관보로 임명된 적폐관료를 장관에 임명하려는 것은 농민의 기대를 완전히 저버리는 것”이라며 철회를 요구했다.

농민단체들이 김 전 차관을 반대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박 정부의 스마트팜 사업을 더욱 확대한 스마트팜 혁신밸리사업을 밀어붙인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농민들은 스마트팜이 대기업의 농업진출길을 열어주는 것이라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현장과 소통할 줄 모르는 '불통 행정'...장관감 아냐

 

그가 지난 정권의 꼬리표를 달았다는 ‘출신성분’이 반대의 이유가 되지만 장관으로서 농정 추진 ‘역량’에 문제제기를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차관 재임 시절 업무추진 능력을 봤을 때 소위 ‘장관감’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특히 그를 지근거리에서 겪어본 미곡종합처리장(RPC) 등 산지유통업체들 사이에선 김 전 차관이 농식품부로 복귀하는 날이 쌀 유통업 폐업의 날이 될 거라는 이야기가 농담마냥 돌고 있다. 그가 차관 자리에서 보인 비상식적인 규제와 즉흥적인 일처리, 비합리적인 업무추진 방식을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30년 동안 잠잠하던 RPC 업계가 김 차관 재임시절 불과 1~2년새 발칵 뒤집혔었다. RPC 고유의 업무와 관계없는 새 규제가 쏟아지고 목적이 불분명한 제도의 변경이 하룻밤새 생겨나고 실행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런 것들이 예고 없이 진행된다는 점에 업계의 원성이 치솟았다.

한 민간RPC 관계자는 “사소한 법규 하나 바꿀 때에도 최소 몇개월 동안은 유예를 하지 않나. 법규들이 어느날 갑자기 복잡해지고 또 어느날 갑자기 기습하듯이 시행됐다”고 토로했다.

이런 사정은 농협RPC도 다르지 않다. 한 지역농협 관계자는 “어떤 변화에 대해 미리 알려주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어려웠다. ‘내일부터 이렇게 할 거니까 너희들은 따라라’는 식이었다”고 회상했다.

아직 김 전 차관이 흔들어놓은 여파가 남은 상황에서 불과 은퇴한지 몇 달만에 복귀설이 불거지자 업계엔 체념의 분위기마저 감돌고 있다.

한 관계자는 “아무런 목적 없이 농정을 펼치면 우리 농업이 어디로 가겠는가”라며 “현장과 소통하지 않는 적폐관료가 과연 산적한 농업현안을 처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김 전 차관의 장관 임명은 청와대의 결정적인 실책이 될 것”이라고 강하게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