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농민수당, 당사자 간 합의가 먼저다
[데스크칼럼] 농민수당, 당사자 간 합의가 먼저다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19.07.24 14: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업신문=유은영 부국장) 한 지방자치단체가 농민수당 도입을 코앞에 두고 일을 그르칠 위기에 처했다. 지급금액을 놓고 ‘푼돈’ 시비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만난 지자체 관계자는 “맥 빠진다”고 토로했다. 그는 도지사의 농정공약인 농민공익수당 도입을 지난해부터 이끌어온 인물이다.

도에서는 총 10만 농가에 연 600억원을 지급하기로 도내 14개 시·군과 합의를 보고 이달 1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농정 거버넌스인 삼락농정위원회와 도, 시·군이 머리를 맞대고 정책의 틀을 마련했다며 보도자료를 내고 대한민국 대표 민·관 협치 사례라고 홍보했다.

가장 어려운 재원조달에 대한 협의도 끝낸 상태였다. 도가 40%, 시·군이 60%를 내기로 했다. 이제 도의회를 통한 조례제정과 예산을 확보해 2020년부터 본격 시행하는 실무적인 절차만 남겨두었다. 이렇듯 고지가 보이는데, 느닷없이 돈 문제가 튀어나왔다.

한 농민단체가 농가당 연 60만원은 너무 적다며 120만원으로 늘릴 것을 요구한 것. 10만 농가에 지급할 600억원도 겨우 마련한 도로서는 1200억을 마련할 길이 없다고 호소했다. 8도 중 재정자립도가 가장 떨어지는 곳이었지만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인정함으로써 농민의 자긍심을 높여주기 위해 전략적 투자를 했다고 설명했다.

순 도비 투입 사업이 전혀 없는 속에서 600억을 만든다는 것은 전체 사업 중 최고의 사업이라는 의미라고도 했다.

농민단체와 도의 갈등은 입소문으로 번져 나갔고 상황은 나빠졌다. 소상공인, 저소득층은 놔두고 농민만 지원하냐는 목소리가 슬슬 나오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준 직불금도 공익적 가치를 인정해서 준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농민수당 지급을 추진하는 초기부터 가장 조심하고 가장 우려했던 부분이었다.

도 관계자는 과잉투자다, 선심성 포퓰리즘이라는 얘기 나오기 시작하면 다 끝이라고 절망했다. 더 나아가 전국 최초 농민수당을 도입한 광역자치단체라는 타이틀을 놓칠 수도 있다.

지급액수로 불협화음을 빚는 지자체의 사례는 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창군, 부여군도 수당이 적다고 말이 나왔다가 제도도입이 무산된 적이 있다.

농민수당은 농업의 사회적 가치를 보상해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을 만들고 지역화폐로 지급함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좋은 정책이다. 농민에게만 주는 수당인 만큼 사회적 합의가 관건이다. 당연히 특혜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반면 공익적 가치의 보상기준이 돈이라는 점에서 증액을 요구하는 농민단체의 의견도 틀렸다곤 할 수 없다. 걸림돌이라면 해당 지자체의 재정형편일 것이다. 사회적 합의 이전에 당사자 간 협의과정을 촘촘히 거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