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판매 더뎌 산지유통업체들 울상
쌀 판매 더뎌 산지유통업체들 울상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19.07.30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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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신곡 판매 부진…경영난까지 예상
업계 "집에 빨리 들어가...주52시간제 '직격탄'"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산지유통업체들의 쌀 판매가 예년에 비해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원인을 놓고 다양한 추정을 하고 있지만 작년 7월 도입된 주52시간 근무제를 '직격탄'으로 보고 있다.

미곡종합처리장(RPC) 등 산지유통업체들이 상반기 쌀 판매가 부진해 경영난을 우려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쌀 판매점.
미곡종합처리장(RPC) 등 산지유통업체들이 상반기 쌀 판매가 부진해 경영난을 우려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쌀 판매점.

30일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전국 농협RPC(미곡종합처리장)와 비RPC가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판매한 쌀 물량은 51만6000톤으로 전년 동기(59만6000톤) 대비 13.4% 감소했다.

2017년과 비교해서도 21.2%(21만5000톤, 정곡) 줄어든 수치다. 민간RPC들도 쌀 판매가 줄었다고 호소했다.

쌀 판매가 안 된다는 것은 RPC들의 경영난을 예고하는 것으로 업계에선 쌀 판매가 줄어든 원인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 가장 유력하게 꼽는 것은 주52시간제다. 회식이 줄고 일찍 귀가토록 하는 정책이 쌀 소비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앞서 일어나거나 시행된 미투운동, 김영란법과 함께 음식점 폐업을 촉진시켜 쌀 소비가 줄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실제 지난 1년간 30%의 외식업체가 문을 닫는 등 폐업하는 식당이 속출했다. 지난해 외식업계의 폐업률은 23.8%로 전 산업 평균(13.2%)보다 2배가량 높았다.

업계 관계자는 “쌀 소비처가 줄었으니 당연히 판매량도 줄었을 것”이라며 “회식에서보다 집에서 밥을 먹을 때 덜 먹게 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작년 공매의 영향도 큰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정부는 산물벼 인수도와 공매 등을 통해 총22만톤의 정부양곡을 방출했다. 이 중 수확기인 11월 실시한 공매를 통해 시장에 나온 구곡 5만톤이 올해 상반기 내내 소비되면서 신곡 판매를 방해했다.

민간RPC 관계자는 “쌀값이 예년보다 많이 올라 급식업체, 대형 식당 등에서 구곡과 신곡을 섞어 먹었다”며 “그것 때문에 신곡 판매가 상당히 줄었다”고 전했다. 이를 증명하듯 1~3월 판매가 부진하던 조곡(벼)은 4월 이후 빠르게 회복되면서 한달에 13만톤 이상 재고가 줄 정도로 6월까지 지난 부진을 만회했다. 판매가 안 됐던 2018년산이 2017년산이 떨어질 때쯤 돼서야 회복세를 띈 것으로 보인다.

수입쌀도 쌀 판매를 부진하게 만든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수입쌀 중 밥쌀용 쌀을 공매를 통해 시장에 내보낸다. 밥쌀용 쌀은 해마다 수입하는 의무수입물량(TRQ) 가운데 3~4만톤 정도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한동안 폭락했다가 갑자기 평년시세를 회복한 쌀값에 부담을 느낀 양곡업자, 음식점들이 수입쌀을 선호해 상대적으로 신곡 판매가 더뎠을 걸로 풀이된다.

특히 수입쌀 공매는 쌀값 하락을 부추긴다며 농가의 눈총을 받기도 한다. 산지쌀값은 지난달 15일 18만9784원으로 내려앉아 그간 고수하던 19만원대가 붕괴됐다. 25일자에는 18만9244원(80kg)을 기록했다.

이렇듯 다양한 요인이 지목되고 있지만 좀더 단순한 시각도 있다.

임병희 (사)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작년 단경기 15만원대이던 쌀값이 수확기에 18만원대까지 올라갔다”며 “쌀값이 계속 오르니 사람들이 더 오를 것을 대비해 살 때 많은 양을 사서 쟁여뒀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올해는 연초부터 계속 쌀값이 하락하니 나중에 더 떨어질 것으로 생각해 꼭 필요한 양만 적게 샀기 때문에 쌀 판매가 더뎠던 것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