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품목의 문제는 품목생산자단체에서 해결할 수 있어야
[전문가칼럼] 품목의 문제는 품목생산자단체에서 해결할 수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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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8.29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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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철 충남대학교 자조금연구센터 연구실장

과일과 채소 등의 가격하락으로 많은 농업인이 힘들어하고 있다. 앞서서 의무자조금사업을 추진했던 한돈과 한우 등에서도 사육규모가 증가하면서 가격하락 등에 대한 우려와 걱정이 계속되고 있다. 올해만이 아니라 내년에도 이러한 현상이 계속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더 큰 문제라고 할 수 있으며, 계속 농사를 지을 수 있을지도 걱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전적으로 책임을 지고 가격을 보장할 수 있을까? 답답한 마음에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하는 분들도 있지만, 예산의 한계가 있으므로 불특정 다수가 임의로 선택하여 생산한 농산물을 모두 사줄 수도 없고 가격을 보장할 수도 없는 것을 모두가 잘 알고 있다.

만약, 보장한다면, 모든 농업인이 생산 규모를 확대하도록 유도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며, 더 많은 예산을 투자해야 하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다.

선진국에서도 정부가 직접 나서지 못하는 것은 많은 예산이 필요하고 담당 공무원들의 전문성이 부족하며, 정치적으로 쉽게 휘둘리면서 제대로 사업을 추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은 농산물 마케팅법 등에 따라 해당 품목의 경작자로 구성된 자조금단체와 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하고 위원회가 생산과 유통을 자율적으로 규제할 수 있도록 권한과 책임을 부여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는 국회와 같이, 법에 따른 절차대로 구성하며, 법에 따른 권한과 책임을 지고 생산유통에 대한 자율규제제도를 운영할 수 있다. 즉, 해당 품목 경작자 등이 준수해야 하는 의무사항을 정하고 사업을 운영관리하면서 해당 품목의 당면현안을 해결해야 한다.

즉, 정부가 해당 품목의 수급조절 등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품목에서 책임질 수 있도록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다.

지난해 뉴질랜드 키위의 가격이 2005년의 2배나 되고 농가소득이 2005년의 4배나 될 수 있었던 것은 우연한 결과가 아니며, 그 이유가 있다. 우선 가격이 오른다고 경작자들이 무분별하게 경작면적을 늘릴 수 없다.

맛이 없다거나 상품성이 떨어지는 물량의 출하를 통제하면서 맛에 따라 가격을 차등 지급하니 맛있는 키위만 출하된다. 경작자들은 해당 농협과 제스프리에 출하권을 위임하고 전속 출하하여 거래교섭력을 높인다. 이렇게 공급관리체계가 갖추어지니 소비확대를 위한 사업도 제대로 추진할 수 있게 되었다.

결국, 정부 탓만 해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언 발에 오줌 누기식 대책으로도 해결할 수 없다. 개별 농업인은 내려가는 가격을 끌어올리고 싶어도 전국적으로 늘어나는 생산 규모를 줄일 수도 없고 시장에 넘쳐나는 저급품을 없앨 수도 없다.

이제는 농업인들이 해당 품목의 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해당 품목의 국회)를 구성하고 위원회 차원에서 전국단위 찬반투표와 정부 승인 등 절차를 진행하여 모든 경작자가 준수해야 하는 생산유통 자율규제사항을 확정한 후, 그러한 규제제도가 이행될 수 있도록 운영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는 이렇게 할 수 있는 품목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해당 품목의 위원회가 제대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며, 부적정하거나 부당하게 사업을 추진하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것이 본연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주산지 시도와 시군은 물론이고 농협과 농업인단체들도 힘을 하나로 모아야 빠르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2002년 월드컵 때 전 국민이 하나가 되었던 것과 같이, 품목별로 전체 농업인들이 하나가 되어 위기를 극복할 수 있기를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