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전업농전남 순천대회 특집②] 이재갑 전남도연합회장 “올가을 대풍 들어 땀 흘린 대가 받길”
[쌀전업농전남 순천대회 특집②] 이재갑 전남도연합회장 “올가을 대풍 들어 땀 흘린 대가 받길”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19.09.05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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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도 올해도 1만평 콩 심은 ‘타작물 전도사’
20만평 쌀 농사…입소문나 수도권 소비자 직거래
청년농·2030 정책으로 전업농 경영기반 흔들려

창업농.귀농정책 실상은 실업문제 농촌에 떠넘기는 꼴

쌀 공급 넘치자 규모화에서 중소농 정책으로 방향 전환

쌀 자급 위해 정책적 육성 전업농 6만호 이제 와 '등한시'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제15회 쌀전업농전남도 회원대회가 오는 5~6일 순천 팔마체육관 일원에서 ‘쌀전업농이 전남의 미래다’ 주제로 성대하게 펼쳐진다. 이재갑 전남도연합회장은 “이번 대회는 앞으로 더 잘 해보자는 의미로 단결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쌀농사만 20만평을 짓는 이 회장은 농부로서의 현안도 담담히 지적했다. 현재 청년농 우대 정책과 귀농귀촌 정책, 공익형 직불제가 쌀 산업을 기존 규모화 지향에서 중소농 중심으로 바꾸려는 정부 정책이라고 해석했다. 아울러 심각한 실업문제를 농촌으로 떠넘긴 것이라고도 했다.

이 회장은 직불금 예산확대와 대북지원 물량 확대, 농어촌공사의 농업용수 관리권 유지, 물 절약 시스템 연구 등을 제안했다. 끝으로 “쌀값이 어쨌든 농부로서 대풍을 맞아 땀 흘린 대가를 충분히 얻길 바란다”고 말했다.

-제15회 쌀전업농전남도연합회 회원대회를 맞는 소감.

전남은 대한민국 최대 농도인만큼 쌀전업농의 역사도 깊다. 지역 자체가 쌀에 대한 관심이 많아 관련 행사 개최 경험도 많고 단합이 잘 된다. 생태관광도시 순천에서 열리는 이번 회원대회 한마당은 앞으로 더 잘 해보자는 의미에서 회원들이 하나로 단결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6일 열리는 쌀 산업 발전 방안 토론회에선 잘한 일엔 박수치고 못된 것은 개선하는 데 집중할 것이다. 명색이 쌀 농가들 잔치인데 모쪼록 지역주민들도 참여해서 같이 공연도 관람하고 농수산물 전시품도 구경하면서 북적북적댔으면 한다.

-농업현안은.

공익형 직불제가 이슈가 되고 있다. 변동직불금을 폐지해 쌀 농가들 입장에선 저항이 있을 수 있지만 농업을 위한 큰 틀에선 찬성하는 사람도 많다. 정작 개선해야 할 것은 농어촌공사의 전업농 지원 규제다. 2030, 청년농, 창업농을 우대하느라 기존 쌀전업농을 뒷전으로 미뤄놓았다. 기존 농가의 농지 임대차 규모를 줄여놓으면 결국 다 중소농으로 바뀌게 된다. 창업농, 청년농은 지원해 줘도 자부담금을 댈 돈이 없어 농촌에 정착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중소농 정책으로 가는 것이다. 벼 재배면적이 자연히 줄고 쌀 생산량도 줄게 된다. 이것이 정부의 노림수 아닐까 생각한다.

-규모화에서 중소농으로 정책방향이 바뀌었단 말인가?

농토가 길로 들어가고 축사로 들어가고, 이런저런 이유로 해마다 줄고 있는데 쌀이 남는 이유는 그만큼 벼 재배기술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20~30년 전엔 논 한 마지기에서 석섬(330kg)을 수확했는데 지금은 한 섬 반이 늘었다. 쌀이 부족했던 예전에는 기업형 대농이 필요했지만 쌀이 남는 지금에는 필요가 없어졌다. 중소농을 만들어 놓으면 보이지 않게 쌀 생산조정이 된다.

우리 전업농 입장에선 불만스럽다. 농어촌공사의 임대나 매매 농지지원 순위가 6번째다. 초기에는 전업농 6만호 육성 위해 적극 지원해 줬는데 지금은 우리에게 기회가 없다. 국가 먹거리 산업을 책임져온 전업농을 이제 와 홀대하나. 시골에 젊은이 키운다는 미명 아래 기존 전업농은 죽어가고 있다. 규모화 영농에 투자한 것들이 있는데 자꾸 빼앗기니 재투자를 못해 매출이 줄고 갚을 것은 많아 전업농의 경영기반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귀농정책이 실업률 해결책이라고.

몇 년 동안 쌀값은 떨어져도 시골 땅값은 오른 것이 귀농정책 때문이다. 정책 자금 주니까 은퇴자들이 덥석 땅을 산다. 백세시대라 20년 동안은 해먹고 살 게 없으니 시골에서 땅 갖고 있는 부모한테 돌아가 그거 짓고 먹고 살라는 거다. 실제 농사질 사람이 와야 하는데 이 사람들은 조금만 안 맞으면 쉽사리 돌아간다. 시골 투자가 한두 푼 갖고 되는 게 아니다. 4만평 경작하려면 창고, 트랙터, 콤바인, 이앙기 등 10억은 투자해야 한다. 정책자금 갖다가 터무니없이 비싸게 사서 땅값 올리고, 거치기간 동안 이자만 내고 버티다 원금 상환할 때 수확을 못해 ‘쪽박’ 차는 일이 부지기수다.

2030, 귀농정책은 결국 농업에 실업문제를 떠넘기기 위한 명분일 뿐이다. 중소농을 우대하는 공익형 직불제도 중소농 정책 아닌가. 노인 양반들이 끝까지 농사를 놓지 않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반대한다.

-‘타작물 재배’에 적극적이시다.

쌀값 안정을 위한 생산조정제는 우리에게 이득을 준다. 전남도가 작년 타작물 재배 신청에서 전국 1위를 했는데 올해는 목표면적 대비 신청면적이 전북에 밀렸다. 전북 김제 죽산면은 생산조정제 지원이 없었을 때에도 콩을 1000ha 가까이 했다. 축적된 재배경험 덕에 파급효과가 커 전남을 앞질렀지만 면적만 보면 우리 도가 더 많다. 저는 작년에도 콩을 심었고 올해도 작년만큼 콩을 심었다. 임기 만료되는 올해까지 1위를 했으면 전업농 회장으로서 상당히 보람을 느꼈을 거다.

하지만 작년 생산조정제로 쌀값지지 효과를 봤으니 올해도 기대 된다. 작년엔 기상이 워낙 안 좋아 타작물 재배농가 고생을 많이 했는데 올해는 날씨가 좋아 다 잘됐다.

-아쉽다면 회장을 한 번 더 하시는 게.

아직 할 일이 많은데 다 못 하고 임기가 끝나가니 아쉽다는 얘기지 연임 욕심은 없다.(웃음) 2년 했으면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고 뒤에서 도와주는 게 내 몫이라 생각한다. 연합회 이끌면서 ‘솔선수범’ 정신이 가장 필요하단 생각이 들었다. 회원이 뭉쳐 어려운 점은 해결하고 좋은 일은 같이 즐거워하는 것이 모임이고 단체인데, 내가 안 해도 누가 하겠지 하는 마음이 문제인 것 같다.

-농사는 얼마나.

위탁까지 합치면 20만평 된다. 농기계 없인 일을 못한다. 농기계 지원사업이 있지만 지자체에서 소형 농기계에 한해 한 대 50% 미만의 지원금을 보조한다. 상한선이 500만원이라 경운기나 예초기 같은 거 외엔 쓸 수 있는 농기계가 없다.

벼 생산량은 일부 정부 수매하고 일부는 자체 판매한다. 주로 서울, 수도권 대도시에 파는데 아파트 단지에서 입소문으로 알음알음 갖다 드시는 분들이 있다. 또 농촌진흥원에서 개발한 벼 품종을 심어 종자를 내 종자원에 주기도 한다.

-쌀에 대한 생각.

쌀은 절대 홀대 받아선 안 된다. 농가도 조금만 신경쓰면 고품질쌀을 만들 수 있다. 농사 다 지어놓고 급건조해서 품질을 떨어뜨린다. 농가들끼리 하는 얘기가 정부 수매 물량은 50도로 말리고 자기 먹을 것은 40도로 말린다고 한다. 급건조하면 미질이 엄청 안 좋아진다. 사람으로 치면 화상 입은 거나 똑같다. 농민들도 생각을 바꿔야 한다.

-올해 보리가 심각했다.

보리를 30ha 재배했는데 생산량이 훌쩍 늘어 가격이 싸졌다. 판매는 잘 된다. 쌀값 회복 여파로 가격이 상대적으로 싼 보리가 잘 나간다. 농식품부와 농협, 지자체에서 계약재배 물량은 3만7000원, 비계약물량은 2만7000원에 수매했다. 내년이 더 문제다. 금년 비계약물량이 재고로 남기 때문이다. 보리는 저장성이 좋아 3년까지 간다. 보리값이 싸면 RPC(미곡종합처리장), 농협은 적자보고 개인 잡곡상들만 돈을 번다.

-작황이 좋아 다들 걱정이신데.

쌀값이 어떻든 풍년 농사는 돼야지. 직불금 예산 늘리고 대북지원 물량도 대폭 확대하고, 농어촌공사는 농업용수 관리권을 계속 갖고 가야 한다. 농민들도 일부 물 절약에 참여해야 한다. 일본은 관개수로가 잘 돼 물이 밑까지 내려가 허투루 쓰이는 게 없다. 필요한 만큼 쓰고 잠그고 낭비 안 되게 하는 시스템을 정부 차원에서 연구해야 할 때다.

김용수 순천시 도 대회 추진위원장님 이하 순천 전업농 회원, 물심양면 지원해 주신 김영록 도지사님, 순천시장님, 순천시의장님 등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회원 여러분 모두 대풍을 맞아 땀의 대가를 충분히 보상받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