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개도국 지위 포기는 농업 무시의 극치
WTO 개도국 지위 포기는 농업 무시의 극치
  • 연승우 기자 dust8863@newsfarm.co.kr
  • 승인 2019.09.18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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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업신문 사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가 WTO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를 검토한다고 발언한 내용이 언론에 보도됐다. 개도국 지위를 포기한다는 것 자체를 이렇게 쉽게 생각한다는 것에 놀랍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공무원들이 농업을 얼마나 안일하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 생각한다.

WTO에서 본격적으로 협상을 하기도 전에 우리가 손에 쥔 카드를 보여준 것과 다를 바 없다. 또한, 개도국 지위에 가장 민감한 농림축산식품부와는 얼마나 많은 소통을 하고 발표한 것인지 알 수도 없다.

WTO에서 국가 구분은 최빈개도국과 개도국 선진국 등 3개이다 최빈개도국은 UN에서 최빈개도국으로 인정되면 WTO에서도 자동으로 최빈개도국이 된다. 반면 개발도상국은 WTO의 기준이 없다. 이에 따라 어떤 국가든 스스로 개도국이라고 자기선언(self-declare)을 한 후 WTO 회원국들이 인정하면 개도국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도 WTO 협상에서 개도국을 선언한 뒤 협상을 통해 다른 회원국에게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게 된 것이다. 어떤 기준점도 없는 개도국 지위를 먼저 포기한다면서 농업계의 의견을 듣지 않는 정부의 행태는 농업의 홀대를 떠나 농업 무시의 극치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특히, 2014년 쌀 전면개방인 관세화를 선언한 후 513%의 고율관세를 정하는 시점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개도국 지위를 포기한다는 것은 정부 스스로 약속을 저버리는 행태다. 정부는 WTO-DDA협상이 사실상 무산돼 쌀을 관세화해도 관세 감축이 없을 것이라고 농민들을 설득했다. 그러나 지금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면 DDA협상 무산과는 상관없이 관세 감축이 진행돼 쌀은 300%대로 관세가 낮아져 쌀이 관세를 물고 수입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는 곧 식량자급률 하락으로 이어지고 국내 쌀 농가는 속속들이 쌀 농사를 짓지 않게 농업이 사실상 몰락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게 되면 사실상 지금까지 진행해온 모든 농업정책을 수정해야 한다. 보조금뿐만 아니라 민감품목에서 일반품목으로 바뀌게 될 고추, 마늘, 참깨 등등의 품목에 대한 대책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

WTO 개도국 지위 포기는 산업통상부 공무원이 좌지우지 할 사안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지금까지 보여준 농업 홀대의 끝이 산자부 공무원 발언이라고 볼 수 있다. 개도국 지위에 관해서는 정부의 일관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