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벼에 붙어있던 이물질이 우수수 쏟아집니다”
“물벼에 붙어있던 이물질이 우수수 쏟아집니다”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19.09.24 0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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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PC 산물벼 건조 때 입는 중량손실량 관심
수분 외에 걸러지는 흙먼지로 빠지는 중량 커
“RPC 정부양곡 도정 허용으로 보전” 주장도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이게 다 농가에서 갖고 온 벼에 포함돼 있던 거예요."

미곡종합처리장(RPC)에서 산물벼를 말릴 때 수분 증발로 인한 손실 뿐 아니라 정선 과정에서 쭉정이, 먼지 등이 걸러지면서 줄어드는 중량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이를 보전하는 차원에서 정부양곡 중 산물벼 만이라도 RPC가 도정하게끔 해 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수분율 15%로 건조한 산물벼를 정선기에 넣고 이물질을 거르는 모습.
농가들이 갖고 온 산물벼 톤백(800kg)을 RPC 공장에서 수분 함유율 15%로 말린 후 재차 거르는 과정에서 먼지와 볏짚, 쭉정이 등 이물질이 걸러져 산을 이루고 있다.
]농가들이 갖고 온 산물벼 톤백(800kg)을 RPC 공장에서 수분 함유율 15%로 말린 후 재차 거르는 과정에서 먼지와 볏짚, 쭉정이 등 이물질이 걸러져 산을 이루고 있다.

전국 농협 및 민간 RPC들은 수확기에 정부를 대신해 농가들로부터 산물벼를 일정 물량씩 수매한다. 이는 RPC에 놔뒀다가 이듬해 시장상황을 보아 RPC에 되팔거나 회수하는데, 정부가 되가져가는 경우 수분규격(13~15%)을 맞추는 과정에서 RPC가 떠안는 손실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모아졌다.

이에 정부는 최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을 통해 현장검증을 실시한 결과 RPC들이 벼 건조과정에서 평균 0.7%의 수분 손실로 인한 중량 감소분을 자체적으로 메워 정부에 되돌려주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그런데 이 수분 증발로 인한 손실 외에 벼 정선 과정에서 이물질이 상당량 걸러져 무시할 수 없는 중량이 빠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산물벼 손실량'이 RPC 업계에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거의 매해 벼가 비쌀 때 사서 싸게 팔아 적자를 보는 상태에서 정부가 회수해 가는 산물벼 규격을 맞추는 일이 경영에 부담이 된 때문이다.

농가를 의식한 측면도 크다. 정부가 수분 손실에 대한 검증에 나서자 특혜성 시비가 일 것을 우려해 손실량을 적극적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본지가 한 민간RPC 업체를 찾아 산물벼 정선 과정을 지켜본 결과 실제 상당한 이물질이 걸러지는 것을 확인했다. 수분을 머금은 벼 상태에선 걸러지지 않은 것들이 벼가 마르면서 떨어져 나와 그만큼 벼 중량이 줄어들고 있었다.

농가가 처음에 가져오는 산물벼는 대부분 수분 함량이 22~30% 쯤 된다고 한다. RPC는 이를 정선기에 넣고 1차로 거르는데 입자가 큰 이물질과 수분을 머금어 찐득한 벼알에 달라붙은 이물질은 체를 통과하지 못하고 그대로 남겨졌다가 수분이 15% 정도로 말랐을 때 2차 정선 과정에서 흙먼지, 싸래기, 이물질 등이 본격적으로 걸러지게 된다.

또 콤바인이 논에서 벼를 벨 때 볏짚대가 옆으로 누워 뒤로 빠져나가지 않고 길게 세워지는 경우가 있다. 이때 이것이 그대로 구멍을 통과해 벼에 포함된 상태로 RPC에 넘어온다. RPC들은 미니 조선기를 통해 이를 거르는데 그 양이 또 만만찮다. 게다가 벼를 사이로에 넣고 위 아래로 뒤섞는 과정에서 마찰에 의해 떨어지는 벼 잔털, 먼지의 양도 모두 RPC가 벼로 채워넣어 정부에 돌려준다.

한국RPC협회에 따르면 이같은 벼 건조과정에서 입는 중량 손실률이 2%, 자체 벼로 채워넣는 양이 벼 1000톤당 16톤에 달하는 것으로 계산된다. 하지만 업계는 0.7%의 수분 손실률에 이물질 손실률을 0.3%만 잡아 총 1% 손실로 공식화했다. 

손실을 현실보다 줄인 것은 농가의 눈치를 의식한 때문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손실 보전 방안으로 산물벼 도정을 RPC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RPC 공장의 현미부 가공기계에서 빠져나가는 볏짚대, 미니 조선기에서 재차 걸러져 나오는 흙먼지 등 이물질들 전부 벼에 포함돼 농민들이 갖고 온 것”이라며 “역계절 진폭에 따른 손해 뿐 아니라 벼 중량에서 입는 손실도 적지 않다는 것을 농가들이 알아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