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멧돼지 ASF 검사 기준 통일 시급
야생멧돼지 ASF 검사 기준 통일 시급
  • 연승우 기자 dust8863@newsfarm.co.kr
  • 승인 2019.10.04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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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농식품부 ASF 항체 검사 이중 잣대

(한국농업신문= 연승우 기자) 야생멧돼지 ASF검사 기준이 부처별로 다른 것으로 드러나, ASF검사방법이 일원화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야생멧돼지 방역인력 부족으로 ASF감염 경로와 원인 분석, 그리고 대책 마련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에 따르면 야생멧돼지 방역업무를 전담하는 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해 8월부터 야생멧돼지를 상대로 항원검사를 통해 ASF감염 여부를 검사하고 있다.
이에 반해 2010년부터 야생멧돼지 ASF검사를 실시하고 있는 농림축산검역본부는 항원과 함께 항체 검사까지 거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ASF발병국가들 중에서 야생멧돼지의 발병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육돼지의 ASF가 발병한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따라서 야생멧돼지에 대한 조사가 매우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야생멧돼지 주무 부처인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 생물안전연구팀은 연구관과 연구사 등 정규직 7명과 비정규직 9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이 야생멧돼지와 야생 철새에 대한 방역업무를 책임지고 있다.

그나마 수의직은 원래 3명이었으나 현재 1명은 환경부에 파견됐고 또 다른 1명은 휴직상태다. 놀랍게도 환경과학원 생물안전연구팀에서 일하는 수의사는 단 1명에 불과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들은 광주광역시에서 야생동물질병관리원 개설과 더불어 행정안전부와 논의하고 있는, 수의사 40여명을 포함한 83명에 달하는 인력 확충에 많은 기대를 쏟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2016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야생멧돼지를 상대로 돼지열병(CSF)에 대한 항원·항체 검사결과 중 일부에서 CSF 양성 반응이 나타나 농림부와 정보를 공유했다”면서도, “ASF발생 초기인 만큼 잦은 비특이반응으로 인해 판정 오류 가능성이 큰 항체검사는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ASF발병 시기를 놓고 논란을 유발하기보다는 실질적인 바이러스 검출 차원에서 항원검사만 실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농림축산검역본부에는 이에 대해 다른 견해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10년부터 야생멧돼지의 혈액을 채취해서 구제역, CSF, ASF 등에 대해 검사하는 농림축산검역본부 해외전염병과는 야생멧돼지의 ASF검사 때에도 다른 질병과 마찬가지로 항원과 항체를 모두 검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야생멧돼지의 감염 이력까지 알 수 있는 항체 검사가 역학조사를 진행함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농림축산검역본부가 2019년 7월까지 실시한 CSF바이러스 검사에서 나타난 항체검출비율은 10%지만, 항원검출비율은 0.6%에 불과하다. 이는 항체검사를 하지 않고 항원검사에만 의존하고 있는 환경과학원은 야생멧돼지의 감염률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올 8월말 현재 국립환경과학원은 경기․인천․강원지역에서 포획틀 35마리, 폐사체 34마리, 수렵 162마리 등 231마리에 대해 ASF 항원을 검사해서 전량 음성 판정을 받았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올들어 8월 13일까지 전국에 걸쳐 ASF항원 검사를 실시한 야생멧돼지는 646마리로, 모두 음성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 9월말 현재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전량 수렵을 기준으로 항원 715건, 항체 1,310건에 대한 ASF 검사를 진행해서 모두 음성 반응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멧돼지 폐사체는 환경부 소관이어서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전량 수렵을 통해서 시료를 채취하고 있다.

우리나라 야생 멧돼지 숫자는 전국적으로 35만여마리로 추정되고 있으며, 고 경기․강원 등 북한 접경지역에 10만마리 가량 서식하고 있다. 전국 야생멧돼지 서식밀도는 100ha당 2012년 3.8마리에서 2015년 5마리, 그리고 2017년 5.6마리, 2018년 5.2마리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서정향 건국대 교수는 “국내에 유입된 ASF바이러스가 고병원성인지, 저병원성인지 따져봐야 한다. 고병원성이라면 100% 폐사할 가능성이 높지만 접병원성이라면 감염된 멧돼지의 30%가량은 생존할 수 있다”며 “이런 경우를 대비해서 항원과 함께 항체검사를 실시해서 감염이력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환경과학원과 농림축산검역본부가 비공개 상태로 검사를 실시해서 그 결과를 비교해 보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면서 “양쪽 모두 검사횟수를 더 늘려서 야생멧돼지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현권 의원은 “환경부와 농림부가 각기 별도로 야생멧돼지에 대한 검사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지만, 그 검사방법과 기준은 일원화해서 혼란의 소지를 없애야 한다”면서 “야생멧돼지 방역을 책임지는 전문인력 확보가 무엇보다 시급한 현안인 만큼 이에 대한 정책적인 관심이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