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국정감사 농진청] 부실학회로 혈세 낭비
[2019 국정감사 농진청] 부실학회로 혈세 낭비
  • 이도현 기자 dhlee@newsfarm.co.kr
  • 승인 2019.10.08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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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 보고서로 얼룩진 공직자 윤리

(한국농업신문=이도현 기자)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지난 7일 농촌진흥청, 농업기술실용화재단,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에 대한 국정감사를 실시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농진청 소속 연구원들의 방만 경영과 윤리 부족이 지적됐다. 특히 부실학회 방문과 표절로 작성된 출장 보고서, 일감 몰아주기 등의 문제가 꼬집어졌다. 

농진청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소관 위원회 외부인사가 위촉직으로 임명돼 활동한 기간 동안 자신이 소속된 기관·업체가 농진청의 용역을 수주한 사례가 36건, 용역금액은 13억9000만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8명의 위원은 7개의 기관·업체에 대표 혹은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며 대부분 ‘농촌진흥사업심의위원회’ 위원들이다.

위촉직 위원들 중 가장 많은 건수 가장 많은 금액을 수주한 A씨는 2012~2018년 ‘신기술시범사업심의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지난 2016년부터 현재까지 ‘농촌진흥사업심의위원회’ 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A씨가 대표로 있는 업체는 해당 기간 동안 총 13건의 용역을 수주하고 4억8000만원의 용역비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연구과제 10건을 수행하며 과제비 6억500만원도 받았다. 위원회 위촉직으로 있으면서 총 23건, 10억9000만원의 용역·연구비를 받은 셈이다. A씨가 위원으로 위촉되기 전인 2008년부터 2011년까지 3년간 농진청으로부터 수주 받은 용역·연구과제를 모두 포함하면 총 34건, 12억8000만원에 달한다. 윤준호 의원(더불어민주당・부산 해운대을)은 농진청이 소관 위원회 위촉직 외부인사들에게 ‘용역 몰아주기’를 한 사실을 지적했다.

 

최근 3년 3307명 파견 88.7억 소비
일감 몰아주기…‘제 식구 감싸기’

윤준호 의원은 “한마디로 ‘선수와 심판이 같은’ 상황이다. 농진청이 이를 알고도 묵인해왔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며 “고위급 내부직원들이 당연직 위원으로 여러 위원회에 중복적으로 들어가 있어 함께 활동한 외부위원들이 용역이나 연구과제를 따내는 데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농진청은 현직 외부위원들과 관련된 건에 대해서는 ‘해촉’ 등 규정에 따라 처리하고 규정상 미비한 점이 있다면 보완해서 ‘이해충돌’ 방지 제도를 제대로 갖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양수 국회의원(자유한국당, 속초시고성군양양군)도 농진청 소속 공무원들이 해외파견 결과보고서를 표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농진청은 최근 3년간(2017~2019년 8월) 총 3307명을 해외 파견했고 국가예산을 88.7억 원을 소비했다. 

하지만 농진청에서 3년 동안 동일인을 파견한 ‘제31~33차 OECD 우수실험실운영(GLP) 작업반회의’ 귀국보고서에서 작성자가 예년 자신의 보고서를 반복 표절한 것이 확인됐다. ‘국제농약분석협의회(CIPAC) 및 CIPAC/FAO/WHO 공동 심포지움’ 참석보고서에서도 시사점, 향후계획을 글자 하나 다르게 하지 않고 그대로 표절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의원은 “국민의 혈세로 해외 파견되는 공무원들이 국가와 국민의 발전을 위해 활용되는 중요한 기록을 성실히 작성하지 않고 대놓고 표절하고 소속 청장이 이를 방관한 것은 심각한 직무유기를 한 것”이라며 “보고서를 전수조사해서 표절한 것들은 재작성해 다시 제출·등록되게끔 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만희 의원(자유한국당, 영천시청도군)도 “와셋(WASET)과 오믹스(OMICS) 등 부실학회에 참석한 대학 교수들과 기관 소속 공무원들도 대거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농진청은 총 3명의 교수가 본인들의 논문 작성에 기여하지 않은 미성년 자녀를 논문의 공저자로 등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이 의원은 예산이 지원된 연구사업 중 연구 책임자인 교수가 논문 작성에 정당한 기여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미성년 자녀를 논문의 공저자로 등재해 총 4명의 교수가 행정제재 또는 각 소속기관으로부터 징계를 받은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농진청의 경우 연구 과제를 수행한 14명의 대학 교수들과 함께 자체 전수조사를 통해 본청 및 소속기관 연구원 47명도 부실학회에 다녀온 것으로 드러나 연구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연구자들의 학술활동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 농진청은 부실학회에 참석한 14명의 교수 중 현재 검증이 진행 중인 5명을 제외한 9명의 교수에 대해 연구 출장비 환수 면제를 결정했고 47명의 소속 연구원들에 대해 출장비 환수 없이 대부분 주의‧경고 등의 가벼운 행정처분만을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만희 의원은 “농진청은 내부 규정에 따라 처리했다는 입장이지만 국비가 지원된 연구사업이고 부실학회 참석에 고의성이 있었는지 여부 판단은 당사자들의 해명 외에 추가로 검증할 방법이 없다는 점 그리고 R&D 기관으로서 관리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솜방망이 징계’, ‘제 식구 감싸기’”라고 지적했다.

 

여전히 낮은 사업화 성공률

올해도 농진청의 연구 성과의 낮은 사업화 성공률이 지적됐다. 윤준호 의원(더민주, 부산 해운대을)은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연구개발성과 사업화 지원사업’에 선정된 업체의 41.1%가 매출실적 ‘0원’이라고 꼬집었다.

해당 사업은 ‘시제품 개발 성공률’을 성과지표로 삼고 있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지원받은 업체 266개 중 시제품 개발에 성공한 업체는 263개로, 시제품 개발 성공률은 98.9%에 이른다. 하지만 시제품 개발이 매출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시제품 개발 성공 업체 263개 중 매출이 ‘0원’인 업체가 108개로 41.1%를 차지했다.

업체들은 연계사업인 ‘시장진입 지원 사업’에서 1개 업체당 4억8000만원의 실적을 올렸지만 일반 업체들은 그보다 2배 높은 실적을 보였다. ‘판로개척 지원사업’과 ‘해외시장진출 지원사업’에서도 일반 업체들의 매출이 9000만원 정도 더 높았다. ‘사업화 지원사업’에서 개발한 제품들의 사업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윤준호 의원은 “‘연구개발성과 사업화 지원사업’ 대상을 선정할 때, 사업화 가능성에 대한 항목들도 평가하고 있다”며 “사업 전체 성과지표로 시제품 개발 성공률만 측정하고 있어, ‘사업성 없는 사업화 지원사업’이 돼버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업화 성과 제고를 위해 매출실적도 성과지표로 설정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 “‘해외시장진출 지원사업’의 경우, 다른 사업에 비해 전반적으로 성과가 낮다”며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와 연계해 지원이 더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PLS 연착륙 위해 더 노력해야

박완주 의원(더민주, 충남 천안을)은 PLS 연착륙을 위해 연내 1853건의 직권등록을 계획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완료된 항목은 506건으로 전체(1853건)의 27%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정식등록이 필요한 잠정등록농약 5359개도 남아있다. 농진청은 등록농약의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4441개, 올해 1037개의 잠정등록을 완료했다.

잠정등록은 한시적인 제도로 정식등록으로 전환돼야 한다. 9월 기준까지 119개의 잠정등록 농약을 정식 등록으로 전환해 5359개가 남아있는 실정이다. 농진청은 2021년까지 정식등록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지금의 속도라면 목표로 한 전체 등록을 완료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박완주 의원은 “여전히 현장에서는 등록농약 부족, 비의도적 오염 등 PLS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며 “다행히 부적합율은 전년대비 줄었지만 PLS의 연착륙을 위해서는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농진청은 향후 잠정등록된 농약의 정식등록 전환을 위한 계획을 사전에 철저하게 세워야 한다”며 “추가등록이 제한된 농약으로 인한 농가피해가 없도록 모니터링, 교육 및 홍보, 컨설팅 강화 등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종회 의원(전북 김제·부안)도 “PLS가 시행된 올해 상반기 농산물 부적합률이 지난해보다 감소하면서 제도가 안착됐다는 평가가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정부의 섣부른 제도 도입이 농업인들에게 더 많은 피해룰 야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농업현장은 기후 변화에 따라 재배하는 농작물의 종류가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작물별 발생 병해충이 지속적으로 바뀌는 등 변화의 속도가 매우 빠르다”며 “농진청의 방제 농약 등록 역시 변화하는 속도에 발맞춰 기민하게 대응해야 PLS가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병해충 키운 안일한 대책들

과수화상병에 대한 농진청의 안일한 대책이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는 2014년까지 과수화상병 청정국을 유지했다. 하지만 2015년 5월 경기도 안성에서 최초로 발생한 이후 매년 발생하고 있으며 최근 들어서 그 피해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손실보상금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총 368억 원이 들어갔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과수화상병이 발생한 지역은 안성, 파주, 이천, 용인, 연천, 원주, 충주, 제천, 음성, 천안 총 10곳으로 발생농가는 180곳, 피해면적은 127ha에 달한다. 최초 발생연도인 2015년 당시 발생 지자체 3곳, 농가 43곳, 42.9ha면적이 피해를 입었던 것과 비교하면 각각 233.3%, 318.6%, 196% 늘어난 심각한 상황이다. 

박완주 의원은 “농진청에서 근거로 주장한 외국사례는 모두 과수화상병이 최초로 발생한지 20년을 훨씬 넘은 국가들이며 아직 감염경로 등 연구해야할 과제가 매우 많은 사안”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만약 과수화상병이 사과, 배 생산량의 45%를 차지하는 경북까지 확산될 경우 국내 대표 농산물에 미칠 타격은 막대하다”며 “매년 발생 지역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방제 및 예방대책 모든 면에서 준비가 취약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정운천 의원도 “2015년 최초로 과수화상병이 발생한 이후 정부는 농진청을 중심으로 지난 5년간 예찰과 방제, 매몰 등 강화조치를 시행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매년 확산되어 왔다는 것은 정부의 예찰 및 방제 대책에 구멍이 뚫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과수화상병이 최초로 발생한 지 5년이 지나고 나서야 과수화상병 발생 원인을 분석하는 연구과제를 진행한다는 것은 전형적인 뒷북 연구 수행의 측면이 있다”며 “향후 과수화상병 발생 원인을 규명하고 이를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중장기적인 방제기술 개발 등 종합 대응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골드시드프로젝트 실적 저조해”

지난 2012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골든시드프로젝트 실적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골든씨드프로젝트(GSP) 사업’의 2013~2018년 추진실적을 분석한 결과 민간기업에 비해 정부기관의 출연금 대비 수출·국내매출 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부터 2018년까지 품종개발과 판매로 직접 이어지는 사업 수는 총 111개였고, 정부 출연금 1069억원이 투입된 것으로 확인된다. 해당사업을 기관유형별(기업, 정부, 대학)로 세분화한 내용을 보면 진행 기관별 실적차이가 확연했다.

정부기관은 총 출연금의 14%인 151억 원을 지원받았지만 품종개발 비중은 11.5%, 국내매출 2.4%, 수출실적 1.3%에 불과했다. 그중에서도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5개 과제에 55억 원을 지원받아 24개 품종을 개발하는데 성공했지만, 수출 5천 달러, 국내매출 1억 4,200만원을 올리는데 그쳤다.

윤준호 의원(더민주, 부산 해운대 을)은 “GSP 사업은 2021년 2단계 사업 마무리를 앞두고, 중간점검이 필요한 시기”라며 “투자대비 성과가 민간 기업이 정부기관을 월등히 앞선다. 민간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방향으로 정책전환이 필요하다. 2단계 사업 마무리까지 종자산업 활성화에 박차를 가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정부의 효율적인 노력을 주문했다. 

김태흠의원(자유한국당, 보령․서천)은 “국내 소비 5대 과수 작물인 사과․배․감귤․복숭아․포도 품종 중 포도를 제외한 네 가지 모두에서 국내 재배 1위 품종을 일본산이 차지했다”며 “대표적으로 감귤의 경우 국내에서 가장 많이 재배하는 3가지 품종이 모두 일본산으로 ‘궁천조생’, ‘홍진조생’, ‘부지화’ 등이 해당됐다. 이러다 보니 감귤 품종의 국산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2.3%에 불과하다. 2014년 1.0%에서 5년 동안 1.3%오르는데 그쳤다”고 말했다.

이어 “포도는 국내재배 1위 품종이 미국산 ‘캠벨얼리’ 이지만 일본산 ‘거봉’과 ‘샤인머스켓’이 뒤를 이어 많이 심어지고 있다. 포도품종의 96%를 일본 등 외국산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농진청 등을 중심으로 국산 종자와 품종을 개발하는데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회 의원도 “‘농업의 반도체’종자산업은 부가가치가 매우 높은 핵심 성장산업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종자산업이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시장점유율은 고작 1.3%다”고 비판했다. 이어 “종자시장에서의 대한민국 위상은 너무나 초라하다”며 “러시아의 ‘바빌로프 식물연구소’와 같이 농진청도 한국의 종자주권을 지키고, 세계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삼석 의원(더민주, 전남 영암·무안·신안)도“신품종 보급사업의 성과가 저조함에 따라 무역수지 적자와 해외 로열티로 인한 농민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고품질 신품종 개발과 보급으로 특단의 성과 제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