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단체 “개도국 지위 포기 시 농업 회생 불가능”
농민단체 “개도국 지위 포기 시 농업 회생 불가능”
  • 박우경 기자 wkpark@newsfarm.co.kr
  • 승인 2019.10.10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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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WTO 개도국 지위 유지 결정 임박

(한국농업신문=박우경 기자)이달 안으로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의 개발도상국(개도국) 지위 포기 결정을 내릴 것으로 알려지면서 농민단체들은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지 않으면 농업회생이 불가능하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최근 들어 우리 정부가 WTO의 개도국 지위 포기를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의 보도가 잇따르면서 농업계에는 반발의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신중히 대응해 나가야 할 일’이라는 견해를 고수해왔으나, 지난 4일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기재부 국정감사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개도국 특혜를 포기할지를 이달 중에 결정하기로 했다’고 발언하면서, 농민단체에서는 개도국 지위 박탈을 반대 입장을 천명하고 나섰다.
 

한국농축산연합회는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WTO 개도국 지위 유지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연합회는 개도국 지위 포기 시 “우대받던 관세감축과 국내보조, 민감품목에 대한 관세가 큰 영향을 받아 농업 위기가 심화될 것”이라며 “국익이라는 미명 하에 그 피해를 매번 농업계가 짊어지고 있는 현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정부의 무책임한 포기 시사를 규탄했다.

이보다 하루 앞선 지난 7일에는 진보적 농민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는 ‘농민의 길’이 정부 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WTO 개발도상국 지위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촉구하기도 했다.
 
농민의 길은 회견에서 개도국 지위 유지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농성을 이어나갈 것이라며 “농촌은 수입개방으로 인해 생산비조차 못 건지고 있는 현실에서 마지막 방패막인 개도국 지위마저 포기한다면 농업은 회생불능상태에 처한다”며 “식량주권을 지키고, 통상주권이 있는 주권국가로서 지금 당장 WTO 개도국 지위 유지방침을 선언하라”고 주장했다.
 
같은 날, 농협중앙회 농정통상위원회도 개도국 지위를 미리 포기하면 안 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농정통상위원회는 “정부가 농업부문의 개도국 지위를 포기 후 WTO 차기 무역협상이 진전돼 타결될 시엔 관세와 보조금의 대폭 감축이 예상되어 큰 피해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과거의 농산물 시장개방 사례를 언급하며 “시장개방이 본격화된 1995년 이후 2018년까지 농축산물 수입액이 69억 달러에서 274억 달러로 무려 4배나 늘어난 등 시장개방으로 인한 피해를 크게 입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도국 지위 유지와 관련해 축산분야에서도 목소리를 냈다. 축산관련단체협의회는 성명을 통해 정부가 반드시 개도국 지위를 지켜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축단협은 “미중 무역갈등이 WTO 개도국 지위 문제로 번지면서 국내 농축산업이 불가피하게 타격을 입을 위기에 처해 있다”며 “개도국 지위를 상실할 경우 관세 대폭 감소, 민감품목의 허용범위 축소, 특별긴급관세 축소, 최소허용 보조 지원 감축 등으로 국제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우리 농업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내몰리게 될 것은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개도국 지위 유지는 지난 2월 미국이 WTO 이사회에서 개발도상국의 지위 결정방식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후 미국은 행정명령을 통해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과 터키, 멕시코 등 개도국 지위를 가진 나라에 개도국 지위 포기를 종용하고 있다.
 
정부는 개도국 지위를 포기해도 지금까지 받아온 1995년 WTO의 보조금 총량, 관세감축, 민감품목, 특별품목 등 개도국 혜택은 유지된다며 직접적인 피해를 받는 농림축산식품부를 중심으로 개도국 지위를 유지할 것인지를 놓고 농민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고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