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돈농가, ASF 불안감‧살처분 후유증 더해져
양돈농가, ASF 불안감‧살처분 후유증 더해져
  • 최정민 기자 cjm@newsfarm.co.kr
  • 승인 2019.10.10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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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개 농장, 살처분 돼지 14만5천여 두
정부, 파주‧김포‧연천 전량 살처분…양돈농가 보상안 없는 대책 비판
ASF 정밀판정 위해 300km이동…초동방역을 위한 체계 재정비 필요

(한국농업신문=최정민 기자)현재까지 총 13건의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하고 14만여 두 이상의 돼지가 살처분되고 있는 상황으로 양돈농가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무조건적인 살처분‧매몰 조치 등 정부의 방역체계가 도마 위에 올랐다.

백신 없어 발병 시 살처분‧매몰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돼지 전염병으로 현재 치료제나 백신이 없어 급성형의 경우 치사율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 졌으며, 감염된 돼지의 경우 전량 살처분·매몰 처리돼 국내 유통이 불가하다. 

지난 9월 16일 경기도 파주에서 첫 발생한 아프리가돼지열병이 무서운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첫 발생일 이후 지난 6일까지 파주, 연천, 김포, 강화 등 4개 시·군에서 총 13건의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했고 해당 13곳의 발생농장과 인근 3km 이내 방역대 농장(강화군 잔여 농장 포함)의 살처분이 진행됐다.

문제는 이번 아프리카돼지열병 역시 발생 이후 살처분·매몰에 급급한 처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농식품부 측은 아직까지 상용화된 백신이 없어 살처분이 핵심적인 방역조치라고 밝힐 뿐이다.
지난 16일 첫 발생 이후 파주, 김포, 연천, 강화 총 89개 농장에서 살처분된 돼지는 14만5546두에 이른다.

반복되는 살처분, 방역체계 비판 커져
매년 질병 발생에 따라 살처분을 강요받는 축산농가들은 답답하다는 심정이다. 충남의 한 양돈농가는 “질병이 발생하고 그에 따른 방역대책을 우리 축산농가들은 따를 수밖에 없다.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라면서도 “질병이 발생할 때마다 반복되는 살처분과 매몰은 우리 축산농가에게 큰 스트레스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또 “정말 답답한 것은 이미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해외 발생 사례가 있었다. 특히 북한에서도 발생했다. 하지만 결국 막지 못했다”며 “이 부분은 정부의 방역체계 자체가 허술했거나 안일하게 생각한 것 아닐까 생각해 본다. 결국, 피해는 우리 축산농가가 본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파주, 김포 지역 내의 돼지에 대해 선수매, 후예방살처분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진행키로 해 양돈농가 사이에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 특단 조치…양돈농가 희생 강요하는 것
기존 살처분의 경우 발생농장과 함께 반경 3km 내 예방적 살처분이 진행되는 것이지만, 최근 파주시와 김포시 등에서 4건의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연이어 발생함에 따라 정부는 파주시와 김포시 발생농장 3km 밖 돼지에 대한 수매와 함께 예방적 살처분을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이번 조치를 두고 축산농가 일각에선 발생 원인을 찾지 못하고, 확산하는 현 상황에 정부가 부담을 느껴 해당 축산농가들의 피해는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한한돈협회(회장 이태식)는 이번 정부 대책을 두고 양돈농가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조치라며 반대하고 나섰다.

한돈협회는 “정부가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차단을 위해 특단의 조치를 시행하겠다는 뜻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예방살처분 이후 정상입식 지연에 따른 손실에 대해서는 일체 보상대책이 없다. 이는 결국 양돈농가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양돈농가의 피해가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이번 조치는 양돈농가의 동의를 구하거나 협의의 과정이 일체 없었다”며 “농가의 무조건적인 동참은 있을 수 없으며, 반드시 해당농가들의 동의가 있어야 하고 동의한 농가들에 대한 수매, 살처분에 따른 보상은 물론 재입식 제한 기간에 일어나는 소득 손실 보장대책이 반드시 제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돈농가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수매 및 살처분을 기존 계획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진행 중인 수매 및 살처분을 살펴보면, 파주의 경우 1만454두가 수매 신청돼 1111두의 수매가 진행됐으며, 김포의 경우 3290두가 수매 신청돼 2539두의 수매가 진행됐다. 연천의 경우 22개 농장 3만4000여두를 대상으로 현재 수매 신청을 받고 있다. 

‘양성’ 확인 위해 ‘타지역’ 이동해야
일각에서는 이번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을 두고 이미 예견된 재앙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미 인근 국가 발생 알 수 있었으며, 더더욱 국경이 맞닿고 있는 북한에서 발생을 보고서도 사전에 더욱 철저하게 준비하지 못한 방역체계의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최근 박주현 의원(농해수위)은 초동 검역 문제 등을 꼬집었다. 현재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정밀검사 기관이 경북 김천시에 소재한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유일한 정밀진단 시설을 갖추고 있어 초동대처가 어려워 확산을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박주현 의원은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초동방역이 긴급하게 들어가야 하는데, 정밀검사를 진행하는 연구기관이 우리나라에 단 한 곳뿐”이라며 “시료 채취 후 그간 육상으로 이동했지만, 최근 헬기를 동원해 시간이 단축되었다 하더라도 양성일지도 모르는 병원균이 타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박 위원은 “지금이라도 더 이상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지자체별 정밀검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함은 물론이고, ASF 신속 진단과 판단을 위해 장기적으로 간이 진단키트 개발 연구가 수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언제 터질까 ‘전전긍긍’
현재 13개 발생 농장과 역학(질병의 원인에 관한 연구) 관련이 있는 농장과 3㎞ 방역대 내에 있는 농장 599호에 대한 정밀 검사를 진행한 결과 현재까지 모두 음성으로 확인됐다. 정밀 검사 시 시료 채취 수는 최소치를 기존 8두에서 10두로 늘렸고, 이 수치에 사육 규모의 5%를 더해 계산하고 있다.

10㎞ 이내 방역대 농가 및 역학 농가 1671호에 대한 전화 예찰 결과 이 중 1505호가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현재 추가 발병이 없는 상황이지만, 정부는 기존 수준의 방역 조치를 유지하며 긴장을 늦추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진 농가가 집중된 경기 북부 권역에선 하루 2회 소독을 진행하고 있으며, 경기 외 강원, 인천 등 중점관리지역에서도 군 제독 차량을 동원해 하루 1회 소독을 정례화했다. 

또 접경 지역의 도로와 하천 주변을 따라 군 제독차, 연막차, 지방자치단체 차량, 농협 소유 차, 산림청 헬기 등을 동원해 집중 소독을 진행하고 있으며, ASF 바이러스를 보유한 야생 멧돼지가 발견된 비무장지대에선 강화부터 고성까지 7개 권역으로 구분해 산림청 헬기 7대를 동원한 항공 방제를 오는 11일까지 실시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