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국정감사-농협중앙회] "쌀 소비 이끌 ‘쌀가루 대량생산 5개년계획’ 세워라"
[2019 국정감사-농협중앙회] "쌀 소비 이끌 ‘쌀가루 대량생산 5개년계획’ 세워라"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19.10.10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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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 쌀 품종 국산화, 고품질 위한 RPC 현대화 주문
‘농협몰’ 활성화와 농협은행 중도상환수수료율 축소도

쌀가공식품 장점 1석7조…쌀 소비촉진 대안

소비 트렌드 놓친 ‘농협몰’ 역할론 제기도

농협은행 금리 농민친화적으로 개선해야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농협 국정감사에선 쌀 소비 촉진에 대한 농협의 적극적인 노력과 계약재배 쌀 품종의 국산화, 고품질쌀 공급을 위한 RPC(미곡종합처리장) 시설 현대화 등 주문이 잇따랐다.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이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이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박주현 의원(민주평화당)은 농협이 밀양에 설립한 쌀가루공장 규모로는 수입 밀가루를 쌀로 대체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매해 싸게 공급하는 재고미를 20만톤 정도를 한꺼번에 받아 쌀가루로 만들어 대량으로 공급할 것”을 제안했다.

박완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농협의 들녘별 계약재배 사업에서 아끼바리, 고시히까리 등 외래품종을 파종하는 곳이 많다며 삼광, 알찬미 등 국내 고품질쌀 품종으로 바꿀 것을 주문했다. 또 쌀의 품질 결정에 수확 후 저장, 건조, 도정 방법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RPC 시설의 현대화를 서두를 것을 촉구했다.

이밖에 농협 인터넷 쇼핑몰인 농협몰의 방만운영과 판매부진과 수수료 문제, 농협직원 대상 ‘페이벡 대출’, 반서민적인 농협은행의 중도상환수수료율, 지역농협의 조합원 대상 ‘꺾기’ 등이 도마에 올랐다.

쌀가루 5천톤 생산으론 부족

질의 첫 테이프를 끊은 박주현 의원은 쌀 가공식품의 이점이 1석7조에 이른다며 농협이 앞장서 쌀가루 소비를 이끌어 쌀 소비 확대에 나서 줄 것을 주문했다.

박 의원은 “쌀빵, 쌀국수, 쌀라면, 쌀술 등 쌀가공식품 소비가 활성화되면 쌀가격이 안정돼 변동직불금이 줄어들고 생태가치 높은 논농지도 유지된다. 밀 수입을 안 해도 돼 식량안보에도 기여하는 등 셀 수 없이 장점이 많다”고 언급했다.

이어 “우리나라 수입 식용 밀가루가 220만톤이고 그 중 10%면 22만톤이다. 일본은 밀가루 10%를 쌀가루로 대체하기 운동을 하고 있다”며 “이에 비해 농협이 밀양의 오리온농협에서 생산하는 쌀가루는 5천톤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농협은 밀양에 쌀가루공장을 세워 연간 5천톤의 쌀가루를 작년부터 본격 생산하고 있다.

박 의원은 “농식품부에서 해마다 재고미를 싼 가격에 쌀가공식품공장에 공급하는데 얼마에 얼마나 나올는지 연말에 결정되므로 식품공장으로선 도저히 계획을 세울 수가 없다. 이런 식은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농협이 정부로부터 최소 5년 동안 매년 20만톤씩 재고미를 받아 쌀가루를 대량으로 만들어 공급하면 밀가루 수요를 쌀로 대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5년 동안 적극적인 홍보를 병행하면서 쌀가루를 지속적으로 대량 공급하면 밀가루에 길들여진 우리 국민의 입맛이 쌀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먼저 과도기적 방법으로 학교.군 급식 등 공공부문부터 쌀가루 사용을 의무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은 이에 대해 “정부와 협력해 구곡 인수방안과 쌀가루 공장 확대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박 의원은 “새만금부지나 익산국가식품클러스터 등지의 부지를 싸게 공급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20만톤 규모의 공장을 어디에 세워 어떻게 할 것인지 5개년 계획을 수립해 정부에 적극적으로 제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원 ‘공짜대출’ 아직도

정운천 의원(바른미래당)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지적받은 ‘직원 공짜대출’ 제도가 아직도 유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이 농협중앙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농협은 농민들이나 일반 고객한테는 연 3~4%의 이자를 받고 주택 구입자금을 빌려준 반면 직원들한테는 1%도 안 되는 이자를 받고 있었다.

농협은 ‘페이백’(현금으로 돌려주기)을 통해 1억원을 빌리면 이자 2.87%를 다음해 현금으로 되돌려주는 방식으로 대출이자가 보통 3~4%인 걸 감안했을 때 실제 1% 미만의 이자만 내도록 했다. 이런 식으로 매년 직원 수백명에게 이자를 돌려주는데 11년 동안 430억여원이 쓰였다.

정운천 의원은 “농협 사업구조 개편에 세금 8000억원을 투입하는 상황에서 매년 40억원씩 드는 특혜 대출은 말이 안 된다”며 “어려운 농민들에게 그런 혜택을 우선적으로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전한 ‘꺽기’ 횡포 근절해야

한 지역농협의 조합원 대상 ‘꺾기’ 실태도 도마에 올랐다. 윤준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역농협이 계약재배 조합원들에게 추가 수매대금 정산을 대가로 금융정보 요구와 농협 계좌 이전을 협박, 강요하는 일명 ‘꺾기’ 횡포를 부리고 있다”고 질타했다.

은행이 대출을 줄 때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행위를 ‘꺾기’라고 한다. 윤 의원은 “지역 조합은 선거로 조합장을 선출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런 ‘꺾기’식 강요를 바로잡지 않으면 조합장이 수매가 지급 권한으로 조합원을 억압해 선거에 악용할 여지가 있다”고 우려하며 지역 농협 특성에 맞는 제도적 보완을 요구했다.

농협은행은 반서민적인 중도수수료율로 질책을 받았다. 김종회 의원(민주평화당)은 “최근 5년간 농협은행과 농협상호금융이 중도상환수수료로 각각 2200억원, 4952억원을 챙겼다”며 “농협이 부실화되지 않는 선에서 합리적으로 중도상환수수료율을 책정해 금융소비자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농협은행 가계대출 중도상환수수료율이 국내 18개 시중은행 중 6번째로 높다”며 “반면 기업대출에서는 국내 17개 은행 중 세 번째로 오히려 낮다. 기업에는 관대하고 서민에게는 엄격한 반서민정책이므로 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지적에 김병원 회장은 “대출 진행 시 일반인과 농어민을 분리해 중도상환수수료율를 낮추는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답변했다.

 

국감돋보기-------------------------------------------

25년 넘은 RPC 91곳, 시설현대화 서둘러야

고품질쌀 확대에 대한 주문도 이어졌다.

박완주 의원은 농협이 농가와 추진하는 계약재배에 외래품종을 심는 것을 지적했다.

박 의원은 “삼광, 알찬미 등 국내산 고품질쌀품종을 놔두고 브랜드 때문에 외래종을 사용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며 “농촌진흥청에서 추진하는 외래품종 대채 최고품질쌀 보급계획에 농협이 나서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농진청의 고품질쌀 보급계획은 현재 6만7000ha인 벼 외래품종을 2024년까지 1만ha 미만으로 낮추는 것이다.

이어 “쌀 품질을 좌우하는 요소로 수확 후 건조, 저장, 도정이 중요 역할을 한다”며 노후화된 RPC의 시설 현대화를 서두르라고 주문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200여 농협RPC 가운데 설립 10년 이상 25년 미만인 곳이 57곳에 달하며 25년 이상인 곳도 91곳이나 된다.

박 의원은 “국고지원은 언발에 오줌누기식 지원이다. 농협 차원의 시설 현대화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이게 현장의 농가소득 높일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농협몰, 농수산물 거래액 비중 3% 불과

농협이 운영하는 온라인쇼핑몰인 ‘농협몰’은 방만운영 논란에 휩싸였다. 작년 136억 적자를 내고도 매년 판매 관리비와 인건비는 계속해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운천 의원에 따르면 농협몰은 2015년 28억원의 영업적자가 2018년 126억원으로 4.5배 늘어나는 동안 판매 관리비는 84억원에서 311억원으로, 인건비는 24억원에서 48억원으로 증가했다.

매출액은 최근 5년간 2015년 1299억원에서 2018년 1832억원으로 조금씩 성장했지만 이는 온라인쇼핑의 선두주자인 쿠팡과 제휴사업 덕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2015년 농협몰 사업 중 쿠팡의 비중이 3.7%에서 2018년에는 46.6%까지 올라갔다. 쿠팡의 제휴사업을 제외하면 농협몰은 그동안 1000억원 내외의 매출을 보이며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었던 셈이다.

특히 농수산물 거래액 비중도 미미해 전체 온라인 거래액이 2015년 1조 4341억원에서 2018년 2조 9493억원으로 2배 이상 급속도로 증가하는 동안 농협몰은 3%대에 머물러 있었다. 올해는 쿠팡과 제휴가 끝나 매출액이 급감하면서 비중이 1%에도 못 미쳤다.

정운천 의원은 “농협이 온라인 쇼핑의 유통시장 흐름에 제때 대응하지 못해 농산물 판매 대표 조직이라는 상징성이 무너지고 있다”며 “수수료를 더 인하해서라도 쿠팡을 통해 우리 농민들의 농산물을 더 많이 팔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농협몰은 과일, 채소 등 농축산물 판매자에게서 받는 수수료(8%)가 컴퓨터 등 대형가전 수수료(6.6%)보다 높아 질타를 받았다.

이양수 의원(자유한국당)은 “농축산물 판매비중이 매우 높고 판매수수료가 전체의 55.7%를 차지한다”며 “수익이 줄까봐 수수료를 줄이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원은 “물론 쌀은 4%고, 패션잡화는 11%라고 얘기하지만 농협몰이라면 대형 가전제품보다는 수수료를 낮춰 농민에게 이익을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