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7주년 특집] 쌀전업농의 미래를 본다: 직불제 개편과 쌀산업 전망 좌담
[창간7주년 특집] 쌀전업농의 미래를 본다: 직불제 개편과 쌀산업 전망 좌담
  • 박우경 기자 wkpark@newsfarm.co.kr
  • 승인 2019.10.17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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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형직불제 개편, 기존 변동직불금 보완할 쌀 가격안정장치 필요”
규모화로 쌀산업 안정에 일조했던 전업농, 임대차 지원정책 소외말아야

농림축산식품부, 국회, 농민단체 등에서 직불금 개편 논의가 활발히 진행 중이며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되고 있다. 이에 한국농업신문은 창간 7주년 특집으로 좌담회를 열고 직불금 개편에 있어 가장 직접적인 당사자라 할 수 있는 쌀전업농의 의견을 들었다. 

현재 각 농민단체에서 공익형 직불금의 조속한 도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3일 ‘공익형 직불금 비대위’가 국회 앞에서 공익형 직불금 국회 관철을 위한 천막농성 돌입한 데 이어 쌀전업농중앙연합회도 적극적인 도입을 지지하고 나선 바 있다. 

도입을 촉구하는 각 단체의 의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개최된 이번 좌담회는, 지역현장의 쌀전업농들이 생각하는 공익형직불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청취할 수 있는 자리가 됐다.

(한국농업신문=박우경 기자)이번 좌담회의 세부주제는 ▲태풍피해와 쌀 수급동향 ▲공익형 직불제와 쌀전업농 ▲타작물 재배단지 조성▲쌀자조금 도입 필요 등 네 가지였다. 좌담회에서는 공익형 직불금 지급 기준을 면적 단위에서 벗어나 농지보전과 경관보전 등 다원적 기능에 대한 보상의 방향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깊이 공감하지만, 쌀 산업 안정을 위해 규모화에 힘써왔던 전업농을 소외시키는 방향이 돼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김무상 사무처장은 “공익형 직불제가 전체 농민을 위한 것임에는 공감하지만 기존 임대차를 통해 규모화 농사를 지어왔던 대농들이 정부 정책에서 후순위로 밀리는 등 점차 소외되고 있는 것에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안유영 서기관은 “쌀전업농이 생산구조 규모화를 햇다는 부분은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공익형 직불금이 쌀전업농을 소외시키는 방향으로 시행되진 않을 것”며 “오히려 공익형 직불금이 도입되면 쌀 수급조절과 더불어 쌀가격 안정화에 더욱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이은 태풍피해로 수확량 10~20% 감소 예상

지난 제18호 태풍 ‘미탁’을 비롯해 ‘링링’, ‘타파’ 등 연이은 태풍으로 각 지역의 쌀 수확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태풍으로 인한 도복 피해와 침수피해 등이 막심할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가 피해 벼를 수매하기로 한 것은 다행인 일이지만 피해를 본 벼가 일반벼와 혼합돼 수매된다면 미질이 떨어져 소비자가 외면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이용금 철원군연합회장은 “현재 강원도는 수확을 97% 정도 마친 상태인데 태풍피해로 5000톤 이상 수확이 줄어들었고 제현율도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통 철원이 약 6만톤 정도를 생산하는데 약 5000톤 정도가 감소한 것 같다”며 “생산량 10% 정도가 감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충남지역은 주요 품종인 삼광벼의 도복 피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은창기 태안군 국장은 “잦은 비로 인해 키가 큰 삼광벼의 피해가 막심하다”며 “일단 추수를 하고 있는데 지난해 대비 수확량이 10% 감소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도복이 된 벼는 수확을 못 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벼 베기가 잘 돼야 탈곡할 수 있는데 비가 자주 오고 날이 따뜻해 수발아 현상이 굉장히 심해 미질 저하가 심각해질 것”이라며 “미질 저하로 소비자들이 외면을 해버리면 충청남도 쌀 소비가 줄게 돼 농가의 피해가 더 커질 것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다른 지역도 수확 상황도 마찬가지다. 김홍식 경남도 사무처장은 “경남은 이모작이 많아 도복도 그렇고 침수도 많다”며 “경남의 창녕과 함양 등의 지역은 마늘 이모작을 하다 보니 수확량이 더 감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홍식 사무처장은 “창녕 지역은 마늘을 주로 재배로 하는 지역인데 마늘을 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경남지역도 쌀수확량은 지난해 대비 30% 정도는 감소하지 않을까 예측한다“ 고 말했다.

최다 쌀생산지역인 전남. 전북의 피해가 큰 것으로 보이고 있다. 조희성 전북도회장은 “전북지역은 일반적으로 태풍피해가 많은 지역이다. 지난 태풍은 바람만 불었는데 이번엔 바람과 비가 함께 몰아쳐서 도복 피해가 굉장히 심하다”고 말했다.

특히 신동진 벼의 피해가 막심하다는 설명이다. “전북지역은 전체 논의 70%~80% 정도에서 신동진 품종을 재배하는데 도복에 굉장히 약한 벼”라며 “피해가 많은 곳은 20% 정도 수확이 감소할 예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무상 전남도연합회 사무처장은 “남해안은 태풍을 직격탄으로 맞아서 수확량이 솔직히 이야기하면 50%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전남은 날씨로 인해 수확량이 감소하지 않도록 빨리 수매하자고 얘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농가들 사이에선 쌀 수급 불균형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부 기관에서도 전국적인 생산량 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측했다. 농촌진흥청은 추석 전 수확량을 올해 375만~379만톤이 생산될 것으로 관측했다. 하지만 세 차례의 태풍 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수확량을 377만~381만톤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행히 정부가 피해 벼를 수매한다고 결정하면서 농가들은 한 시름을 놓았으나, 피해 벼와 일반벼를 혼합해 수매하면 미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오용균 전 청주시연합회장은 “콤바인이 나눠서 피해 벼를 나눠서 수확할 수는 없는 노릇인데, 정부에서도 등급을 정하지 않고 800kg 톤백에 피해벼건, 일반벼건 구분 없이 담아서 매입하는 것은 농가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전국적으로 비가 많이 오는 지역은 농식품부와 상의해서 되도록 피해 벼는 따로 관리해 수매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덧붙여 김무상 사무처장은 “가격문제에 민감한데 정부에서 피해벼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일반벼가 피해 벼와 함께 유통되는 것은 ‘미질 혼합곡’”이라며 “대책이 세워야 소비자 신뢰도를 떨어뜨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농가부채 경감 등 40~50대 전업농 정책 필요
연이은 태풍피해로 수확량 10~20% 감소 예상
피해벼, 일반벼와 혼합 수매 시 미질 저하
소비자 외면하지 않게 태풍피해 벼 따로 수매 필요


공익형직불제 가격안정장치 병행 반드시 필요

변동직불금을 공익형으로 개편하려면 쌀 재배농가의 소득을 보전할 수 있는 가격안정장치가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들이 제기됐다. 특히 선제적인 자동시장격리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 제기됐다.

김홍식 경남도 사무처장은 “목표가격 이하로 가격이 하락하면 지급되던 변동직불금을 대신해 공익형 직불금이 도입된다면 자동시장격리제 도입이 선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이용금 철원군연합회장도 “공익형 직불제도 쌀값의 기준이 될 수 있는 시장격리나 무엇이 됐든 필요하다”며 “농민들은 사실 직불금을 받는 것보다 농사지은 쌀을 제값 받는 것이 더 좋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김무상 사무처장도 쌀 목표가격의 성격과 비슷한 ‘가격선’을 설정해 공익형직불제를 운영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쌀 수급상황을 예측한 선제적인 시장격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 처장은 “자동시장격제는 정식 명칭만 과거 정부 정책에도 있었지만 한 번도 제때 이뤄진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쌀 생산 과잉으로 가격하락 피해가 난 다음에 격리한 조치들로 인해 실제 쌀을 재배한 쌀농가들은 오히려 손해를 보고 유통업자, 중간 상인들이 이득을 챙겨갔다”며 이로 인해 농민들의 정부 신뢰도가 무너져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의견에 안유영 농식품부 식량정책과 서기관은 “과거에 시행한 수매제를 포기한 계기는 WTO 규정을 위배했기 때문이고, 정부가 한정된 물량만 수매해서는 쌀 가격 보장을 온전히 할 수가 없어서 목표가격을 설정한 쌀 직불제가 도입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농지 면적에 상관없이 지급되는 공익형 직불금이 규모화를 이뤄왔던 전업농을 소외시키는 방향으로 지급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다수 제기됐다.

김무상 사무처장은 “기존 전업농들은 임대를 통한 규모화 사업을 진행해왔는데, 그 부분들이 위협을 받을 것이라는 전남도연합회의 우려도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적극적인 정부지원을 받는 청년농과 규모화에 성공해 안정적으로 농사를 짓는 고령농 사이에서 40~50대 전업농이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60대 선배들은 농촌부채경감사업 등 정부 지원을 받아 규모화 성공적으로 이뤄왔다”라며 “40~50대 쌀전업농은 아직도 경영 규모화를 하는 추세인데 현재 청년농에 밀려 농지은행 임대차 순위도 밀리며 소외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은창기 태안군 국장도 같은 맥락에서 과거 정부 정책을 지적하고 나섰다. 은 국장은 “과거 정부가 쌀전업농을 육성하면서 쌀산업 활성화의 책임을 맡겼다. 그러나 정부가 청년농과 2030세대를 지원하는 것은 쌀전업농 정책의 오류를 대물림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부분 임대차인 전업농처럼 2030세대에게 농지임대를 전적으로 지원하는 건 우리의 전철을 되밟는 것”이라며 “전업농은 그대로 육성하되, 다음 세대를 이어갈 후계농을 키울 정책도 해야 하는데 외면해 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익형 직불제에 대한 명확한 시행안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로 꼬집었다. 김홍식 사무처장은 “변동직불제가 없어지고 공익형 직불금이 어떻게 시행되는지 섬세한 세부안이 나와야 농가들도 공감하고 준비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 논의할 부분이 한정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농가와 정부와 함께 논의한 방안으로 직불금이 세부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도 잇따랐다. 은 국장은 “공청회를 통하던지 농민이 농식품부와 함께 소통할 수 있어야 하는데 시장격리를 하겠다고 하면서도 언제 어떻게 어떤 사항을 시행하겠다는 구체성이 없다”고 지적하면서 정확한 세부안을 제시하라고 강조했다.

 

타작물 재배, 수확용 기계 지원과 단가 올리면 참여도 높아져
1개 RPC에 쌀 브랜드 5개 설립 등 난립한 브랜드 정립 필요
쌀 소비촉진과 쌀산업 활성화위해 자조금 도입해야

타작물 재배사업 현장 현실 맞춰야

각 지역에 적합한 작목으로 타작물재배사업을 운영‧지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은창기 태안군 연합회 국장은 “전북 김제는 갯벌 지형과 토양이 마사토라서 물 빠짐이 좋아 콩이 잘 재배되는 지역인데, 충청도는 같은 재배여건이 아니므로 타작물로 콩을 심으면 실패 확률이 높다”라고 말했다.

일방적으로 타작물 재배사업을 독려하기보다는 지역별 재배여건을 고려해 적합한 작목을 재배할 수 있도록 운영해야 한는 지적이다.
또 수확 시 필요한 기계 지원이 열악하다는 점도 재배사업 참여도가 저조한 이유로 꼽았다. 은 국장은 “쌀은 콤바인으로 수확을 하는데 콩은 호미로 수확을 해야 하는 실정”이라며 “농민들은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정부에서 하라고 하니 삽 들고 흙을 만져가면서 자율적으로 타작물을 했다. 이로 인해 손해를 보신 분들 많다”고 말했다.

타작물 재배사업의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기계 지원과 더불어 품목별 단가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무상 전남도연합회 사무처장은 “정부에서는 쌀 생산과잉으로 인한 가격하락 시 발생하는 1조 4000억원의 변동직불금을 아끼려고 타작물 재배하려고 하는데, 지원금은 조금 주면서 참여하라고 한다”며 “지원 단가를 2배로 높이면 농가들도 많이 참여할 것이다. 농식품부에서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안유영 서기관은 “현장의 요구를 반영해 20년도 시행되는 타작물 재배 조성사업에 농민들이 요구한 사항들이 반영될 수 있도록 힘썼다. 타작물은 1만~2만ha 등 일정 수준이 공급하는 게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단가 부분에 대해서는 “타작물 재배 품목의 단가 높으면 참여도가 올라가겠지만, 쌀 수급을 안정화하기 위해서는 단가보다는 타작물을 쉽게 재배할 수 있도록 단지를 조성해 기계를 공동으로 사용하고 수확한 작물을 대규모로 유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지금 좌담회에서 나온 주장인 단지의 일부는 콩을 재배하고 일부는 지역특화작물로 재배하는 방안을 검토해보겠다”라며 “쌀 수급이 안정을 위해서는 타작물재배를 통해 쌀 생산량을 줄이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쌀 자조금 도입으로 전체 쌀 소비 늘려야

타작물 재배를 통해 쌀 수급 균형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체적으로 쌀 소비를 늘리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이를 의해 쌀의무자조금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다 같이 한목소리를 냈다. 특히 쌀 의무자조금을 통해 개별적으로 홍보되고 있는 전국의 브랜드쌀을 통합‧홍보해야 한다는 의견도 덧붙여졌다.

강원도 이용금 철원군 연합회장은 “현재 우리나라 국민이 밥보다 고기를 더 먹고 있다. 한돈‧한우자조금으로 성공적인 홍보로 육류 소비는 늘고 있는데 쌀 소비는 줄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쌀전업농이 자조금을 못하는 이유로 여러 가지 난관이 있겠지만, 어쨌든 우리 쌀산업을 적극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김무상 전남도연합회 사무처장은 “똑같은 지역에서 나온 쌀로 브랜드가 한두 개가 아니다. 브랜드 쌀을 통합해야 한다”며 “한 RPC에 브랜드가 5개 있는 일도 있다. 지역에서 나오는 우리쌀은 서로 싸우지 말고 출하를 똑같이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당부했다.

쌀 자조금 도입을 위해 쌀 품목단체인 쌀전업농중앙연합회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자조금 조성을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