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7주년 특집] 공익형직불제 개편과 대안을 찾아서⓵ 공익형직불제 어떻게 바뀌나
[창간7주년 특집] 공익형직불제 개편과 대안을 찾아서⓵ 공익형직불제 어떻게 바뀌나
  • 연승우 기자 dust8863@newsfarm.co.kr
  • 승인 2019.10.17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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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관보전 등 6개 농업직불금 통합…농업농촌 공익증진직불제 개편
기본형과 선택형 공익직불로 이원화하고 중복 수령 가능
소농직불금 신설, 기본형은 면적에 따라 역진적 지급

(한국농업신문= 연승우 기자) 공익형직불제 개편을 위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된 가운데 국회에서 논의가 더디어지자 농민단체들이 직불제 개편을 촉구하며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국회에서는 여당인 민주당과 정부가 쌀 목표가격과 직불제 개편을 동시에 처리를 원하지만, 야당은 별개로 처리하자며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개편안에 대해서는 정부가 입을 다물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농업신문은 창간 7주년 특집으로 공익형 직불제 개편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과 개편에 있어 보완될 사안, 문제점 등을 짚어 보았다.

1997년 경영이양직불제 도입 후 22년 만에 개편

공익형 직불제 개편이라는 큰틀에 대해서는 여야, 농민단체, 정부 등 모두 동의하지만,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르는 이른바 깜깜이 개편이 될 가능성도 크다. 농민들은 구체적인 개편방안, 즉 직불금을 어떤 방식으로 정하는지 알고 싶어 하지만 농식품부는 이렇다 할 답변을 하지 않고 농민단체 지도부들을 접촉해 개편 내용에 관해 설명만을 한 상태다.

우리나라에서 농민에게 농업보조금을 직접 지급하는 직불제는 1997년 경양이양직불제가 처음이었다. 이후 ▲1999년 친환경농업직불 ▲2004년 FTA피해보전직불, FTA폐업지원직불, 조건불리지역직불 ▲2005년 쌀 고정직불, 변동직불, 경관보전직불 ▲2012년 밭농업직불이 순차적으로 도입됐다.

쌀 직불금은 쌀소득 등의 보전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가가 논의 형상을 유지하면서 논농업을 하는 농민들의 소득을 보장하기 위해 지급하는 국가보조금이다. 지난 2004년 부분적인 쌀 시장 개방과 더불어 노무현 정부는 추곡수매제를 폐지하는 대신 떨어지는 쌀값을 보전해주겠다는 명목으로 2005년에 도입했다. 현재는 농업소득보전에 관한 법률로 정하고 있다.

쌀 직불금은 논의 형상을 유지하는 보조금으로 고정직불금과 쌀 소득을 보장하기 위한 변동직불금으로 나뉘어 있다. 변동직불금은 쌀 목표가격을 설정해 목표가격과 산지 쌀값 차액의 85%를 지급한다.

쌀 직불금은 쌀을 전문으로 재배하는 전업농 육성목표를 달성하면서 규모화, 생산구조 효율화에 기여했다. 쌀전업농의 경영면적 비율은 2005년 전체 논 면적의 30%에서 2017년 58%로 규모화를 이루었다고 보고 있다. 또한, 쌀 변동직불제 도입으로 쌀 공급과잉으로 가격이 하락해도 쌀 농가의 소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역할도 했다.

쌀 산업의 규모화를 이루었다는 긍정적 평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전체 농업 직불금이 쌀에 편중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타작물 재배농가와의 형평성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또한, 쌀 농가의 소득을 보전하고 생산을 해야만 지급하는 특성으로 인해 쌀 생산의 균형 유지에 방해 요소로 작용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 공약 ‘직불제 개편’ 난항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대선에서 농정공약으로 공익형 직불제 개편을 발표했다. 공익형 직불제는 문 대통령이 농정 철학으로 사람중심으로 바꾸겠다며 내놓은 공약이다. 문 대통령은 당선 이후 공익형 직불제 개편에 속도를 냈다. 지난해에는 농식품부가 직불제 개편과 관련해 연구용역을 발주하고 농민단체와 연구기관 등에서는 토론회를 개최하고 다양한 의견들을 개진했다. 이와 함께 농식품부는 지난해 11월 쌀 목표가격 변경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직불제 개편을 위한 논의도 병행할 것을 요청한 바 있다.

특히, 올해 대통령직속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가 출범하면서 공익형 직불제 개편은 힘을 받았다. 국회에서는 농식품부의 요청을 받아 쌀 목표가격과 공익형 직불제 개편과 관련한 법안을 심사하고 있지만, 여야의 합의를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여당과 정부는 고수했던 20만4000원에서 한발 양보해 21만4000원을 목표가격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야당에서는 22만6000원 이상 돼야 한다는 의견을 고수하면서 목표가격 범위를 줄이지 못했다.

자유한국당 이만희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은 변동직불금 예산 2533억원에 맞춰 쌀 목표가격을 책정하기보다는 농가소득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소 22만6000원 이상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쌀 목표가격 결정이 어려운 이유는 공익형 직불제와 목표가격의 연동이다. 여당과 정부는 공익형 직불제로 개편하게 되면 변동직불금이 없어지므로 2019년산 쌀에만 목표가격이 적용하기 때문에 목표가격을 높게 책정하는 것을 부담스럽게 여기고 있다.

공익형 직불제 개편도 마찬가지다. 야당은 공익형으로 직불제를 개편하려면 직불금 예산을 최소 2조4000억원에서 3조원을 책정해야 한다며 직불제 개편에 대해 소극적 입장이다. 따라서 목표가격을 먼저 처리하고 공익형 직불제 개편을 논의하자는 견해를 고수하면서 쌀 목표가격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공익형 직불금 개편 하후상유지 가능한가

농식품부는 쌀직불, 밭고정, 조건불리직불을 기본형 공익직불제로 통합하고 친환경직불, 경관보전직불을 선택형 공익직불제로 개편해 유지하고 선택형 직불제와 기본형은 중복으로 지급한다는 기본적인 내용만 밝히고 있다.

기본형 직불제는 일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재배면적을 기준으로 구간별로 차등 지급하게 돼 있다. 공익형직불제 개편에 있어서 정부는 면적 중심의 쌀 직불금으로 인해 대농이 전체 직불금의 38.4%를 받는다고 주장한 바 있다. 여기서 대농은 3ha 이상의 농사를 짓는 농업인을 말한다. 하지만 공익형직불금 개편도 면적 중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정부의 세부 내용을 보면 재배면적이 클수록 직불금 지급단가가 낮아지는 역진적 직불금을 도입했지만, 여전히 재배면적을 기준으로 하기에 대농에게 지급하는 직불금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다.

농식품부는 0.5ha 이하의 재배농가에게 지급하는 소농직불금을 신설하고 재배면적을 3단계의 구간으로 설정해 재배규모가 큰 구간일수록 지급단가가 낮게 설계했다. 면적이 작을수록 지급단가는 높지만 구간별 지급단가의 차이가 크지 않아 결국, 재배면적이 큰 최고구간에 직불금이 몰릴 수밖에 없다.

2013년 이후 변동과 고정직불금이 가장 많이 지급된 해는 2016년으로 1ha 당 311만원의 직불금이 지급됐다. 반면 2013년엔는 쌀값이 높아 변동직불금은 지급하지 않고 고정만 80만원이 지급됐다. 2013~2017년 평균 고정과 변동직불금 지급액은 177만원이다. 이는 밭직불금은 포함하지 않은 지급단가이다.

농식품의 설계대로 한다면 재배면적이 가장 넓은 최고구간의 지급단가 177만원을 넘게 되면 하후상유지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농식품부는 최고구간의 지급단가가 177만원 이상되게 하려면 직불금 예산이 최소 2조2000억원 이상 돼야 하고 소농의 혜택이 커지기 위해서는 2조4000억원은 책정돼야 한다. 직불금 재정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대농보다는 소농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게 된다. 내년 농식품부 예산안에는 직불제 예산이 2조2000억원으로 책정돼 있다.

면적 중심의 직불제를 개편한다고 했지만, 여전히 면적을 기준으로 하고 있는 점은 향후 개선해야 할 점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직불금 예산의 꾸준한 증가가 필요하다. 쌀 목표가격을 5년마다 재결정했듯이 직불금 규모도 3년을 기준으로 물가상승률을 반영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최소 물가상승률만큼 직불금 예산이 매년 확대돼야 하는 것이 두 번째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직불제 개편이 쌀 자급률 하락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