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7주년 특집] 공익형직불제 개편과 대안을 찾아서④ 유명무실 ‘경자유전’…임차농 보호 제도 없어
[창간7주년 특집] 공익형직불제 개편과 대안을 찾아서④ 유명무실 ‘경자유전’…임차농 보호 제도 없어
  • 최정민 기자 cjm@newsfarm.co.kr
  • 승인 2019.10.17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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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형 직불제 개편 앞서 농지법 개정 시급해
농사는 농민이…직불금은 농지 소유주가 여전한 ‘부당수령’

(한국농업신문=최정민 기자)기존 쌀 직불제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높이고 자 최근 공익형 직불제로의 개편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기존 직불제에서 해결하지 못한 형평성 문제의 해결책을 먼저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정부와 농민단체들은 이번 공익형 직불제 개편을 통해 그간 논란이 됐던 타작목과의 형평성 문제, 생산 과잉 문제 등을 해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기존 논에만 주어지던 직불금이 밭과 논을 통합해 면적을 기준으로 직불금을 지급하겠다는 것인데 이 부분이 오히려 그간 논란이 됐던 부재지부, 부당수령 문제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부재지주와 부당수령의 문제는 직불금이 도입된 이후 매년 문제되고 있으며, 지난 2008년에는 문제의 심각성이 커 정부가 농지법을 개정하는 등의 제도적 개선 작업도 진행된 바 있다.

농지법 아래 수많은 예외조항 비해 처벌규정 ‘미미’

임차농 60% 가까이…임차농 보호법 없어 농민 피해 커

 

“부당수령 더 강한 처벌규정 있어야”
부당수령 문제는 지역과 상관없이 곳곳에서 공공연하게 일어지고 있지만 농민들은 겉으로 드러낼 수 없는 상황이다. 신고 시 포상금이 있기는 하지만 현장에서는 농민이 신고 시 득보다 실이 더 많아서 알면서도 모르는 척 넘어가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부당수령과 관련해 충남의 한 쌀전업농은 “최근 논의 중인 공익형 직불제는 결국 논과 밭을 통합해 농지의 면적을 따져 직불금을 주겠다는 것인데 이는 결국 그간 문제 됐던 부당수령만 더 키워주는 꼴”이라며 “아무런 대책도 없는 개편은 안 된다. 부당수령으로 인해 실질적으로 농사를 짓는 농가만 피해를 보는 상황을 묵인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부당수령 문제는 더욱 강화된 처벌규정을 두어 강하게 나가야 한다. 과거 2008년 부당수령 문제를 없애기 위해 강하게 제도화한 부분이 있지만, 현재 어떤가. 전혀 해결되지 못했다”면서 “더욱 강한 처벌규정과 더불어 공익형 직불제 개편안 안에 제도화된 무엇인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부당수령 알면서도 묵인할 수밖에 없어”
전북의 쌀전업농 역시 “지금 공공연하게 부당수령이 지역 내에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땅을 빌려 농사를 짓는 입장에서 누가 그걸 신고할 수 있나. 뻔히 그 피해가 본인에게 온다는 것을 다 알고 있는데 신고 자체가 불가능하다”라며 “내가 알고 있기로는 지방보다 더 심한 곳이 바로 서울 근방이라고 알고 있다. 농민들 사이에서 하는 말로 서울 근방에서 농사 짓는 사람들은 직불금 구경도 못한다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라고 답답한 속내를 털어놨다.

현재 부당수령 문제는 이번 공익형 직불제 개편과 맞물려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 중 하나라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논의되고 있는 공익형 직불제 개편대로라면 결국 부당수령 문제는 해결될 수 없고 결국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서류 한 장 없이 빌리는 땅
문제는 합법과 불법을 파악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한 예로 전남의 한 농가는 계약서 없이 땅을 빌려 농사를 짓는 이들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고 귀띔했다. 결국, 농사는 농지 소유주가 짓는 것으로 돼 직불금 및 모든 혜택은 소유자가 받고 거기에 임차료까지 받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농사를 짓는 농민의 입장에서는 이런 조건이 아니면 당장 땅을 임대해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상황이 되지 않으니 울며 겨자 먹기로 소유자가 원하는 것을 맞춰주는 것이다. 

농업계 전문가는 “문제는 불법이 자행되고 있지만 처벌이 쉽지 않다는 것”이라며 “불합리한 조건임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계약을 하고 농사를 짓는 일부 농민들이 그마저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어 난감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현 농지법은 초기 농지법의 원칙을 무시하고 너무 많은 하위 법을 만들어 놨다”면서 “현재 농지법을 초기 농지법을 토대로 정리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정부, 세부 개편 시 조기 차단 방법 모색
이와 관련해 농림축산식품부는 “부당수령 문제는 개편안 논의 과정에서도 심도 있게 다뤄진 부분”이라며 “세부 개편 시 더욱 철저하고 세밀하게 제도화 해 부당수령을 조기에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농식품부는 지난 2008년 부당수령 문제가 불거지나 제도를 강화하고 확인, 점검 등의 대책을 마련해 진행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17년부터는 신청단계, 현장점검, 직불금 지급 등의 단계로 구성된 ‘쌀·밭 등 농업 직불금 부당수령 예방 대책’을 수립·시행하고 있지만 크게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현장의 평이다.

농지법 잦은 개정…임대차 보호는 안일 
농지법의 잦은 개정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현행법 상 농지의 경자유전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 실제 농사를 짓는 농민만이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농지법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수차례 개정되면서 본 취지는 흐릿해지고 수많은 예외조항을 통해 경자유전의 원칙은 퇴색돼 실제 농민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그간 수차례 농지법이 개정됐지만 농지 임대차 제도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이런 문제는 부재지주를 만들어내 농사를 짓기 위해 농민은 얼굴도 모르는 농지 소유주와 계약을 하고 임차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임차농지 비율.
임차농지 비율.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임차농가 비율은 지난 2005년 42%에서 2017년 56.4%로 전체 농가의 절반 이상을 자치하고 있다. 문제는 농지가 일반 건물처럼 임대·임차가 비율이 높아지고 있지만 임차농을 보호하는 제도적 틀이 존재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농지는 농지법 제6조 및 제23조제1항에 농업경영을 하는 사람이 농지를 소유할 수 있으므로, 원칙적으로 농지를 임대차 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다만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농지를 소유하는 경우 ▲상속으로 농지를 취득하여 소유하는 경우 ▲8년 이상 농업경영을 하던 사람이 이농한 후에도 이농 당시 소유하고 있던 농지를 계속 소유하는 경우 ▲담보농지를 취득해 소유하는 경우 등 수많은 예외조항을 두고 있다. 물론 이에 따른 처벌 규정도 있다. 규정을 위반해 소유 농지를 임대하거나 사용대한 사람은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 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농지법을 두고 처벌 규정은 약하고 수많은 예외규정을 둬 당초 농지법이 퇴색됐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사)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관계자는 “농지법이 개정되는 과정에서 실제 개정이 농민을 위한 방향으로 진행된 것인지 확인하고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면서 “임차농이 60%에 가까운 현 상황에서 아무런 대책 마련 없이 공익형 직불제로 개편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수년간 논란이 됐던 부재지주, 부당수령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그것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지금 논의가 되고 있는 공익형 직불제가 실질적으로 농업을 살리고 올바른 정책으로 자리잡기 위한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