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상생기금 저조는 ‘농업홀대’ 또 다른 이름
농촌상생기금 저조는 ‘농업홀대’ 또 다른 이름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19.10.23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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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업신문=유은영 부국장)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농어촌 상생협력기금이 앞으로도 활성화할 일은 없어 보인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삼성조차 면피식 생색내기에 그치는데 다른 기업들이 앞다퉈 기금 조성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얼마 전 끝난 올해 국정감사에서 농어촌상생기금 민간기업 출연을 독려하기 위해 5개 대기업의 사장단을 증인으로 불렀었다. 증인명단에는 삼성전자, 포스코, 한화, GS, 이마트 등이 포함됐다. 결과적으로 이들은 해외출장이나 국내 행사 등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국회는 증인 출석을 주도한 농해수위 소속 정운천 의원의 요청에 의해 이들 회사의 사회공헌담당 임원들을 불러 비공식 회의를 대신 개최했다. 회의에 참석한 사회공헌 담당 임원들은 농어촌 상생협력기금 출연에 적극적인 협력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는 의례적인 인사성 답변이었을 게다. 아무리 사회공헌 담당이라고는 하지만 사장단이 피해버린 자리를 임원들이 가서 확실한 청사진을 제시하기란 어려웠을 것이다.

삼성은 국감 시작 전 2억5000만원을 출연했다. 지금껏 미루다가 국회가 부르니 부랴부랴 출연한 것이 누가 봐도 면피성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출연금액도 국내 1위 기업의 ‘스케일’ 치고는 너무 약소하다.

도대체 농어촌상생기금이 무엇인데 기업들이 이토록 꺼리는 걸까. 농어촌상생기금은 지난 2015년 한중 FTA 국회 비준동의 시 자유무역협정으로 피해를 보거나 볼 우려가 있는 농어업인을 보호하기 위해 여야정 합의로 도입됐다. FTA로 이익을 얻는 민간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낸 기부금을 재원으로 2017년부터 매년 1000억 원씩 10년간 총 1조 원의 기금을 조성해 농어업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지난 3년간 조성된 기금은 목표액(3000억원)의 21%인 643억원에 불과하다. 그나마 공기업들 위주로 출연이 이뤄지고 민간기업들의 참여는 드문 상태다.

문 정부는 출범 이후 3년 동안 꾸준한 ‘농업홀대’로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후보 당시 내건 농정공약의 이행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농민단체들이 들고 일어나자 겨우 이행하는 듯했지만 구색만 갖춰놓고 실제 약속했던 정책목표와는 먼 길로 돌아가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농어촌상생기금도 농업홀대의 다른 이름이다.

올봄 ‘논 타작물 재배’에 농가의 신청을 독려하러 전국을 뛰어다니던 농협 관계자의 한탄이 귓가를 맴돈다. “지원금 두 배, 세 배로 팍팍 늘리면 알아서 신청합니다. 이럴 때 쓰자고 만든 게 농어촌상생기금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