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벼 안 내놓아"...수매철 RPC들 울상
"농가 벼 안 내놓아"...수매철 RPC들 울상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19.10.29 0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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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오를 것이란 기대심리로 출하 미뤄
RPC들 10~12월 동안 정부미 10만톤 수매
매입물량 안 지키면 정부 지원자금 회수 '패널티'
2월까지로 매입기간 연장하거나 의무매입물량 줄여줘야

통계청 "수요량보다 2만톤 모자라" 발표

농가들은 '도정수율' 줄어 "더 감소" 예상

인상 기대로 출하 미루자 RPC들 대정부 건의

"매입시기 내년 2월까지 ↑, 매입물량 1배로 ↓"

'수확기' 한정 매입시기를 '연간'으로 완화하는 것도

 

산지 벼값 인상 기미...이례적 작년 수준 될 것

벼값 높게 샀다가 쌀값 오르면 정부가 '공매'

RPC(미곡종합처리장)들 손해볼 수밖에 없는 구조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벼값이 오를 것을 기대해 출하를 미루는 농가들이 많아짐에 따라 산물벼를 수매하는 미곡종합처리장(RPC)들이 벼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28일 RPC 등 산지 쌀 유통업계에 따르면 벼 확보가 어려워진 RPC들은 수매 기한을 내년 2월까지 연장해주거나 매입물량을 현행 대출지원금액의 1.5배에서 1배로 낮춰줄 것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농협RPC와 민간RPC 약 200여 업체는 올해 정부 공공비축미 35만톤 가운데 산물벼 수매물량으로 정해진 10만톤을 12월까지 매입해야 한다.

충남 예산의 통합RPC 공장 마당에 수매한 벼포대가 놓여 있다.
충남 예산의 통합RPC 공장 마당에 수매한 벼포대가 놓여 있다.[자료제공=농협]

 

정부는 매해 수확기 공공비축미를 매입하는 RPC에게 0%에서 2%의 저금리로 매입자금을 대출해주고 그 액수의 1.5배만큼 벼를 사게 한다.

규정을 지키지 못한 RPC에겐 등급 강등 조치를 하고 자금을 회수해 가는 패널티를 주고 있다. 패널티를 받는 RPC는 그간 혜택받은 이자까지 수십억원을 토해내야 한다.

올해는 수확기 직전 '링링' 등 대규모 태풍이 세 차례나 지나가자 전국에서 벼가 도복되거나 침수되는 피해를 겪었다. 이에 따라 쌀 생산량이 모자랄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고 지난 15일 통계청은 수요량(380만톤)보다 2만톤 모자란다는 쌀 예상생산량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사실 2만톤은 오차범위 안에 있는 수치로 막상 시간이 지나보면 수요량보다 남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농가들은 쌀 생산량이 통계청 발표보다 훨씬 더 모자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통계청 조사가 이달 초 불어닥친 태풍 '미탁' 이전에 이뤄진데다 낱알을 감싼 왕겨가 기상악화로 두터워져 도정수율이 현저히 낮아질 거라 예상하기 때문이다.

전남의 한 농가는 "작년에도 비가 많이 내려 도정수율이 안 좋았다. 올해 태풍 피해벼를 정부 수매로 시장격리하고나면 예상보다 쌀이 더 모자랄 것"이라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태풍 피해벼가 시장에 유통되는 걸 막기 위해 11월까지 공공비축미와 별도로 등급을 주어 매입하고 있다.

한 지역농협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농가들이 민간RPC보다 농협에 (벼를) 내는 걸 선호하는데 올해는 농협들도 벼 확보가 예전만큼 안 된다"고 토로했다.

그나마 농협은 민간RPC에 비해 상황이 낫다. 농가들은 본인들이 조합원으로 속해 있는 농협에 벼를 내는 걸 선호하기 때문에 민간RPC들은 벼 확보하기가 농협보다 더 어렵다.

따라서 매해 수확기면 농협이 주는 가격보다 1000원이라도 더 얹어주면서 농가를 설득한다.

이런 민간의 형편을 고려한 정부는 수매 시기를 이듬해 1월까지로는 종종 연장해 줬었다.

벼가 모자랐던 2014년에는 2월까지 연장해 줬다. 올해도 벼가 모자라자 2월까지는 연장해 줘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매입물량도 지원받은 정책자금의 1.5배를 수확기에 사도록 돼 있지만 농가들이 출하를 안 하는 상황에선 도저히 살 재간이 없다.

한 RPC 업체 관계자는 "수확기에 정책지원자금의 1.5배를 사도록 하는 현재 규정을 '연간'으로 완화하면 사정이 좀 나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지 시세 '꿈틀'

실제 산지에선 벼값이 조금씩 오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는 품종별로 7만1000원에서 6만3000원까지 매입가격이 형성됐다

한 RPC 업체는 "추청 40kg 조곡이 6만5~6000원에 거래되고 있다"며 "작년 가격이 이례적으로 높아 좀 내릴 거라고 봤는데 작황이 안 좋아 내릴 수가 없겠더라"고 전했다.

하지만 전남북, 경상도 일대는 작년보다 2~3000원 낮은 상황이다. 전남북은 5만8000~6만원에 벼 거래가 이뤄지고 있고 경남북은 5만5~8000원에 벼를 사 들이고 있다.

작년엔 이듬해 예정된 동시조합장선거 영향으로 전국적으로 벼 매입가격이 6만원이 넘었다.

그러나 벼값이 점차 더 올라 작년 수준은 될 것이라는 게 산지의 공통된 의견이다.

전남의 한 RPC 업체는 "생산량이 줄어 쌀값이 점점 오를 것 같다"며 "RPC로선 수매가를 높여 사서 쌀값을 올려팔면 되는데, 시장가격이 일정 수준 높아지면 정부가 또다시 공매로 방출할 거다. RPC는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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