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위협받는 식량
[전문가칼럼]위협받는 식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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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10.31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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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민 경북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교수
김경민 경북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교수
김경민 경북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교수

 

태풍 하기비스로 인하여 사망자 수가 최소 23명으로 늘었다는 소식과 세계 곳곳에서 396번에 걸쳐 역대 최고 기온이 갱신되었다는 소식과 더불어 “내가 오늘 등교를 거부한 이유”가 기후변화였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부터 우리나라의 농업생산 분야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연초부터 4월까지는 예년과 달리 불규칙한 일기가 계속되었고, 여름철에는 불볕더위가 계속됐고, 가을에 접어들면서는 태풍과 흐리고 비가 내리는 날이 많아졌다. 가을철에 내리는 비마저 국지성 폭우로 곳에 따라서는 홍수가 지는가 하면 어떤 곳은 가뭄이 계속되어 식수 걱정을 하기도 했다.

겨울철의 변덕스러운 기상은 마늘, 양파와 같은 겨울작물의 생산량을 많이 감소시킨다. 그리고 봄에 꽃이 피어 열매를 맺는 대부분의 과일나무는 개화기가 예년보다 늦어지고, 저온과 폭설로 인한 냉해까지 겹쳐 결국에는 흉작이 되고 말았다. 이런 이유로 마늘과 양팟값은 예년보다 크게 올랐고, 과일 또한 높은 가격으로 거래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우리의 주식인 쌀은 어떠한가. 2009년만 하더라도 쌀 생산량이 490만 톤을 넘을 정도로 대풍을 이루었다. 정부에서는 남아도는 쌀을 처분하는 데 모든 역량을 기울여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한 해가 떠들썩했다. 올해 쌀 생산량이 377만 9000t으로 예상하여서 39년 만에 최저일 것이다. 우리는 지난 4년 연속으로 감소하고 있다. 이런 추세이면 이제 쌀마저 수입량을 늘려야 할 형편이다.

전문가들의 견해에 따르면 몇 년간 농업생산의 불안 요소는 기후변화와 더불어 앞으로 더욱 심각해진다고 한다. 올해도 기후변화 등이 예년과는 크게 다른 양상으로 발생하고 있고, 이로 인한 농가 피해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한 해 우리나라의 농업은 분명히 대란을 겪었고, 지금도 그 사태는 계속되고 있다. 크고 작은 기상재해로 농산물의 수급 불안이 심화하고,

이것이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올해 1월의 식품 물가 상승률(11.6%)이 OECD 국가 중에 최고를 기록할 정도로 높아졌다. 이는 국민의 식생활 전반을 어렵게 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빈번한 기상이변과 개발도상국의 식량 수요증가 등으로 국제 곡물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쌀을 제외하면 우리의 곡물 자급률은 5%에 불과하다. 식량 안보가 무엇인가. 국가가 자국민에게 필요한 식량을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공급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는 것이다. 국가의 식량정책에 대전환해야 하겠다.

농지전용을 막아야 하고, 경지 이용률을 높이는 동시에 농업인들이 식량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제도도 개선되어야 하겠다. 이제 식량자급률의 목표제 도입도 더 미룰 일이 아니다. 기후변화에 맞는 안정적인 식량 확보정책이 종합적으로 재점검되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