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자 조직화 왜 안 될까" 먹거리 유통 비용 간접비로 돌려야
"생산자 조직화 왜 안 될까" 먹거리 유통 비용 간접비로 돌려야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19.11.05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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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농식품신유통연구원 제101차 토론회
유럽연합 생산자조직화 제도와 국내 조직화사례
농산물 제값받기 성공하려면...APC 이용 농가 부담 절감 급선무

농산물 제값받기 핵심 APC…농가 비용 부담에 이탈

생산자조직(PO), 힘의 균형 확보하려 조직

공동구매·공동판매로 PO 조직원 이익 향상

우리나라 농산물 제값받기 추진 ‘연합사업’

공익적 기능에도 농가 이탈 잦아...개별판매 64%

APC 이용비 이탈 원인...사회 간접비로 돌려 부담 줄여야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유럽의 생산자조직화 사례를 알아보고 우리나라에 적용시킬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는 장이 열렸다.

농식품신유통연구원은 지난 1일 제101차 신유통토론회로 ‘유럽연합 PO(Producer Organization) 제도와 국내 조직화 사례’를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농식품신유통연구원은 지난 1일 제101차 신유통토론회로 ‘유럽연합 PO(Producer Organization) 제도와 국내 조직화 사례’를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사)농식품신유통연구원(이사장 원철희, 원장 김동환)은 지난 1일 제101차 신유통토론회로 ‘유럽연합 PO(Producer Organization) 제도와 국내 조직화 사례’를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하석건 ㈜한서아그리코 대표가 ‘유럽연합 PO 제도의 이해’를, 안재경 농협경제지주 푸드플랜국 국장이 ‘농산물유통 공익적 가치의 의미와 생산자조직 육성 방안’을, 강성채 순천농협 조합장이 ‘국내 광역 조직화 사례와 시사점’을 주제로 각각 주제 발표 했다.

김동환 농식품신유통연구원 원장은 인사말에서 “올해 봄부터 농산물 가격이 폭락해 농업인이 큰 어려움을 겪었다”며 “그때마다 대안으로 제시되는 게 농가조직화를 통한 농산물의 수급조절이다”고 국내 농가조직화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이어 김 원장은 “농가의 책임의식을 높이는 게 농가조직화의 핵심이 아닌가 한다. 선진국에선 어떻게 하는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김동환 농식품신유통연구원장(왼쪽 네 번째)을 좌장으로 패널들이 토론하고 있다.
김동환 농식품신유통연구원장(왼쪽 네 번째)을 좌장으로 패널들이 토론하고 있다.

 

장 교섭력 높이는 길, 농산물 공동판매

생산자조직(PO)은 생산자가 농산물을 판매하는 도.소매유통 및 가공업체들과의 거래관계에서 힘의 균형을 확보하기 위해 조직하는 단체다. 조직원들이 생산한 농산물의 공동판매, 가치 향상, 농자재 공동구매, 농기계 공동사용 등을 통해 조직원들의 경제적 이익을 높이는 활동을 한다. 유럽은 과일.채소 부문에 생산자조직 제도를 1972년 도입해 시장격리 물량 제공과 생산자들에 대한 보상금 분배 등의 역할을 하도록 했다.

이날 포럼은 우리보다 앞선 유럽 선진국들의 생산자 조직화 사례를 통해 국내 개선점과 적용방안을 알아보고 농산물 수급 균형을 도모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농식품신유통연구원은 1999년 설립 이후 20년 동안 소비 패턴 변화와 농업 환경 변화에 따른 농산물 유통 시스템의 혁신에 힘써 왔다. 그간 유통 전문가 양성을 위한 마케팅리더 과정 및 서울대 농식품 유통 최고위과정 등 각종 교육사업을 진행해 왔으며, 매년 연말 ‘농산물 마케팅 대상 시상식’을 열어 우수 조직 발굴에도 적극 노력해 왔다.

최근 후원기관으로 합류한 종합물류회사 로지스올의 서병륜 회장(농식품신유통연구원 감사)은 인사말을 통해 “일본이 우리보다 10년 먼저 농업에 대해 고민하는 것 같아 미래 농업의 방향을 어떻게 잡고 가는지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며 “IOT(사물인터넷), 빅데이터가 화두가 되는 정보통신 시대에 걸맞게 농업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10년이 되기 전에 농업에 엄청난 변화와 혁신이 일어날 거라 본다”고 예측했다.

서병륜 회장은 지난 2015년 조그만 외부압력이나 환경변화에도 쉽게 파손되던 기존 1회용 파렛트를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리사이클 파렛트 개발, 대체해 물류산업에 일대 혁신을 가져왔다.

이날 행사는 전문가 주제발표 후 토론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토론에는 김동환 연구원장을 좌장으로 김성훈 충남대 교수, 박성대 옥종농협 상무, 박해근 남원시조합공동사업법인 대표, 이광형 (사)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 이정삼 농림축산식품부 유통정책과장 등이 참여했다.

 

EU, 대형마트와 경쟁 위해 '생산자 연합' 필연적 활성화

유럽에서는 대형마트와 경쟁 때문에 필연적으로 생산자들이 연합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하석건 한서아그리코 대표는 ‘유럽연합 생산자조직 제도와 이해’ 주제발표를 통해 “유럽과 우리나라는 규모면에서, 역사적 배경에서 차이가 있다. 생산구조나 생산배경, 유통구조도 우리와 다르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하 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대형유통업체의 유통시장 점유율이 대략 35% 정도인 반면 네덜란드, 벨기에, 덴마크, 스웨덴 등 유럽 서북부지역은 80~90%에 이르며, 가장 점유율이 낮은 이태리도 60%로 우리나라의 두 배다.

또 현재는 회원국이 28개지만 과거 15개국일 때도 공동시장정책을 써서 회원국간 관세장벽이 없었다. 이런 배경들 때문에 생산자들이 힘을 합쳐 규모화 조직화에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게 하 대표의 설명이다.

특히 생산자조직이 일찍이 제도화를 통해 체계를 잡아갈 수 있었던 데는 역사적 배경이 작용했다. 유럽은 1920~30년대 농협이 생긴 시점부터 신용조합 따로 품목별 농협 따로 있었다. 그래서 농협에 가입하는 순간부터 농협조직과 조합원들 간 규칙을 엄격히 지켜야했다. 이것이 생산자 결속을 활성화시키는 바탕이 됐고 여러 관련 제도와 법이 만들어지게 됐다.

과일.채소 부문에 생산자조직이 도입된 것은 1972년이다. 하 대표는 “생산자조직이 제도화되면서 농산물의 계획적 생산과 수급조절, 유기농업이 활성화되는 효과를 보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현실은 어떨까. 안재경 농협경제지주 푸드플랜국 국장은 “우리 농산물은 생산원가를 받아내기 어려운 구조에 있다”며 “영농자재, 유통업체 등 전후방 산업 대비 농업이 갖고 있는 취약성, 농업인의 취약성 때문에 거래교섭력이 약해 가격결정에 영향력을 미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우리나라 농산물 가격은 도매시장, 마트 등 시장에서 대부분 결정되기 때문에 생산.유통과정에서 비용이 증가해도 판매가격에 반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같은 농가개별판매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것이 연합사업(공동판매)이다. 읍면 단위 판매사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규모화를 통한 시장교섭력을 강화해 농산물 제값받기를 실현하는 것이다. 산지 교섭력 강화의 핵심은 APC(농협 농산물 산지유통센터)다. 농업인들이 공선·공동출하회를 통해 결속해 산지농협들과 약정을 맺어 계획생산 및 출하를 이행하고 APC에서 상품화된 농산물은 시·군·도·전국 단위 연합조직이 합동 마케팅을 벌여 도매시장과 직거래처, 공공급식, 온라인몰, 수출·가공 등 시장으로 분산시키는 것이 연합사업의 내용이다.

그러나 아직은 농산물 유통단계 비용 대부분을 생산자가 부담하고 있다. 이것이 APC의 공익적 기능에도 생산자가 연합조직에서 이탈하는 원인이 된다. 예산부족으로 APC 지원이 모자라다보니 농가가 APC 이용비 부담 때문에 개별 판매를 고수하거나 돌아간다. 개별판매율이 64%에 달할 정도로 공동판매 활성화가 미진하고 이는 또 조직화·규모화 미진전, 시장대응력 약화를 초래해 농산물 제값받기에서 멀어지는 것이다.

안 국장은 “농산물 유통은 국민 먹거리를 공급하는 과정으로 그 수행비용을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며 “농가 부담 직접비용을 사회적 합의를 거쳐 단계적으로 사회간접비용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성채 순천농협 조합장은 ‘국내 광역 조직화 사례와 시사점’ 발제자로 나서 순천농협 농가조직화 활성화사례를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농가조직화 추진방향 ▲소량다품목 중심의 계약재배 ▲거점 APC 활성화 ▲공선출하회 육성 ▲품목별 농가조직화 등이다. 강 조합장은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대단위 합병농협의 농가조직 활성화 사례를 발표해 참석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강 조합장은 현재 3선 조합장으로 조합원 수 1만8000여명과 자산 2조3000억원 등 전국 최대 규모의 지역농협을 이끌고 있다. 최근에는 미래농업의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 ‘꽃이 되어 바람이 되어’ 책을 출간해 화제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