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건강한 발효식품, 쌀 조청의 재발견
[전문가칼럼]건강한 발효식품, 쌀 조청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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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11.06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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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쌀가공식품협회 이성주 전무이사
이성주 한국쌀가공식품협회 전무이사
이성주 한국쌀가공식품협회 전무이사

사카린이나 설탕이 들어오기 전에 우리에겐 조청(造淸)이 있었다.
조청이란 ‘곡류를 엿기름으로 당화시킨 후에 오랫동안 고아서 길쭉하게 만든 묽은 엿’을 말한다. 자연에서 얻은 꿀을 청(淸)이라 하며 인공적인 꿀이라는 뜻에서 조청이라 한다.

이러한 조청은 쌀이나 수수, 옥수수 등의 잡곡, 고구마 등의 전분질로 만들며 원료곡에 따라 빛깔, 광택, 끈기 등이 다른데 특히 쌀 조청은 단맛이 우수하면서도 그 빛이 맑고 고와서 인기가 높다.

조청은 17세기 이전부터 만들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과거엔 꿀이나 설탕이 귀해서 꿀 대신 조청에 떡을 찍어 먹곤 하였다. 60년대 이전에 태어나신 분이라면 추운 겨울 화롯가에 둘러앉아 가래떡을 구워서 조청에 찍어 먹던 추억의 맛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조선 시대 궁중에서는 왕세자의 두뇌 발달을 위해서 공부하기 전에 조청을 먹게 했다고 한다.

건강한 식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쌀 조청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단당류인 설탕과 달리 조청은 발효과정을 거쳐 얻어지는 친환경 다당류이기 때문에 당뇨, 성인병, 비만이 있는 이들도 안심하고 섭취할 수 있는 천연 감미료이다.

경상북도 농업기술원은 경북대학교 미생물학과와 공동연구를 통해 쌀조청의 면역력 증대효과를 규명한 바 있다. 실험 결과 쌀조청은 체질 개선, 몸의 균형 유지, 독소 제거 등 면역력을 활성화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청은 접착성이 강한 액상이라는 특성 때문에 사용하기가 불편하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소비자가 사용하기 쉽도록 용기를 개량하고 설탕 대신 쌀조청을 활용한 건강식품이 출시되어 인기를 끌고 있다.

조청의 대량생산이 가능한 요즘엔 강정이나 과자 등을 만들 때 폭넓게 사용하고 있으며 쌀 조청을 이용하여 도라지, 홍삼, 옻 등을 건강한 기능성식품으로 재탄생시키고 있다.

스틱형 쌀 조청을 일회용 소포장으로 만들어 사용과 보관을 쉽게 해서 대박을 터트린 사례가 있다. 전북 순창에 있는 GH사는 소규모 영농조합법인에 불과하지만 2018년 한국쌀가공식품협회가 주관한 쌀가공식품산업대전에 참가하여 스틱형 조청 초도발주 70만포, 700만불의 매출 계약을 체결하고 500만불의 투자유치도 끌어냈다.

3세대 젊은 후계자의 도전 의지가 빛을 발한 사례도 있다. 대구에서 전통적인 쌀 조청을 생산하는 DH사는 설탕 대신 쌀 조청을 이용하여 토마토, 사과, 블루베리, 딸기 등을 원료로 무설탕 라이스 잼(Suger free rice jam)을 만든다.

쌀 조청은 설탕이 첨가되지 않은 발효식품이기 때문에 프리프롬식품(슈가, 글루텐, 락토스, 너트 등 앨러지나 소화장애, 비만의 원인이 되는 요소를 배제한 식품으로 non GMO, 비건식품 등도 포함된다) 시장과 같이 전문화된 시장에서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

특히 유럽은 슬로우 푸드(Slow food), 오가닉 푸드(Organic food), 네이처 푸드(Nature food)에 무척 관심이 많기 때문에 매년 유럽에서 열리는 글루텐프리 박람회나 프리프롬박람회에서 쌀조청으로 만든 라이스 잼이 큰 인기를 끈 바 있다.

2018년 이탈리아 리미니 글루텐프리 박람회에서는 이탈리아 당뇨예방협회가 당장 구매방법을 문의할 정도로 관심을 보였고 설탕 없이 단맛을 내는 동양의 신비한 맛에 놀라워했다. 2019년 스페인 바르셀로나 프리프롬푸드 박람회에서는 조청과일잼이 스페인 현지 TV 방송에 소개되기도 했다.

스틱형 쌀 조청과 쌀조청을 이용한 과일잼 등은 건강한 이미지를 살려서 전략적인 수출 마켓팅을 추진한다면 김처럼 제2의 수출효자품목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현재는 수산물 중 대표적인 수출품목이 된 김도 처음엔 서구인들이 ‘블랙페이퍼’라고 하면서 바다에서 자라는 풀이라고 외면했지만 건강한 다이어트 식품으로 알려지면서 2018년에 5억불 이상을 수출하는 인기상품이 되기에 이르렀다.

쌀 조청은 단 맛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현대인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과학적인 식재료라는 점에서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 ‘전 세계 가정의 식탁에 한국 전통 천연감미료인 조청이 한 병씩 놓이는 그 날까지 조청의 우수성을 알리겠다’는 쌀조청업체 관계자의 당찬 포부가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