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농업에 ‘전기료 폭탄’ 투하
한전, 농업에 ‘전기료 폭탄’ 투하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19.11.11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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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례할인 제도 폐지 언급…농가 부담 최소 2배 ↑
RPC 벼 건조비용 ‘직격탄’, 무·배추 과잉공급 심화도
경영압박에 농가부담 늘고 돈 덜 드는 품목 재배 늘어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한국전력이 원가의 30%만 받는 현행 농사용 전기료를 손보기로 함에 따라 농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김종갑 한전 사장은 최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내용의 전기요금 개편 방안을 오는 28일 이사회에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전기 사용량이 적은 가구에 대한 할인 등 한시적 특례제도의 일몰이 도래하면 예정대로 폐지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농업용을 가장 먼저 개편하겠다고 해 농업계 전반에 거대한 파장이 예상된다. 전기료 인상의 부담이 결국 농민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현재 한전은 농산물 생산, 가공, 유통 과정의 전기요금 단가를 할인해 주고 있다.

한 민간RPC 업체 공장에 톤백벼를 실은 트럭이 들어오고 있다.
한 민간RPC 업체 공장에 톤백벼를 실은 트럭이 들어오고 있다.

 

특례제도 폐지의 직격탄은 작년 91억원의 혜택을 본 미곡종합처리장(RPC)으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RPC의 벼 건조와 저온저장에 드는 전기료 할인을 폐지하면 업체가 내야 할 전기료만 최소 2배가 올라간다.

전북의 한 민간RPC 업체 관계자는 “농민들한테서 수매하는 산물벼 건조료를 40kg 한 가마당 통상 1300~1500원 받고 있는데, 3000원으로 올릴 수밖에 없다”며 “경영부담 때문에 농가에서 받는 건조료부터 사정없이 올라간다. 전기 문제가 아니라 농민들한테 굉장한 부담을 준다는 것이 큰일”이라고 내다봤다.

더 큰 문제는 자금 융통이 어려워진 RPC가 농가 벼를 예전보다 못 사 줄 것이란 데 있다.

2015년 3개 농협이 합친 충남 당진해나루쌀조합공동사업법인 관계자는 “1년에 1억5000만원가량인 전기료가 3억원이 넘게 되는 것”이라며 “전체 농협RPC 150곳이 최소 100억원의 경영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벼값을 농민들이 원하는 만큼 줄 수 없게 되는 것”이라며 “할인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장시설을 이용하는 무, 배추 등 채소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무, 배추 등 채소는 보통 산지 유통인이 밭떼기 계약을 해 저장해 두고 판다. 배추의 경우 저온저장시설 100평을 평당 7만원에 임대하는데, 그 중 전기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20%다.

이광형 (사)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배추는 여름에 두 달, 겨울에 석 달 보관하는데 전기료가 두 배 정도 오른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총장은 “전기료 인상은 농산물 과잉공급을 심화시키는 기폭제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농민들은 재배하는 데 돈이 덜 드는 품목을 찾게 되고 그 결과 무, 배추 등 대중적인 채소를 심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뜩이나 심각한 무, 배추 가격의 급락.급등 현상을 부추길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총장은 “농업생산 부가가치 떨어진지 오래고 농업소득은 1000만원에서 제자리”라며 “전기를 사시사철 쓰는 화훼농가들은 아예 고사하게 된다. 나아가 한국 농업이 도산하게 된다. 농업을 지키려면 전기료 할인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7년 우리나라 전체 전력 사용량 가운데 농업용은 교육용(1.6%)보다 조금 많은 3.4%를 차지했다. 미미한 전력 사용량은 차치하더라도 한전의 농업용 전기 할인 폐지는 식량안보 차원에서 농업을 보호해 온 정부 정책과 엇박자를 빚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