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총궐기대회특집①]개도국 포기 대책으로 변질된 공익형 직불제
[농민총궐기대회특집①]개도국 포기 대책으로 변질된 공익형 직불제
  • 박우경 기자 wkpark@newsfarm.co.kr
  • 승인 2019.11.14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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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약속했던 직불제가 대책인가” 농민 반발
개도국 포기 실질적 대책 마련해야

(한국농업신문=박우경 기자)정부가 WTO(세계무역기구)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하고 농심을 달래기 위한 대책으로 ‘공익형 직불제 도입’을 거론하자, ‘이미 추진되고 있는 정책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며 진정성 없는 정부 대책에 농민단체의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외교부 앞에서 농민 단체장들이 개도국 지위 포기 선언을 막기위해 정부청사로 진입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외교부 앞에서 농민 단체장들이 개도국 지위 포기 선언을 막기위해 정부청사로 진입하고 있다.

타 산업과 달리 불안정성이 높은 농업분야의 WTO 개도국 지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농업인들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WTO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면서 농민단체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가 개도국 지위 포기로 제시한 대안들이 구체성이 없거나 원론적인 답변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25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외교부 브리핑실에서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통해 WTO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에 농민단체와 농림축산식품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는 농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우려되는 피해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에 농민단체는 해외 농업시장 대비 상대적으로 불안한 국내 농업계 상황을 고려한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미 논의되고 있는 공익형 직불제를 도입하겠다고 재차 언급하거나, 피해가 발생할 경우에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실망한 일부 농민단체는 간담회를 거부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 11일 진행된 농업인의 날 행사에서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WTO 개도국 지위를 포기함에 따라 농업인들의 상실감이 많을 것 같다”며 “(농식품부는) 농업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농업의 공익적 기능의 강화를 위해 공익형 직불제를 조속히 도입하겠다”고 되풀이했다.

농민단체들은 이미 과거부터 국민적 공감을 토대로 추진되고 있던 공익형 직불제를 정부가 WTO의 대책으로 내놓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사)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관계자는 “공익형 직불제로 전환된다면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더라도 감축보조금에 관계없이 직불금을 지급할 수 있고 2조 2000억원이 직불금 예산으로 편성돼 현행보다 예산이 더욱 확대될 수는 있다. 그러나 정부가 마치 개도국 지위 포기를 염두해두고 과거부터 큰 그림을 그려왔던 것처럼 애기하는 건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개도국 지위 포기로 분노하고, 미흡한 대책으로 두 번 분노한 농민들은 거리에 나와 개도국 지위 포기 규탄 집회를 이어나가고 있다.

철회가 불가능하다면 차선으로나마 정부가 농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개도국 지위 포기로 발생할 농업 피해에 대한 대책 수립이 절실한 때이다.

박경철 충남연구원 사회학 박사는 “WTO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면 농업도 선진국 스타일로 맞춰 가야하지만 개방하고 대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농업 위기로 지방소멸이 더욱 가속화 될 수 있다”며 “농업위기와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한 통치 철학이 필요한 때”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