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총궐기대회특집②]우리나라 농업보조금 비중, OECD 절반 수준
[농민총궐기대회특집②]우리나라 농업보조금 비중, OECD 절반 수준
  • 연승우 기자 dust8863@newsfarm.co.kr
  • 승인 2019.11.15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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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불제 개편으로 예산규모 확대해야

(한국농업신문= 연승우 기자) 농식품부 등 정부는 지난달 25일 WTO에서 농업분야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한다고 발표했다. 이어서 지난 4일 태국 방콩에서 개최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에서 협정문이 타결되면서 농업계에서는 국가가 농업을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탄식이 흘러나오고 있다.

정부는 WTO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면서 농업의 미래를 위한 투자를 통해 국내 농업 경쟁력을 높이겠다며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껍데기 수준의 정부 대책으로 인해 농가들의 분노는 더욱 거세졌고 13일 서울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하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 직불금 비중 일본보다 낮아

선진국들의 모임이라 할 수 있는 OECD 회원국가들은 농업총생산 대비 농업보조금을 10.6% 지급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 6월에 발간한 통계로 본 세계 속의 한국농업에 따르면 2017년 기준 OECD회원국의 농업총생산은 1조1560억6900백만 달러였고 농업보조금은 10.6%인 1226억6600만 달러를 지급했다.

반면 2017년 우리나라의 농업총생산액은 429억8800만 달러였고 농업보조금은 280억800만 달러로 총생산액 대비 비중은 6.7%였다. 이는 OECD 전체 국가의 농업보조금 비중인 10.6%의 절반보다 조금 많은 수준이다.

농업보조금 비중으로만 보면 미국 7.6%보다도 낮고 일본 10.3%보다도 훨씬 낮게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여기에서 과거의 재배면적이나 단수 등을 기준으로 지급되는 정부 보조금인 직불금도 OECD 다른 국가들과 현저하게 차이가 났다. 고정직불금은 우리나라의 논농업 고정직불금 등이 이에 해당한다.

OECD 국가 직불금 비중               단위: 백만달러 

EU는 2017년 전체 농업보조금의 54.3%에 해당하는 402억8000만 달러를 고정직불금으로 지급했다. 한국은 이에 절반 수준인 26.7%(7억7400만 달러)를 고정직불금으로 농가에 지급했다. 우리와 농업환경이 비슷한 일본은 35.4%가 보조금 중 직불금이었고 미국도 24.7%, 스위스 34.2% 등이었다. 호주는 농업보조금 자체가 적지만 직불금 비중은 우리보다 훨씬 높은 47.2%여서 선진국 대다수가 우리나라보다 농가에 직접 지원하는 보조금이 더 많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농업보조금 중 고정직불금 비중을 OECD 수준인 41.4% 이상으로 늘려야 선진국 수준의 직불금 지급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농업분야 최소 허용보조의 지급 실적은 대부분 농업생산액 대비 1~3%에 불과해 10%까지 보조해줄 수 있는 국제 기준에 비춰 매우 낮은 수준이다.

직불금 등 농업보조금을 농가에 지원하는 이유는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에서 실패했기 때문이다. 즉 자유로운 시장기구에 의해 자원 배분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시장실패가 발생하면 정부가 개입해 경제적 효율성을 증진시키고, 소득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농업보조금을 나라마다 지원한다.

여기에 외부경제효과인 농업의 공익적 기능에 대한 보상도 농업보조금의 역할이다. 국내에서는 공익적 기능에 대한 보상적 차원의 직불금 논의가 이제야 시작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 최근 3개년(2015∼2018년) 평균 전 세계 곡물자급률은 101.5%이며, 우리나라는 23.0%로 낮은 수준이다. 호주의 곡물자급률은 289.6%, 캐나다 177.8%, 미국 125.2%로 세계 평균보다 높다. 우리나라의 인근 국가인 중국과 일본의 곡물자급률은 각각 100.0%, 27.2%로 세계 평균보다 낮아 국가적 차원에서 식량자급률을 올려야 한다.

지난해 추진한 직불금 개편이 개도국 포기 대책??

지난해 말부터 직불제 개편은 농업계의 가장 큰 이슈였다. 감축대상 보조금인 쌀변동직불금을 폐지하고 농업의 다원적 기능에 대한 보상이 포함된 공익형 직불제로 농식품부가 개편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농가들이 분노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지난해부터 추진한 공익형직불제가 어느 순간부터 WTO 개도국 포기 대책이 돼 버렸기 때문이다. 지난달 25일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결정된 개도국 지위 포기의 첫 번째 대책이 공익형 직불제의 조속한 도입과 안정적인 제도 정착이었다. 여기에 더 가관인 것은 내년 공익형 직불제 예산이 9월에 2조2000억원으로 책정돼 국회에 상정돼 있었음에도 정부는 올해보다 예산이 늘어난 것으로 발표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2020년 예산안을 심사하면서 8000억원을 증액해 공익형 직불제 예산이 총 2조 9,609억원으로 결정됐다. 문제는 농해수위는 통과했지만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본회의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증액한 예산이 남아 있을지 알 수 없다.

농업보조금이란?

WTO에서는 개별 농산물에 대한 시장개입뿐만 아니라 전체 농업생산과 농업발전을 위해 취해지는 모든 형태의 국내정책을 농업보조정책으로 보고, 동 정책에 든 비용을 농업보조금으로 산정하고 있다.

WTO는 농업보조금을 크게 6가지로 구분하고 있는데 ①생산자 직접지불금 ②생산요소 지원, ③생산 촉진이나 통제를 목적으로 지원하는 보조 ④가격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시장에 사용하는 예산 ⑤수요 확대를 위한 지원(소비자) ⑥인프라 구축을 위한 지원으로 구분한다.

이를 크게 국내보조(domestic support)와 수출보조(export support)로 구분하고, 국내보조는 다시 허용보조(green box)와 감축보조(amber box)로 구분한다. 허용보조는 시장에 왜곡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 보조를 뜻하며, 생산자 직접지불금과 수요 확대를 위한 지원(소비자), 인프라 구축을 위한 지원이 해당한다.

감축보조는 시장에 왜곡적 영향을 미침으로써 시장을 왜곡시키는 보조로 규정되고 있으며, WTO 선진국에서는 감축보조를 개도국의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 감축보조에는 생산 촉진이나 통제를 목적으로 지원하는 보조, 가격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시장에 사용하는 예산 등이 포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