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원 농협중앙회장, 책 팔아 청년 농부 지원 '미래 둠벙' 팠다
김병원 농협중앙회장, 책 팔아 청년 농부 지원 '미래 둠벙' 팠다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19.11.25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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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둠벙을 파다' 출판 기념회 개최
농업인 찾아 30만km 지구 9바퀴 돌아
농촌 현장 누비며 느낀 점 책으로 펴내
저서 4권 판매대금 청년 농업인 지원에 써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현장에서 만난 농부들의 절박한 모습, 내 초등학교 댕길 때에서 한 발짝도 나아지지 않은 농민들의 삶을 보며 농민들을 어떻게 잘 살 수 있도록 할 것인가, 이것이 내가 농협을 택한 이유였다.”

 

지난 20일 전남 나주 종합스포츠파크다목적체육관에서 김병원 농협중앙회장 출판 기념회가 열렸다. 이날 상영한 동영상에는 그의 저서 ‘미래의 둠벙을 파다’가 나온 배경과 함께 김 회장의 인생 이야기가 녹아 있었다.

김 회장은 농협 재직 25년째 되던 해에 나주 남평읍 남평농협 조합장에 당선됐다. 그때 ‘농가소득 5천만원’을 향한 항로가 시작됐다고 그는 회고했다.

‘조합장으로서 농민을 위해 열심히 일하면 농민들 삶이 좀 나아지겠구나.’ 당시 그의 이런 생각은 중앙회장직 도전을 꿈꾸게 했고 세 번의 도전 끝에 지난 2016년 3월 드디어 당선되는 기쁨을 누렸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상처투성이로 얼룩진 농협의 모습에 또다시 아연실색했다. 반복되는 투자 실패로 손실액이 3조원이 넘어 경영위기 상태에 직면한데다 중앙회와 지역농협 간 불신, 농민·국민들의 외면…. 이 모든 원인이 농협 정체성의 상실이라고 판단했다.

“농협의 존재가치는 죽어도 농민이에요. 농민을 잘 살 수 있게 하는 것이 농협의 정체성인 거예요.”

이렇게 중앙회장 취임과 함께 그의 첫 번째 과제는 ‘농협 정체성 회복’이 됐다. 가장 먼저 방황하는 임직원의 가슴에 농심을 심기 위해 농협이념 중앙교육원을 설립했다. 지금까지 1만5000여명의 임직원이 이념 전문과정을 수료했다. 이론교육과 1박2일 농촌현장체험 등을 통해 농협의 모든 일에는 단연코 농업인이 중심이 됐다.

4년 동안 농협 정체성 회복을 부르짖으며 농민들 목소리를 듣기 위해 농촌 현장 곳곳을 누빈 거리가 30만km. 지구 9바퀴를 돌았다.

정체성 회복이 궤도에 오르자 ‘농가소득’에 대한 열망이 불타올랐다. 직접 목격한 전국 농민들의 어려운 생활 면면이 기폭제가 됐다. 비료, 농약, 농자재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태풍, 가뭄, 가축질병으로 시름하는 농민들 곁으로 가장 먼저 달려갔다. 농산물 가격 지지를 위해 선제적인 시장 격리와 지역 소농을 위한 로컬푸드 직매장 확대 등, 갖은 수단을 다 쓴 끝에 마침내 2018년 농가소득 4200만원을 돌파하고 올해 4500만원 달성을 바라보고 있다. 김 회장이 임기를 마치는 내년 5000만원을 넘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책 판매대금 농협 재단에 기부, 젊은 농부들 세계연수에 사용

김병원 회장은 농촌을 찾고 농업인을 위해 국회와 정부, 재계 사람들을 만나러 다닐 때마다 틈틈이 소감을 메모 했다. 1년이면 수북하게 쌓인 메모를 정리해 책을 냈다. 첫 번째 나온 책이 ‘절박한 농심이 나를 깨우다’였다. 이건 임직원 교육용으로 썼다. 그 다음에 낸 책은 ‘위드하라’였다. 이때부터 책 판매대금은 고스란히 농협재단에 기부했다. 재단에서 뽑은 청년 농업인들이 세계 농업 선진국들을 방문하는 데 드는 비용이 여기서 나온다. 이후 ‘단 한 걸음이라도 함께 가라’와 이날 출판 기념회에서 소개된 책까지 그는 임기 동안 농업 현장을 뛴 경험을 토대로 네 권의 책을 낸 셈이다.

“오늘 이 책도 여러분들이 한권씩 사 주셔서 베스트셀러에 올라가 1억원만 들어왔으면 좋겠다. 그럼 이번에도 우리 청년 농부들을 모집해 세계에서 가장 농사 잘 짓는 곳에 보내고 싶다.”

김 회장은 이렇게도 덧붙였다. “책장사 하는 것 같아 좀 그렇지만 우리 농민들 세계 여러 곳에 연수 시켜서 우리나라 최고의 농부를 만든다는 측면에선 굉장히 뜻있는 일 아닌가 생각한다.”

김병원 회장은 최근 각종 언론 매체 등을 통해 내년 총선 출마를 시사했다. ‘농민 대통령’이라 불리는 농협중앙회장에서 국회의원으로 출사표를 던진 김 회장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전국 도지사들 축하 메시지

이날 출판 기념회에선 각 광역자치단체장들의 축하 메시지가 속속 영상을 통해 전파됐다.

김영록 전남도지사 – 농업 근간인 쌀이 제값을 받도록 농협 자체 매입량을 크게 확대하는 등 쌀값 보장에 크게 기여하셨다. 올해 10월엔 협동조합의 노벨상인 ‘로치데일 공정개척자 대상’을 받으며 한국 농협의 위상을 드높이셨다. 저서가 농업을 꿈꾸는 사람들의 희망 샘터가 되길 기대한다.

송하진 전북도지사 – 이번 출간을 계기로 평소 열정을 쏟아온 농가소득 향상과 농업혁신에 대한 생각과 철학이 많은 분들에게 잘 전해지길 바란다.

양승조 충남도지사 – 사료값 인하, 물류비 조정 등 다양한 정책 시행 3년만에 농가소득 1000만원 이상 증가에 성공하셨다. 농협중앙회장 차(車)가 지구 9 바퀴를 돌며 현장을 찾은 열정이 커다란 성과에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최문순 강원도지사 – 농업인이 필요로 하는 곳에 항상 먼저 달려가는 모습에 크게 감동했다. 특히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8억원 상당 입장권 구매와 강원도 농축산물 구매 등 협조해주신 농협 임직원들에 대한 기억을 잊을 수 없다. 농업농촌의 변화를 바라고 농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함께 하겠다.

김경수 경남도지사 – 농가소득 5천만원을 향한 열정이 대한민국 농업농촌을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정말 든든하다. 농업농촌을 위해 둠벙을 파자는 회장님의 제안을 적극 지지하고 함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