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시대 축산을 엿보다 ‘축산실록’
조선 시대 축산을 엿보다 ‘축산실록’
  • 연승우 기자 dust8863@newsfarm.co.kr
  • 승인 2019.12.16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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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 목축업 발췌 분석

(한국농업신문= 연승우 기자) 조선은 기록의 나라였다. 조선시대 제1대 왕 태조로부터 제25대 왕 철종에 이르기까지 25대 472년간의 역사를 연월일 순서에 따라 편년체로 기록한 역사서인 조선왕조실록은 훈민정음과 함게 유니세프 세계기록문화로 지정됐을 정도로 수많은 기록을 남긴 왕조다.

조선왕조실록은 역대 왕을 중심으로 정치, 군사, 사회제도, 법률, 경제, 산업, 교통, 통신, 종교 등 조선 왕조 역사와 문화 전반을 포괄하는 매일의 기록으로 후임 왕이 전 왕의 실록을 편찬을 명해 최종적으로 편찬되었다.

조선 임금의 통치 기록을 담은 실록에는 백성의 이야기도 많이 담겨 있고 그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많은 자료가 있다. 수많은 자료 중에서도 소, 말 등을 키우는 목축업에 대한 기록을 하나로 모아 책으로 나왔다.

팜커뮤니케이션은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을 수집하고 분석한 ‘조선시대 목축업에 대한 기록 축산실록’을 발간했다. 저자는 농협중앙회 축산경제부문 기획담당 상무로 퇴직한 남인식 씨로 축산업에 대한 애정을 갖고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축산실록에는 군사용으로 주로 활용된 말, 농우로 주로 이용된 소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집에서 주로 사육했던 소, 말, 양, 돼지, 개, 닭 등 육축에 관한 이야기가 다양하게 서술되어 있다.

현대 가축이 주로 식용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과 달리 당시 가축은 군사, 교통, 외교, 물류, 농업, 제례, 의류소재 등 다양한 용도로 이용되었고 식용 목적 보다는 타 용도로써 가치를 더욱 인정받았다.

또한 왕이 가축의 증식에 얼마나 관심을 가졌고 이를 위해 얼마나 힘썼는지를 알 수 있는 기록이 여럿 발견되는데, 이를 통해 현대 축산업이 개인 주도의 산업이라면 조선시대는 국가가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였음을 알 수 있다. 또 소와 말의 경우 도축을 엄히 금하는 등 지금으로써는 이해하기 힘든 제도 또한 다양하게 운용되었다.

이외에도 저자는 축산실록을 정리하면서 ‘한우(韓牛)’라는 소가 조선 시대에는 없었던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고, 검은 소(黑牛)가 왕실에서 어떠한 대접을 받았는지, 소와 말을 사양관리 할 때 무엇을 얼마나 먹였는지, 국가 목장이 왜 섬에 주로 설치되었는지를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고 서문에 소개한다. 또한, 말이나 돼지도 당시에 거세(去勢)를 했다는 이야기나 이를 담당하는 전문 관리가 있었다는 것, 소나 말을 전담하던 조선의 카우보이(cowboy)가 있었던 것도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다.

저자는 조선왕조실록 내 목축업과 관련한 이야기의 방대함에 놀랐고 또 정밀함에 또 다시 놀랐다고 전한다. 이번 책은 조선 시대 목축업을 이해할 수 있는 기초 자료로 훌륭한 가치가 있다.

저자가 꼼꼼히 조선왕조실록 내에 축산관련 이야기들을 발굴해 냈고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자세히 주석을 달았다. 이후 이를 기반으로 주요 주제에 대해 더 깊이 살펴보고 이를 재구성해 새로운 저작물을 저술할 수도 있고 조선 시대 목축업 역사를 연구하는 이들에게는 기초자료로 활용도 가능하다.

저자 남인식은 경기도 광주 출신으로 건국대학교와 동대학원에서 축산학을 전공했다. 축협중앙회 공채 1기로 입사해 농협중앙회 축산경제부문 기획담당 상무로 퇴직하기까지 30여 년 넘게 협동조합에서 목장관리, 농가 기술지원과 교육, 정책 기획 업무 등을 담당했다. 우리나라 최고의 젖소를 개량 보급하는 일과, 최대 한우목장을 총괄 관리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