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쌀 생산조정제, 쌀값 안정 기여했지만 지역별 특성 고려해야
[기획] 쌀 생산조정제, 쌀값 안정 기여했지만 지역별 특성 고려해야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19.12.26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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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부 분석, 쌀 생산량·관리비 줄여 농가경영 도움
쌀 생산량 17만톤 감축, 재고관리비 3700억 절감
농가들, 보조금 늘리고 ‘안 되는 곳’ 차등 적용을

쌀값 안정·농가소득 증대…최고 성과로 평가

콩, 고구마 등이 벼 소득보다 높은 장점도

인구 대비 쌀 부족, 습지 많아 타작물 불리 지역

전국 도별 비교에서 항상 꼴찌…형편 고려해야

내년에도 3만ha 시행, 공익형직불제 의무 부과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쌀 공급량을 줄이기 위해 지난 2년간 실시했던 쌀 생산조정제(논 타작물 재배 지원사업)가 쌀값 회복에 도움을 줬다는 정부 분석결과가 나왔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2018~2019년 시행한 논 타작물 재배 지원사업이 쌀 생산량을 줄여 쌀값을 올리는데 일조했으며 재고관리비 등 농가의 불필요한 재정지출을 줄여줬다고 밝혔다.

특히 논에 벼 대신 재배한 콩, 고구마 등 타작물의 소득이 벼보다 최대 3배나 높아 농가소득 증대에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쌀이 인구에 비해 부족하거나 지형적으로 타작물 재배가 불리한 지역 등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무차별적 제도 시행은 개선점으로 지적된다.

농식품부는 내년에도 약 816억원의 재정을 투입해 논 3만ha에 대해 타작물 재배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논콩 수매 현장
논콩 수매 현장.[사진제공=aT]

 

2017년 시범사업 후 2년 연속 본격 시행

2017년 쌀 생산조정제가 시범사업으로 실시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참여 농가에 1ha당 300만원의 보조금을 주기 위해 904억원의 예산을 신청했으나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2017년 예산안에 포함되지 않으면서 시행이 좌절됐다.

따라서 농가의 자발적인 참여에만 기대다 보니 성과가 저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듬해엔 예산 확보에 성공, 2018년부터 2년 연속 농가에 보조금을 지급하며 참여를 독려했다. 정부는 2년간의 성과에 대해 쌀값 안정 및 농가소득 증대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했다.

올해 신청 3만3천ha, 작년比 2천ha ↑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쌀 생산량은 374만4000톤으로 수요량보다 약 6만톤 모자란다. 쌀 생산량을 줄인 데에는 쌀 생산조정제가 크게 기여했다는 게 농식품부 분석이다. 정부는 이 제도를 통해 쌀 생산량을 약 17만톤 줄인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시행한 논 타작물 재배 목표면적은 5만5000ha였다. 지난해 5만ha보다 5000ha 늘어난 것이다. 2017년부터 쌀값이 점차 회복 궤도에 올라 타작물 신청 농가가 적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2018년 신청면적(3만962ha)보다 2000ha 늘어난 3만3000ha가 모아졌다.

이는 목표면적의 60% 수준이지만 농지매입사업(2000ha), 간척지 신규 임대(1000ha) 등 기존 타작목 재배 정책사업으로 추진된 면적까지 합하면 타작물 재배 면적은 총 3만6000ha로 늘어난다.

내년 상반기까지 쌀값 강세 전망

쌀 생산조정제의 효과는 쌀 공급량 감소와 쌀값 회복을 통한 농가소득 증대, 두 가지로 압축된다. 무엇보다 정부는 농가소득 증대 효과가 크다는 시각이다.

우선 쌀 공급량을 줄여 쌀값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11월 들어 반등하기 시작한 산지쌀값은 12월 15일 현재 19만원(80kg)대를 형성하고 있으며 내년 상반기까지 강세를 지속할 전망이다.

쌀 과잉생산에 따른 불필요한 재정지출을 줄인 것도 농가소득 증대에 한 몫 기여했다. 잉여 물량을 관리하는 데 들어가는 손실액이 2016~2019년 4년 동안 3조2000억원에 이른다. 올해는 생산조정제로 재고관리비를 약 3700억원을 절감했다.

특히 벼 대신 재배한 콩, 고구마 등 타작물의 소득이 벼보다 높다.

12월 15일자 산지쌀값은 19만224원(80kg)으로 생산조정제 본격 시행 전인 2017년 같은 날짜(15만5644원)보다 3만4580원 올랐다. 사진은 대형할인마트에 진열된 쌀 포대들.
12월 15일자 산지쌀값은 19만224원(80kg)으로 생산조정제 본격 시행 전인 2017년 같은 날짜(15만5644원)보다 3만4580원 올랐다. 사진은 대형할인마트에 진열된 쌀 포대들. [사진=유은영 기자]

 

논콩 ‘대박’ 김제, 벼보다 60% 소득 ↑

전북 김제지역은 논콩 재배로 대박이 났다. 전북도 식량산업팀 오형식 팀장은 “보조금 안 받고도 10a(300평)당 300kg 이상만 수확되면 논콩이 벼보다 더 소득이 좋다”고 말했다.

전북은 일찌감치 단지화가 타작물 재배 성공 요건이라는 걸 꿰뚫었다. 논콩 재배 5년차 이상 농가로 구성된 김제시 죽산면 콩 재배단지가 대표적이다. 그간 오랜 재배경험으로 기술력이 전국 최상위 수준으로 알려졌다. 2018년에 176농가(173㏊)가 생산조정제에 참여했으며, 올해는 352농가(881㏊)로 대폭 늘었다.

농식품부는 이 가운데 43농가의 논콩 소득을 분석했다. 생산성 및 기술력이 우수한 농가는 10a당 102만5000원이었다. 보통 수준의 농가는 85만원을 기록했다. 죽산면의 벼 단수를 10a당 750㎏으로, 벼값을 40㎏ 한포대당 6만2000원으로 놓고 계산했을 때 벼 재배소득 64만1262원에 견줘 32.5~59.8% 높았다.

죽산면의 콩 재배 선구자들은 인근 지역까지 영향을 미쳤다. 고창군 신림면은 죽산면 선도농가들의 도움을 받아 올해 논콩을 처음 재배했다. 51농가(53ha)가 참여했으며 첫 재배에서 상당한 소득을 올렸다.

논콩 소득은 10a당 53만902원~55만6102원으로 벼 재배소득(44만7512원)보다 18.6~24.2% 높았다. 벼 단수 625㎏, 벼값을 6만2000원으로 계산했을 때의 값이다.

고구마를 재배한 고창군 신림면 자포리는 20농가(15ha)가 10a당 145만6321원의 소득을 올렸다. 벼 소득 50만1762원에 견줘 3배가량 높고 논콩과 비교해도 3배가량 높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난해 수확기 19만3568원을 기록했던 산지 쌀값은 올해 내내 약보합세로 강세를 보였다”며 “농가들 참여가 쉽지 않은 여건을 감안하면 성공적이다”고 평가했다.

공익형직불제 시행, 농가에 의무 부과

정부는 내년에도 쌀 생산조정제를 지속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농식품부는 쌀 과잉문제 완화와 콩·고구마 등 밭작물의 자급률 향상, 농가소득 증대의 1석3조의 효과를 얻기 위해 올해 종료될 예정이었던 제도를 지속 시행한다고 밝혔다.

내년 목표면적은 3만ha이며 평균 지원단가는 올해와 같은 ha당 340만원, 816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특히 내년부터 시행 예정인 ‘공익형직불제’에 가산형 직불 형태로 생산조정 의무를 지우는 내용이 포함됐다. 직불금을 받는 조건으로 농가에 휴경 또는 타작물재배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다.

획일적인 적용 개선해야

생산조정제가 쌀 공급량 감축과 농가소득 증대에 기여했다고 평가하지만 일부 반발하는 농가들도 있다. 무엇보다 지역적 특성을 무시한 획일적인 제도의 적용은 가장 큰 개선점으로 꼽힌다.

경기도의 경우 타 지역보다 쌀값 시세가 좋다는 여건도 있지만 인구보다 쌀 생산량이 부족해 굳이 타작물을 재배할 필요가 없는 곳이다. 이 때문에 전국 도별 비교에서 목표면적을 가장 많이 못 채우는 도로 3년 연속 기록하고 있다.

땅이 습해 밭작물 재배에 불리한 경북도 등도 생산조정제를 반기지 않는다. 이밖에도 임차농가 비중이 높고 기후 여건상 이모작이 어려워 타 시도보다 타작물 전환이 힘든 도는 2018~2019년 참여율이 각각 22.9%, 26.8%로 최하위에 머물렀다.

이같은 지적은 2017년 시범사업 때부터 계속됐지만 내년 사업계획엔 아직 지역별 고려사항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의 한 농가는 “우리 지역은 본래 땅이 습하고 물이 잘 차는 특성이 있다”며 “수도작밖에 할 수 없는 지형”이라고 말했다.

생산조정제의 지속 시행은 벼 재배 회귀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농가의 참여를 유지하고 늘리려면 현장의 의견을 반영하는 절차가 앞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