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복직 노조원에 아들뻘이 "야 이 ××새끼야!"...구례자연드림파크 내홍
50대 복직 노조원에 아들뻘이 "야 이 ××새끼야!"...구례자연드림파크 내홍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19.12.31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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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3년간 노사갈등 끝내고 대타협했지만...고용승계 열어보니
문화서비스팀장, 식당 매니저에서 물류 운반 작업으로
20키로 박스 나르며 고통 호소...한 달만에 5키로 체중 빠져
사측 "동의 받고 사업장 배치...합의정신 지켰다"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전남 구례군 용방면에 위치한 친환경농식품 클러스터인 구례자연드림파크 내에서 최근 복직된 노조원을 상대로 입에 담을 수 없는 폭언을 한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50대인 해당 노조원은 처음 본 20대 직원 A씨로부터 상스런 욕설을 들은 것에 대해 모욕감, 치욕감 등을 호소하며 사측에 재발방지를 요청했다.

31일 민주노총 지회에 따르면 전 구례자연드림파크지회장이었던 문석호 노조원은 지난 14일 복직된 사업장인 물류창고에서 처음 본 직원에게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폭언을 들었다.

 

문 씨가 작업 중 잠시 서 있던 3~5초 사이에 A씨가 “일 안 하고 뭐해요? 일 하시라고요”라고 시비조로 말한 게 발단이었다.

“잠시 서 있지도 못합니까?”라고 항의하는 문 씨에게 “너 때문에 ○○새끼야, 모두 힘들어하잖아! 야이 개○○새끼야 한 대 맞을래?라고 응수했다는 게 문 씨측 주장이다. 심지어 A씨는 욕설을 퍼부으며 폭행하려는 듯한 동작까지 취했다.

주위 동료직원들의 만류로 큰 싸움으로 번지지 않았지만 A씨의 도발은 계속됐다. 잠시 피해있던 문 씨가 A씨에게 나이를 묻고 심한 욕설을 하면 되겠느냐고 훈계하자 A씨는 상욕으로 일관되게 응수했다.

문 씨는 “큰 딸보다도 어린 직원한테 욕설을 들었다”며 사측에 경위서를 제출하고 즉각적인 조치를 요청했지만 모욕감에 따른 스트레스로 집중적인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문 씨는 이달 2일부터 구례자연드림파크 쿱로지스틱스(전남물류센타) 내  물류 운반작업장에 배치됐다. 5~20kg 짜리 박스를 끌고 선적·하적 하는 일이 그의 주 업무다. 처음 입사 때 그의 위치는 아이쿱생협 구례자연드림파크 문화사업/서비스파트 팀장이었다.

문 씨가 일하는 조(組)에서 문 씨와 같은 일을 하는 직원들의 평균 연령은 비교적 육체노동에 유리한 20~30대 초반이 주를 이루며 59살 남성은 문 씨 혼자뿐이다.

그는 2년 전 치료했던 경추간판장애와 오른팔 통증이 재발해 더 이상 작업할 수 없다며 부서이동을 지속적으로 요청해 왔다. 사측은 그를 내년 1월 2일부터 영하 24도에서 냉동 박스를 날라야 하는 물류창고로 발령냈다.

문 씨는 “신체적, 정신적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업무에다 이번 욕설 사건까지 겹치니 하루도 못 견디겠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현재 문 씨는 A씨로부터 사과를 받고 경찰 고소를 보류했다.

이와 관련 회사 관계자는 "양측 입장을 파악한 결과 다른 반에서 지원을 나올 정도로  문 씨 일처리가 늦어 A씨가 젊은 혈기에 참지 못해 사건이 발생했다"며 "해당 직원은 다른 동료들 사이에서 불성실한 태도 때문에 말이 많았다. A씨에 대해서는 징계를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문 씨는 지난 27일 원인 모를 장염으로 전남구례병원에 3일간 입원했다. [사진제공=문석호]
문 씨는 지난 27일 원인 모를 장염으로 전남구례병원에 3일간 입원했다. [사진제공=문석호]

 

 

◆복직된 7명의 행방  

구례자연드림파크는 지난 6월 3년을 끌던 노사 갈등 종료를 공식 선언했다.

6월 4일 노사가 교환한 합의서에는 ▲노동조합 활동보장 ▲단체협약 교섭 원칙 ▲조합원 7명에 대한 8월 1일자 고용승계 및 업무배치 원칙 등이 포함됐다.

이들이 일하던 파크 내 종전 사업장은 오가닉클러스터(구례자연드림파크 관리회사)와의 임대계약 종료나 사업장 이전으로 없어졌다. 그래서 파크 내 입주 기업의 동의를 받아 고용승계를 하기로 잠정 협의했었다.

그러나 몇 명을 제외하고는 고용승계가 부당하게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청소노동자 2명은 사업장만 바뀐 채 원래 하던 일에 복귀했다가 1명은 오늘 자로 정년퇴직했다. 레스토랑 비어락에서 근무하던 김모씨는 원직으로 복귀했고, 레스토랑 홀에서 일하던 이모씨는 주방 설거지로 발령나자 퇴사했다. 또 다른 이씨는 레스토랑에서 구내식당으로 배치됐고, 식당 매니저였던 이순규 현 지회장은 냉동물류창고에서 냉동제품을 배분하는 작업에, 문화서비스팀장이었던 문 전 지회장은 역시 물류센터에서 박스를 나르는 작업에 배치됐다.

특히 문 씨의 복직 사업장인 물류피킹(분리)반은 사측이 노사 교섭시 제안했던 충북 괴산자연드림파크의 냉동창고와 같은 일을 하는 곳이다. 당시 사측은 이들이 일하던 사업장이 괴산으로 이전했다며 왕복 6시간 거리의 괴산자연드림파크 물류센터로 발령냈고 노조는 이를 거부하며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복직 노조원 B씨는 "고용승계 과정에서 희망 사업장에 배치해 줄 것을 사측에 요청했었다. 고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어 보였는데도 희망 사업장엔 가지 못했다"며 "예전에 직급이 있었는데 평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만족스럽지 않은 건 분명하지만 (생계를 위해) 적응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7년 7월 설립된 민주노총 구례자연드림파크 지회는 고용승계된 사업장이 또다시 임대계약기간 종료나 이전으로 폐업할 수 있다며 입사 지원 당시 채용회사였던 아이쿱생활협동조합이 고용보장에 나설 것을 요구하며 사측과 대립해 왔다.

외관상으로는 노사 타협이 이뤄진 것처럼 보이지만 복직 후 사측의 괴롭힘이 더욱 집요해졌다는 게 노조측 주장이다.

문 씨는 “복귀하자마자 사측에서 조직적, 체계적으로 괴롭히기 시작했다”며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이거 하라 저거 하라 온갖 참견을 하고, 새 업무에 대해 물어보면 한참 나이어린 사람들이 대답도 않고 박스를 끌어당기는 쇠꼬챙이를 5미터 떨어진 벽으로 던져 버리는 행위 등을 계속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구례자연드림파크 관리 회사인 오가닉클러스터 관계자는 "노사 대타협 이후 8월 한 달 동안 노조원 한 사람당 3개 사업장씩 면접 기회를 부여했지만 일방적으로 불참했다. 최종적으로 고용하겠다고 나선 곳이 물류 관계사밖에 없었고, 노조원들과 합의를 거쳐 채용을 결정했다"며 "연봉 등 급여수준도 이전대로 이행하고 있다. 고용승계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주장했다.

문 씨의 작업장 재배치에 대해서도 "새로 배치된 냉동 물류창고는 비교적 운반작업이 적은 곳"이라며 "해당 직원(문 씨)이 배치를 원했던 곳"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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