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5억 들던 쓰레기 처리...'농산물 하차거래’로 대폭 줄어
하루 5억 들던 쓰레기 처리...'농산물 하차거래’로 대폭 줄어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20.01.16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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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서 1차 손질…톤당 6만원 쓰레기 처리비용 획기적 절감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공정·효율 플랫폼 조성, 하차거래 첫걸음”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사장 김경호)가 추진중인 ‘농산물 파렛트화’가 물류의 효율성 제고뿐 아니라 사회적 비용 절감 효과가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농산물 파렛트화’는 농업인이 산지에서 농작물을 공영 도매시장인 가락시장으로 보낼 때 깨끗이 손질해 망이나 비닐로 싸 파렛트에 쌓아 트럭으로 옮기는 것을 말한다. 예전 포장되지 않은 농산물을 트럭채로 팔던 것을 지게차로 파렛트를 ‘끌어내려’ 판매한다고 해 ‘하차거래’라고도 한다.

농산물이 적재된 파렛트를 지게차로 옮기고 있다.
농산물이 적재된 파렛트를 지게차로 옮기고 있다.

 

공사가 폭증하는 물류의 효율화를 위해 10년 전부터 시도했던 숙원사업으로 포장이나 추가작업에 드는 인건비 등 비용 증대를 우려한 농업인들의 반발로 여러 차례 좌절됐었다.

9일 공사 관계자에 따르면 가락시장 쓰레기 처리비용은 10년 전 톤당 5000원에서 현재 톤당 6만원으로 10배 넘게 올랐다.

이와 함께 가락시장에서 하루 평균 거래되는 농산물은 8200톤, 많을 때는 1만2000톤으로 연평균 250만톤에 달할 정도로 거래량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10년 전 하루 4100만원이 들었던 쓰레기 처리비용이 지금은 약 5억원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온다.

가락시장에서 나오는 쓰레기는 음식물쓰레기로 분류돼 원칙대로라면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려야 한다. 하지만 그 양이 막대해 봉투에 넣어 처리할 수도 없다. 해양투기가 금지된 7~8년 전엔 경기도권에서 비료로 만들었지만 이 역시 비용이 부담이다.

공사 관계자는 “민원 때문에 수도권 내 소각장 짓기도 쉽지 않다”며 “농산물 파렛트화는 쓰레기 폐기가 사회문제가 되는 요즘 시대에 맞는 제도다. 산지에서 1차적인 쓰레기 처리작업을 거치므로 환경부문 사회적 비용을 크게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대강 따지면 적어도 1톤 분량의 쓰레기는 줄인 채로 가락시장 안에 들어오는 셈이다.

공사는 2017년 4월부터 무 양파 총각무 쪽파 양배추 대파 등에 대해 하차거래를 순차적으로 추진해 왔다. 이제 마지막 품목인 배추만 남겨둔 상태다.

그간 크고 작은 마찰은 있었지만 깨끗한 포장거래로 농산물 수취가격이 높아져 만족한다는 평가도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가락시장에서 하루종일 경매 순번을 기다리는 차량들로 인한 혼잡과 소음도 대폭 줄었다. 차량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연들로 인한 농산물 신선도 하락을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

물류효율화로 비용절감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 성과를 농업인과 유통인, 소비자에게 돌려준다는 공사의 당초 목표가 거의 달성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물류비 지원 폭의 확대를 원하는 농업인과 절충안을 찾는 것은 과제로 남았다.

공사의 또 다른 관계자는 “1936년 가락시장을 처음 만들었을 때의 제도와 틀이 2020년에도 필요한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공사는 올해 (가락)도매시장의 화두를 공정·효율로 삼고 페어플레이 할 수 있는 플랫폼을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농산물 파렛트화가 그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