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맛있는 쌀이 최고 품질의 쌀”
“소비자가 맛있는 쌀이 최고 품질의 쌀”
  • 연승우 기자 dust8863@newsfarm.co.kr
  • 승인 2020.02.05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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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쌀 찾아 외길 40년…최적의 쌀 혼합 기술 개발
2019 최고농업기술명인 식량작물 이호영 대표

(한국농업신문= 연승우 기자) 이호영 장양영농조합법인 대표는 지난해 말 2019 대한민국 최고농업기술명인 식량작물분야에서 명인으로 선정됐다. 최고농업기술명인은 농촌진흥청이 농업인들의 자긍심을 높이고 후계농업인에게 본보기가 되는 농업인 중 선정하는 것으로, 식량작물, 채소, 과수, 화훼‧특용작물, 축산분야에서 각각 뛰어난 농업 기술력을 보유하고 지역농업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는 농업인을 의미한다.

이호영 대표는 우리 벼 품종을 활용해 소비자 기호에 맞는 최적의 쌀 혼합 기술을 연구하고 곡물혼합장치 기계도 개발해 ‘특허받은 쌀’, ‘입에서 반한쌀’ 등 블랜딩(여러가지 종류를 혼합하는 것)쌀 상품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온 점을 인정받았다.

이호영 장양영농조합법인 대표
이호영 장양영농조합법인 대표

1970년대 말 군대를 제대한 후 쌀농사를 짓기 시작한 이호영 장양영농조합법인 대표는 올해로 40년째를 맡고 있다. 40년의 세월을 이호영 대표는 오로지 ‘맛있는 쌀’을 만들기 위해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대표의 맛있는 쌀을 만들기 위한 노력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농촌진흥청에서 추진한 탑라이스에 선정되면서부터다. 탑 라이스는 농촌진흥청이 2005년도 추진한 역점사업으로 생산단지에서 생산된 쌀의 공동브랜드로 품종선택에서부터 소비자에게 도달하기까지 농촌진흥청에서 철저한 품질관리를 하는 최고급 품질의 쌀 브랜드이다.

이 대표는 “쌀농사를 지으면서 가장 큰 고민은 최고의 쌀을 만드는 것이었다. 이걸 실현하기 위해 탑라이스를 신청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탑라이스는 최고의 쌀을 만드는 방법이었지만 농가소득을 높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탑라이스는 밥맛을 좋게 하려고 단일품종으로 비료 사용을 최소화해 수확량을 줄이는 방식인데 수확량이 줄어든 만큼 가격을 더 받아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탑라이스를 계속하면서도 이 대표의 최고의 쌀을 만들기 위한 노력은 멈추지 않았다. 이 대표는 어떤 쌀이 맛있는 쌀인지를 알기 위해 공부를 시작했다. 수백 권의 논문을 읽었고 식품공학과를 다니는 아들에게 관련 자료를 찾게 해 공부를 했다.

맛있는 쌀의 과학적 근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내가 맛있는 쌀이 아니라 소비자가 찾는, 맛있어하는 쌀을 찾기 위해 수년간 공부하면서 내린 결론은 블렌딩이었다.

이 대표는 “탑라이스는 쌀의 성분 중 단백질 6.5% 이하를 중요하게 여겼다. 쌀의 성분검사를 하면서 단백질뿐만 아니라 아밀로오스 함량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맛있는 쌀을 만들기 위해서는 아밀로오스 함량을 낮춰야만 했다”라고 말했다.

아밀로오스 함량을 낮추는 방법은 첫 번째가 품종개량이다. 그러나 품종개량은 시간도 오래 걸리고 전문가들만 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 대표가 찾아낸 방법은 앞서 말한 블렌딩이었다.

서로 다른 품종을 혼합해 새로운 맛, 즉 맛있는 쌀을 만들어내는 것이 블렌딩이었다. 이 대표는 2007년 쌀 블렌딩과 관련한 논문을 작성한 뒤 2009년 특허를 받았다. 그는 “특허를 받기 위해 미질을 향상시키는 방법에 대해 논문을 썼다”고 말했다.

밥맛을 좋기 위해 찹쌀과 멥쌀을 섞는 것부터 시작해 다양한 연구와 노력 끝에 최적의 조합을 찾았다. 반찹쌀 품종과 향이 나는 향미 품종, 일반 멥쌀을 블렌딩한 쌀은 ‘특허받은 쌀’, ‘입에서 반한쌀’ 브랜드로 팔리고 있다.

이 대표는 “지금은 다양하게 혼합한 쌀을 팔지만 2009년 특허를 냈을 때는 블렌딩 개념조차도 없었다”라며 “일부 육종하시는 분들이 블렌딩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도 들었다”고 말했다.

쌀을 혼합하는 블렌딩은 처음에는 품종별로 무게를 달아서 비율을 맞추었는데 불편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이때 도움을 준 곳이 농촌진흥청이다. 이 대표는 “쌀을 혼합할 수 있는 설비를 농촌진흥청의 도움을 받아 설계해 만들었다. 이 블렌딩 설비와 비슷한 기계가 일본에도 있다고 해서 특허를 내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블렌딩 설비를 갖추고 나서부터는 품질의 균일성이 높아졌다. 그전까지는 품종별로 무게를 재는 방식이어서 아밀로오스 함량이 들쑥날쑥했지만, 이제는 최고의 비율을 유지하면서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이호영 대표가 개발한 쌀 블렌딩 설비.
이호영 대표가 개발한 쌀 블렌딩 설비.

처음 블렌딩을 시작한 이유는 맛있는 쌀을 만들기 위해서였지만, 이제는 다양한 용도에 맞게 블렌딩을 하고 있다. 초밥에 맞는 블렌딩 쌀, 국밥에 맞는 쌀을 블렌딩하고 있다. 이 대표의 쌀은 장양영농조합법인이 있는 진천군 이월면의 식당에서 사용하고 있고 전국적으로 소문나 국무총리도 밥을 먹으러 왔을 정도이다.

이 대표는 맛있는 쌀에 대해 첫 입맛이 부드러워야 하고, 보기에 촉촉한 기름기가 있어야 하며, 입에서 씹히는 맛이 좋고 쌀 고유의 향이 조금은 살아 있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런 쌀을 만들기 위해 수백권의 논문과 자료를 찾고 특허를 내 최적의 블렌딩 조합을 찾아낸 것.

이 대표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전국에서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특허랑 상관없이 블렌딩을 보급하고 싶다”며 “소비자가 만족하고 농가에도 도움이 되는 쌀을 블렌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 대표는 “정부 양곡표시 중 품종표시에 ‘혼합’이 있는데 이는 블렌딩과 다른 개념이지만 블렌딩은 혼합으로 표시할 수밖에 없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