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코로나 감염증] 외식업체 손님 줄자 쌀·채소값 내리막
[기획-코로나 감염증] 외식업체 손님 줄자 쌀·채소값 내리막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20.02.11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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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 행사 취소 잇따라 농가소득 위축 ‘직격탄’
입학·졸업식도 안해 꽃 소비도 줄어…예년가격 3등분
행사 많은 연초 특수 사라져 RPC도 발 동동
코로나 감염증 ‘도미노 파장’ 일파만파, 4월까지 버텨야

겨울 무 20kg 한 상자에 8천원 폭락
한단 8천원 하던 장미 3천원…농가 자체 폐기 나서
영농철은 코앞인데 감염우려에 '외국인 계절근로자' 잠정 중단
당분간 국내 인력 써야 하는 고용주 인건비 부담 가중 전망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소비 위축을 불러와 경제에도 파장을 미치면서 농가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치료법이 없어 예방이 최선인만큼 사람 간 접촉을 피하다보니 자연스레 외식업계가 가장 먼저 치명타를 입었다. 외식업체에 식자재 원료를 대는 농가에까지 여파가 이어지는 건 수순이다.

회사의 인사시즌과 학교 졸업식, 입학식이 열리는 지금이 외식, 꽃 소매상 등 소상공인의 대목이었지만 감염 예방 조치로 예정돼 있던 각종 모임의 취소가 잇따라 오히려 비수기가 됐다.

산지 쌀 유통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 미곡종합처리장(RPC) 역시 쌀 판매가 안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겨울 채소가격은 이미 하락세를 탔고 각종 행사 취소에 따른 꽃 소비도 줄어 화훼농가도 위기를 맞았다.

충남의 한 RPC공장 직원에 톤백벼를 나르고 있다. [유은영 촬영]
충남의 한 RPC공장에서 톤백벼를 나르고 있다. [유은영 촬영]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은 2019년 12월 중국 우한시에서 발생한 바이러스성 호흡기 질환으로 ‘우한폐렴’이라고도 한다. 인간에게 감염된 후 인간과 인간 사이 전염을 거쳐 대규모로 확산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 2020년 1월 23일 발원지인 중국 우한시 일대가 봉쇄됐다. 감염자가 전세계 여러 국가로 확산되자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30일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언했다.

2월 10일 기준 전 세계에서 4만0617명(사망 910명)의 감염자가 보고되었으며, 한국에서는 방한중인 중국인이 1월 20일 최초 감염자로 확진된 이후, 2월 10일까지 모두 27명이 감염자로 확진되었다.

 

쇼핑몰, 백화점에 손님 없어 ‘텅텅’

코로나 감염증이 시민들의 일상생활을 바꿔 놓았다. 거리가 텅텅 비고 식당은 물론 공연장, 쇼핑몰, 백화점 등도 손님들이 자취를 감춰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아예 출근하지 말고 집에서 근무하라는 회사도 있다.

코로나 감염증은 직접적인 치료방법이 없어 예방이 필수적이다. 손을 자주 씻고 마스크를 착용해 호흡을 통한 전염을 예방하는 것 말고 특별한 대응책이 없는 상황이다. 이렇다보니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를 피하고 일찍 귀가하는 등 시민들이 집안에 틀어박히게 됐다. 또 확진자가 들른 곳이나 접촉했던 사람은 감염증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일정 기간 폐쇄 또는 자가격리하기 때문에 거리가 한층 썰렁해질 수밖에 없다. 외식업을 비롯해 축하용 꽃과 화환에 쓰이는 부속품까지 소비가 주는 것은 물론, 관객이 없는 공연 취소가 줄을 이으며, 코로나 감염증은 산업 전반에 걸쳐 막대한 타격을 주고 있다.

RPC, 단위 큰 거래 물량 줄어

식자재 원료인 농산물 역시 소비위축을 피할 수 없어 농가소득 감소가 우려된다. 농협 관계자는 지난 10일 “농식품부와 예정된 모임이며 회의가 취소되고 있다. 농협도 내부적으로 회의, 회식을 취소하고 있다. 다른 회사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쌀 판매가 부진할 수밖에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산지 쌀 유통의 구심체인 미곡종합처리장(RPC) 업계는 쌀 판매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돌잔치, 결혼식, 상가집 등 행사에 오는 사람이 줄어 단체 소비가 줄고, 모여서 밥을 먹던 사람들이 따로 해결하거나 집에서 먹기 때문에 가정소비는 소폭 늘어났어도 비교적 단위가 큰 규모의 거래물량이 줄어든 것이다.

경남의 한 민간RPC 업체 관계자는 “연초에 잡힌 모임이 다 취소돼서 식당이 안 되고, 따라서 쌀 판매도 안 된다. 나가는 곳은 기존에 계약했던 대형마트나 급식업체뿐인데, 이마저도 구매물량이 대폭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본래 쌀값이 벼값보다 낮게 형성되는 고질적인 문제가 있는데다 이번엔 코로나 감염증까지 겹쳐 RPC들이 겪는 어려움이 상당하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4월까지 간다는데 그러면 올해 장사를 반은 못하는 것”이라며 “앉아서 까먹는 돈이 업체당 수억원이다. 농가로부터 벼를 사들일 여력이 줄어드는 셈”이라며 농가에 미칠 파장을 우려했다.

지난달 통계청이 조사한 산지쌀값은 5일 19만244원(80kg 한 가마)에서 계속 하락해 25일자 18만 후반대를 기록했다. 이달 들어 겨우 19만원대를 회복했지만 기온이 올라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라지는 4월까지 두 달을 내리막길을 탈 공산이 크다.

주요 대형마트에선 쌀 10kg 한 포대를 파격 할인가에 내놓으며 소비침체를 극복하려는 시도도 보이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달 ‘국민가격’ 상품으로 ‘의성 오! 좋은쌀’ 10kg 한 포대를 전 유통 채널 통틀어 최저가인 2만1900원에 판매하는 할인행사를 실시했다. 2월 들어서는 땅끝해남맑은쌀(20kg)을 4만7900원에 판매중이다. 이런 대형마트의 자구책이 쌀 소비를 진작시킬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쌀값 하락를 부추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RPC들이 거래처로부터 납품단가 인하 압력을 받는 빌미가 되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서울 시내 이마트에서 땅끝해남 맑은쌀이 20kg 한 포대에 4만79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유은영 촬영]
지난 10일 서울 시내 이마트에서 땅끝해남 맑은쌀이 20kg 한 포대에 4만79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유은영 촬영]

가격 빠지자 수입산도 사라져

저장성이 없는 채소는 이미 하락세를 탄지 오래다. 한창 제철을 맞아 몸값이 좋아야 할 겨울무는 서울 가락동 농산물 도매시장에서 20kg 한 상자에 8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광영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코로나 때문에 범람하던 수입 채소가 자취를 감췄다”며 “하지만 전반적으로 채소 소비가 줄어 큰 효과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게다가 무 대체재인 시금치, 상추의 반입물량이 급속히 늘어 가격 하락폭은 더 커질 전망이다. 앞으로 코로나가 지속되면 상당한 품목들이 다 하락세로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화훼농가도 ‘된서리’

2월부터 5월까지가 대목인 화훼농가들도 때 아닌 된서리를 맞고 있다. 졸업식과 입학식은 물론 민·관·기업이 준비해온 크고 작은 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되며 덩달아 꽃 가격이 폭락하고 있다. aT 양재동 화훼공판장의 올해 1월부터 2월초까지 장미, 스톡크, 안개, 튜립, 프리지아 등의 경매 평균 가격은 품목별로 장이 열릴 때마다 1000~3000원씩 하락했다. 장미의 경우 1월 29일 양재동 공판장 경매에서 평균가가 5049원이었으나 2월 5일 경매에서는 4866원까지 하락했다. 안개는 8374원에서 3846원까지 하락했다.

지난해 설 이후 네 번째(2월 15일) 열린 절화 경매에서 장미는 평균 가격이 1만원대였지만 올해 설 이후 네 번째(2월 5일) 경매에서는 4000원대까지 폭락했다. 장미 특상품은 졸업 시즌에는 한단에 8000원가량 한다. 이러한 양상은 스톡크, 안개, 튜립, 프리지아 등 모든 품목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렇다보니 애써 키운 장미를 폐기하는 농가도 나오고 있다. 경매에서 유찰되면 다른 채널을 통해 판매하지 않고 곧바로 폐기하는 것이다.

김윤식 (사)화훼자조금협의회장은 “지난해 설 이후 시장과 비교해 ‘코로나’ 이외엔 특별히 가격이 하락할 만한 요인이 없다”며 “농가 보호를 위해 다양한 대책마련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화훼자조금은 대형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통한 화훼 소비촉진 홍보와 산지 물량 조절, 온라인 판매 등 긴급 대책 마련과 함께 당국에 지원을 요청했다.

농가 인력 확보도 비상

정부가 코로나 감염증 확산을 우려해 외국인 계절근로자제도 운영을 잠정 중단키로 하면서 영농철 농가일손 확보에도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90일간 단기취업할 수 있는 계절근로 비자인 C-4, 체류기간이 최대 5개월까지인 E-8 비자제도의 운영을 당분간 중단하기로 했다.

외국인 계절근로자제도는 농번기 외국인을 합법적으로 고용할 수 있도록 도입된 제도로 지난해에만 4211명이 농촌 현장에 취업했다. 합법적인 형태의 고용허가제와 계절근로자 제도 외에 미등록 이주자까지 더하면 국내 농작업에 종사하는 외국인 근로자는 약 5만명에 이를 정도로 농촌 현장은 외국인 의존도가 큰 형편이다.

예정대로라면 다음달부터 외국인 근로자가 농촌 현장에 투입된다. 그러나 최근 중국 뿐 아니라 동남아까지 코로나가 확산되자 사태 추이를 지켜보기로 했다. 4월 재개한다고 해도 시기적으로 늦을 수밖에 없다. 경북도 등 각 지자체는 농촌인력지원센터의 활용 등 대안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비싼 국내 인력을 활용해야 하는 고용주로선 인건비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 운영이 중단될 경우 고용인력지원사업을 통해 농작업 인력을 연계해 주는 제도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부족한 농가 일손은 농협과 지자체 등 공공기관의 일손돕기로 상당 부분 채워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