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공사 농지 빌려줄 때 '임차인 공모 절차' 폐지
농어촌공사 농지 빌려줄 때 '임차인 공모 절차' 폐지
  • 유은영 기자 you@newsfarm.co.kr
  • 승인 2020.02.22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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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 이상만 받던 임대수탁 면적 제한도 없애
농지은행 사업 손질... 관행 임대차 관계 한시 허용키로
농식품부, 쌀전업농 대상 '2020 농지 지원계획' 설명

후순위로 밀린 전업농 농지 지원순위 '복구' 요구 높아

매매 3ha에서 10ha로, 임대 10ha에서 15ha로 확대를

“농업인도 도시근로자처럼 살려면 이 정도는 돼야”

 

무인도 가면 모를까, 전남 해안가도 평당 7~8만원

농지 매입자금 지원금 두 배 높여야 현실에 맞아  

"대농 7만호 육성했으면 유지에 집중해야지...

쌀 공급과잉.소비량 감소했다고 홀대하면 쓰나"

 

(한국농업신문=유은영 기자) 올해부터 농어촌공사를 통해 농지를 빌릴 때 임차인 공모 절차 없이 기존의 임차인이 계속 농지를 빌려쓸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이 시행된다.

농림축산식품부 김동현 농지과장은 지난 12일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이사회에서 '2020 농지지원계획' 설명회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현행 농지법은 농업인 또는 비농업인이 소유한 농지에 직접 농사지을 수 없는 경우엔 더 이상 소유를 금지하고 있다. 이런 농지들은 농어촌공사에 일정 수수료를 주고 위탁하면 계속 소유할 수 있다. 농어촌공사 농지은행의 농지임대수탁 사업으로, 공사는 맡겨진 농지들을 농업인에게 5년 계약기간 동안 농사지으라고 빌려준다.

이 과정에서 지금까지는 농지은행 포털 사이트를 통해 임차인을 공모했었다. 때문에 농지은행에 맡기기 전 농지를 빌려쓰고 있던 농업인이 아닌 다른 사람이 새로운 임차인으로 선정될 수밖에 없었다. 현장의 불만이 팽배했고, 농식품부는 올해부터 공모 절차를 없앰으로써 관행적인 임대차 관계를 허용하는 방안을 한시적으로 추진키로 했다.

1000㎡ 이상이 돼야 위탁받던 농지 면적 제한도 폐지한다. 소규모 농지도 수탁해 농업인에게 더 많은 농지를 빌려주려는 것으로 농지법 시행령 개정이 끝나면 3월 중 시행된다.

농지은행 사업을 수행하는 농어촌공사는 2005년부터 2019년까지 14년 동안 13만4000ha를 위탁받아 13만3900ha를 농가에 빌려줬다. 올해는 1만2688ha를 임대해줄 계획이다.

이재갑 전 한국쌀전업농전남도연합회장이 정부의 '논 타작물 재배' 정책을 따라 논에 심은 콩. 쌀전업농은 논 농사의 규모화를 추진해 주식인 쌀의 안정적인 공급을 이루려는 정부에 의해 육성된 단체로 1997년 사단법인 인가를 받아 공식적인 단체로서 모습을 갖췄다. 1990년 우루과이라운드 타결에 따른 농산물 수입개방에 대비해 농식품부가 도입한 '영농 규모화 사업'을 모태라고 할 수 있다. [유은영 기자]
이재갑 전 한국쌀전업농전남도연합회장이 2018년 정부의 '논 타작물 재배' 정책을 따라 논에 심은 콩이 푸른 물결을 이루고 있다. 쌀전업농은 논 농사의 규모화를 추진해 주식인 쌀의 안정적인 공급을 이루려는 정부에 의해 육성된 단체로 1997년 사단법인 인가를 받아 공식적인 단체로서 모습을 갖췄다. 1990년 우루과이라운드 타결에 따른 농산물 수입개방에 대비해 농식품부가 도입한 '영농 규모화 사업'을 모태로 한다. 최근에는 쌀의 만성적 공급과잉과 국내 소비량 감소세에 따라 벼 재배면적 축소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유은영 기자]

 

농식품부는 1990년 우루과이라운드 타결에 대비해 도입한 ‘영농규모화 사업’을 모태로 농지유동화 촉진을 위해 2005년부터 농어촌공사를 통한 농지은행 사업을 시작했다. 농지은행은 맞춤형농지지원, 경영회생농지매입, 농지연금, 임대수탁사업 등을 수행한다. 은퇴농, 전(轉)업농에게서 농지를 빌리거나 사들여 농업인이 해당 농지를 살 수 있도록 매입자금을 저리로 지원해 주거나 임대해 주는 것이 농지은행 사업의 핵심이다. 2018년부터 이런 농지 매매사업과 장기임대사업을 합쳐 ‘맞춤형 농지지원 사업’이라고 부르고 있다.

농지은행 지원 1순위는 전업농육성 대상자로 청년창업농, 후계농, 2030세대, 귀농인, 일반농업인이다. 기존 쌀전업농은 2순위로 10ha까지 농지매매 및 임대를 지원한다고 규정상 돼 있다.

이와 관련, 설명회에선 갑자기 축소된 지원한도를 복구시켜 달라는 요청이 나왔다.

서규석 한국쌀전업농전북도연합회장은 “규정상 10ha로 돼 있지만 실제 매매지원은 3ha 이상은 절대 안 해준다. 농업인도 도시근로자처럼 여가생활하고 살려면 최소한 15ha는 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희성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정책부회장은 “정부가 주식인 쌀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쌀전업농 7만호 육성을 시작하던 1997년, 우리는 정부정책에 동참하며 농가당 6ha이상 농지면적 확대를 위해 노력해 왔다. 정부에서도 우리 농가들을 돌볼 책임이 있는 거다. 그런데 갑자기 3ha로 제한했다”며 쌀이 남아돈다고 쌀전업농을 홀대하는 지금의 정책에 대해 꼬집었다.

이어 “매매지원은 현행 3ha에서 10ha로, 임대지원은 10ha에서 15ha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지 매입 지원금도 현행의 두 배로 올리고 1% 이자를 폐지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조 부회장은 “농지값도 익산의 경우 평당 9만원이다. 매입지원 자금도 현행 3만5000원에서 6~7만원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동산 수석부회장도 “현행 지원자금으로는 무인도에나 가면 모를까, 전남 해안가도 7~8만원 한다. 두 배 이상 올려야 한다”며 “또 창업농, 후계농은 경제적 자립도가 약한 만큼 1% 이자도 폐지해 무이자로 균등상환하게끔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쌀전업농 신규 지정이 안 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농지은행 지원을 받은 사람은 자동으로 쌀전업농으로 지정되게끔 해 쌀전업농 명맥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고두종 쌀전업농중앙연합회 감사는 “현재 전업농 선정을 하지 않고 있다. 일반 농업인이라도 수도작 관련 임대나 매매 지원을 받으면 자연스럽게 쌀전업농으로 선정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쌀전업농의 명맥이 유지된다”고 지적했다.

조태웅 경남도회장은 “300평만 갖고 있으면 법적 농업인인데 우리나라에 농업인 아닌 사람이 어디 있느냐”며 “귀농인 100명 오면 두 사람 남고 다 돌아간다. 정부에서 대농 7만호 육성했으면 유지하는 것에 집중해야지 농촌에 사람 끌어들이려고 돈만 주는 행정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김동현 과장은 이런 현장의 요구에 대해 세부사항을 알아보고 검토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