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공익형 직불제⑤] ‘쌀 의무자조금’ 도입, 더 늦출 수 없다
[기획-공익형 직불제⑤] ‘쌀 의무자조금’ 도입, 더 늦출 수 없다
  • 김흥중 기자 funkim92@newsfarm.co.kr
  • 승인 2020.02.26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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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소비 감소 해결책은 쌀 자조금
설치 조건 일부 보완…아직 손 볼 곳 많아

(한국농업신문=김흥중 기자) 쌀 소비촉진 사업에서 정부의 한계가 명확하게 드러났고, 이제는 ‘쌀 의무자조금’ 도입으로 쌀 소비 감소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농업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이전부터 쌀전업농은 쌀 의무자조금을 도입해야 한다고 꾸준히 주장해왔는데, (사)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는 2015년 회원 1200여명을 대상으로 자조금도입에 관한 자체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약 80%가 쌀 의무자조금 도입을 적극 찬성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정부는 WTO 개도국 지위 포기 등 농업계가 직면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으로 의무자조금단체의 활성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고, 2018년 관련 법안을 개정·시행해 2022년까지 의무자조금 품목을 19개까지 늘려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쌀 의무자조금 도입에 대한 쌀전업농과 정부 방향은 같지만, 여전히 도입이 시행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 왜 도입 되지 못하고 있나
품목별 생산자단체가 의무자조금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경작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지역 단위 교육과 설명, 자조금단체 회원가입 신청서 확보, 선출구역별 대의원 선거, 대의원회 구성과 의무자조금 설치 찬반투표 등을 단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이때 생산자단체는 많은 농가를 대상으로 자조금단체 회원가입 신청서를 빠짐없이 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에는 많은 비용과 시간, 노력이 필요하다. 생산자단체들은 해당 품목단체가 홀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엔 벅찰 수밖에 없다고 토로하고 있다.

쌀 자조금 도입이 계속 늦춰지는 다른 이유는 농민단체 간 협의가 원만하게 이뤄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 단체는 주식인 쌀은 다른 품목과 달리 정부에서 직접 관리해 소비·홍보 등을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자조금 필요성에 회의적인 입장이다. 의무자조금은 해당 품목에 속한 모든 농산업자가 의무거출금을 내야 이뤄지는데, 쌀은 해당 품목 생산자 수가 많기 때문에 관련 단체 간 ‘협의체’ 구성은 필수적이다.

한편, 쌀 의무자조금 도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정부도 자조금 설치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정부는 쌀 관련 단체 간 협의가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는데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단체간 협의를 유도하는 등 적극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방임하고 있다. 

■ 설치 조건 개선됐지만, 아직 해결 과제 남아
농수산자조금 법이 2018년 5월 개정·시행 되면서, 자조금단체의 대표성 판단 기준이 완화됐다. 의무자조금 단체의 대표성을 갖기 위해서는 해당 농수산물의 농수산업자 수가 전체 농수산업자 수의 50%를 초과하거나 해당 농수산물 생산량, 생산액 또는 재배면적이 전국의 그것과 비교해서 차지하는 비중의 50%를 초과하면 된다. 

자조금사업의 기능

즉 의무자조금 도입을 원하는 단체의 농산물 재배면적이 해당 농산물 전국 재배면적의 50%를 초과한다면 의무자조금단체의 대표로 인정해 준다.

이처럼 자조금 관련 제도는 보완됐지만, 자조금 설치를 위한 절차 간소화, 자조금 거출지점· 거출대상·거출금액 등의 협의는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자조금 거출대상을 줄이기 위해서는 최소 재배면적을 설정하고, 설정된 기준에 따라 해당 경작자를 대상으로 의무자조금을 설치하면 된다. 이는 의무자조금 납부대상자를 줄일 수 있고, 이후에는 단계적으로 납부대상자를 늘려나갈 수 있다.

제도나 절차의 개선보다 시급한 것은 정부의 의지라는 것이 생산자단체의 입장이다. 자조금 도입을 위해서는 정부·지자체·유통조직·농민단체 등이 ‘협의체’를 구성해야 하고, 정부는 이 협의체를 이끌어 내는데 주도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실제 축산분야의 성공적인 의무자조금 정착과 친환경농산물, 인삼, 과수분야 의무자조금 도입에는 정부의 적극성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관계자는 “생산자단체가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것은 정부의 역할”이라며, “일부 또는 특정 지역 해당 농산업자가 모여 형성하는 임의자조금은 자조금 운용에서 한계가 분명해 의무자조금이 필요한 상황인데,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강조된다”면서, “정부는 최대한 많은 농가가 자조금단체에 가입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하고, 생산자 단체와 함께 의무자조금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