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퇴비부숙도] 퇴비부숙도 의무화’ 계도기간 1년, 농가 “너무 짧아”
[기획-퇴비부숙도] 퇴비부숙도 의무화’ 계도기간 1년, 농가 “너무 짧아”
  • 이은혜 기자 grace-227@newsfarm.co.kr
  • 승인 2020.03.06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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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도기간 중 행정처분 가능…농가 반발 예상
퇴비사 신설, 증·개축 지자체 조례 개정 필요

(한국농업신문= 이은혜 기자)‘퇴비부숙도 검사 의무화’ 제도 시행을 불과 20여 일 남겨 놓은 가운데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시행에 축산농가의 불만이 증폭되고 있다.

농가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정부는 계도기간을 1년을 두겠다고 했지만 계도기간 중에도 과태료 등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어 농가들은 반발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현수)와 환경부(장관 조명래)는 지난달 21일 농협중앙회(회장 이성희) 화상회의실에서 계도기간 운영 계획과 현장 애로사항 해소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설명했다. 

특히 ‘계도기간 1년 운영’ 계획을 밝힌 이주명 농식품부 축산정책국장은 “퇴비사 협소, 장비 부족 등 축산현장의 어려움을 감안해 준비할 수 있도록 계도기간을 부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허울뿐인 계도기간…축산농가 배려 없어
하지만 축산현장에선 여전히 이번 정책 시행을 두고 현장의 목소리를 배제한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며 냉랭한 반응이다.

정부가 밝힌 계도기간 운영을 살펴보면, 부숙 기준에 미달하는 퇴비를 살포하거나 부숙도 검사(연 1~2회)를 미실시 하는 등 위반 시의 행정처분도 유예한다. 단 계도기간이라도 미부숙 퇴비를 농경지에 살포(2회 이상) 및 악취 민원 유발, 무단 살포로 수계오염 우려 시에는 지자체장 판단 하에 행정처분이 가능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문제는 ‘행정처분이 가능하다’는 내용이 포함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낙농육우협회 관계자는 “계도기간 중 무슨 행정처분이냐”며 지적하고 “이는 축산농가를 전혀 배려하지 못한 것으로 이 조항 삭제 없이는 1년을 줘도 정책 안착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애초에 축산농가는 계도기간으로 최소 ‘3년’의 시간을 요구했다. 제도 자체에 대한 농가의 인식이 전무한 상태였고, 장비도 준비돼 있지 않기 때문에 바로 시행은 어려움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시행 코앞 교육·홍보 없어
실제로 한국낙농육우협회 낙농정책연구소(소장 조석진)가 연구한 퇴비부숙도 실태조사(연구책임자 강원대학교 라창식 교수) 결과에 따르면, 390호 표본 농가의 인지도 부족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18.8%가 부숙도검사 실시에 대해 ‘모른다’고 답했고, 검사 시료 채취방법을 모른다는 농가는 60.7%에 달했으며, 퇴비부숙도 검사 관련 교육을 받거나 홍보를 접한 경험이 있는 농가는 26.2%에 불과했다. 

협회 관계자도 “농가에 가보면 퇴비사 공간 및 장비 등이 부족한 실정이다. 한 공간에서 교반을 하면 질척거리는 퇴비와 뽀송한 퇴비는 따로 구분해야 하는데 그럴 공간조차 없고 한쪽에 다 쌓여있다”면서 “더 큰

문제는 퇴비부숙도 검사와 관련해 대부분의 축산농가가 제대로 알고 있거나 교육을 받은 적이 없어 당장 시행된다면 몰라서 못하는 농가가 대다수”라고 말했다.
■무조건 두수…축산현장 파악 못 해 
그뿐만 아니라 제도가 시행되면서 1일 300kg 미만 가축분뇨 배출 농가(소규모농가)의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는 면제된다. 이를 축종별로 환산 적용했을 때 사육 규모 또는 두수는 한우 264㎡(22두), 젖소 120㎡(10두), 돼지 161㎡(115두)까지 적용된다. 

이와 관련해 협회 관계자는 “규모와 두수 사이에서 혼란이 온다. 젖소의 경우 규모 120㎡를 넘지 않아도 10마리가 넘는 경우가 있고, 반대로 규모는 기준보다 커도 두수가 10마리가 안 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축산현장의 혼란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현재 “가축 한 마리당 퇴비량으로 보기 때문에 무조건 마릿수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설명할 뿐이다.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민경천)과 전국한우협회(회장 김홍길)는 이번 제도의 문제점과 대응책 마련을 위해 충남대학교 산학협력단(연구책임자 안희권 교수)에 의뢰해 ‘한우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 단기적 대응 방안 연구’를 추진한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보고서의 책임연구자인 안희권 충남대학교 교수는 “악취 및 환기 관리의 편의성을 고려해 퇴비사는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또 “퇴비사 증·개축시 현장상황에 맞는 가설건축물을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일부 지자체의 경우 농가의 퇴비사 신설 및 증·개축에 대해 관련 지자체 조례로 제한하고 있는데, 안 교수는 이러한 제한 사항을 한시적으로 허용하거나 지자체 조례의 일괄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당장 시행될 제도치고는 여러 문제점이 산재해 있는 ‘퇴비부숙도 검사 의무화’. 충남도 예산에서 소를 키우는 한 농민은 “우리가 지속적으로 요구했던 계도기간 3년은 1년으로 축소됐고, 그마저도 인식이나 정보가 부족해 어디서부터 준비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우려했다.

한편, 축산농가는 내달 29일까지 지자체 및 지역 농축협 담당자의 지원 아래 이행계획서를 작성해야 한다. 정부는 퇴비 부숙도 시행 전까지 부숙도 사전 검사를 신청한 농가(3만9000호)에 대해 검사를 완료하고, 부적합 농가에 대해서는 현장 컨설팅 등을 통해 문제점을 보완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