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부 지침 현실 동떨어진 얘기…계도기간 1년 불가능”
[인터뷰] “정부 지침 현실 동떨어진 얘기…계도기간 1년 불가능”
  • 이은혜 기자 grace-227@newsfarm.co.kr
  • 승인 2020.03.06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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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업 25년 종사 김흥한·후계농 김충만 부자
축사에 비해 퇴비사 턱없이 비좁아…다양한 개선 방안 마련돼야

(한국농업신문= 이은혜 기자)퇴비부숙도 검사 시행을 앞두고 축산농가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시장 상황도 좋지 못한 상황에 부숙도 검사와 관련해 준비를 하려면 장비 마련 등 추가적인 생산비가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시행을 앞둔 퇴비부숙도 검사와 관련해 충남도 예산군에 있는 축산현장을 찾아 김흥한, 김충만 부자를 만나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기존 퇴비 처리 방식은 어떠했나.
봄·여름부터 퇴비를 쌓아놨다가 겨울에 퇴비 살포기로 논에 뿌렸다. 1년 주기로 돌아간다고 보면 된다. 보통 겨울까지 쌓아놓으면 거의 발효가 되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 없이 살포했다. 환경적인 부분을 고려하고, 퇴비로 인한 냄새 등 민원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책 방향은 좋지만 그 과정에서 축산농가의 어려움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것 같아 아쉬움이 크다.

-시행을 앞두고 있다. 행정절차 등 구체적 내용을 알고 있는지.
지난 2월 초 퇴비부숙도 검사 관련해서 처음으로 교육이 열렸다. 생각해보면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급하게 진행됐다. 절차 없이 ‘통보’ 받은 느낌이었다. 교육 때 내용을 듣긴 했지만 절반 이상 사람들은 끝나기도 전에 나가버렸다. 교육 현장에선 알아듣지도 못하겠는데 벌금 물리는 식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등의 불만의 목소리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만큼 축산농가에 많은 정보나 설명은 없었다. 

-농가에선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아무런 준비도 되어있지 않다. 언젠가 해야 한다는 생각은 있지만, 현실적으로 준비조차 쉽지 않다. 장비도 있어야 하고, 그만큼 퇴비사도 필요하다. 정부는 결국 그럼 마릿수를 줄이라는 얘긴가. 집에 포크레인 1대씩은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계도기간 ‘1년’ 결정 현장 반응은 어떤지.
1년은 너무 짧다. 개인적으로는 한 5년 정도는 가야 되지 않나 생각한다. 현실을 사는 우리하고는 동떨어진 얘기만 하고 있는 것 같다. 지난 무허가축사 때 울며 겨자 먹기로 나왔다. 부랴부랴 땅 구입하고 축사 지어서 왔다. 이거 갚는데만 해도 5년은 걸린다. 농가들은 지금부터 숨만 쉬고 살아야 5년 준비해서 검사 시행할 수 있다. 빚만 갚으면서 살아야 되는데 퇴비사 얘기까지 나오니까 정말 황당하다.

-계도기간 내 행정처분 제외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보이는데.
악취 민원이 2회 이상 나오면 행정 처분한다는 게 내용이던데, 지금까지 우린 퇴비 때문에 민원 같은 건 한 번도 없었다. 지금도 논에다 퇴비 내달라는 사람 많다. 요즘은 부숙도 때문에 함부로 못 내서 그렇지 옛날엔 부족할 정도였으니까. 민원이 가장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굳이 그 내용을 넣었어야 했나 싶다. 행정처분이 가능하다는 말을 넣어버리면 그건 1년 유예한다는 말이 아니지. 올바른 방법은 아닌 것 같다.

-퇴비 문제 농가가 오롯이 책임진다는 비판에 대해서. 
개인적인 생각은 지자체에서 전부 수거하고 전용 시설에 맡겨 처리한 다음 다시 돌려주는 방법도 있지 않을까 싶다. ‘마을형 퇴비사’ 얘기도 나오는 것 같은데, 사실 주민 동의를 다 받기도 어렵고 축사가 모여있지 않으면 시설을 짓는 것도 쉽지 않다. 개인한테 떠맡기는 건 옳지 않다.

-축산현장 반응은 어떠한지.
다들 같은 반응이다. 무슨 내용인지도 잘 모르겠고, 기계나 장비도 없고. 도와주겠다고 하지만 직접 나와서 눈으로 보고 농민들 말 한 번이라도 들어준 적 있나. 가뜩이나 소규모농가들이 많은데 그분들은 더 어려운 현실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축사를 파는 경우가 많아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