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米적米적] 농어촌공사 진정한 동반자가 되려면
[기자수첩 米적米적] 농어촌공사 진정한 동반자가 되려면
  • 이은혜 기자 grace-227@newsfarm.co.kr
  • 승인 2020.03.17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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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전업농에게 쌀의 의미를 물어보면 많은 분들이 쌀은 곧 자신의 ‘인생’이라고 말한다. 지금까지 시간과 정성은 물론,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가족과 국민과 나라를 지켜왔다고 자부한다. 워라밸이 중요한 요즘 청년들이나 이 사회에 누가 이런 일을 요구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최근 농업계에서는 현 정부가 농업을 홀대 또는 패싱하고 있다는 ‘전업농 패싱’이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농민들이 느끼는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가운데, 더욱 좌절하게 만드는 처사가 하나 더 있다. 지난 3일 한국농어촌공사(사장 김인식)가 안전·희망·미래·상생·현장 5대 경영 방향을 담은 올해 주요업무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계획하고 있는 수십 개의 사업 중에 기자가 가장 관심이 많았던 농지은행 부분을 찾았다. 공사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사업이기도 하지만 쌀 전업농과도 관련이 많기 때문이다.

농지은행은 올해 농지지원, 경영 회생 지원, 농지연금 사업에 지난해보다 1800억원 증가된 1조1500억원이 편성됐다.
예산은 늘어났으나, 그런데, 기존 전업농에 관한 부분은 달랑 한 줄. ‘귀촌·귀농인과 기존 전업농에 대한 농지지원도 확대해 안정적 영농활동에도 적극 나선다’는 말뿐이다. 그마저도 구체적인 내용 언급 없이 농지지원을 확대하겠다는 말로만 끝을 맺었다.

또 현재 공사의 농지지원 1순위는 2030, 청년농이다. 4050, 쌀 전업농은 후순위로 밀려 지원이 안 된다고 봐야 한다. 지원 규정도 3ha 이상 소유자에겐 농지 매입 지원금을 안 주는 쪽으로 바뀌었다. 임대도 기존 10ha 이상 임대농에겐 지원이 중단된다.

그동안 ‘쌀 전업농을 동반자로 생각한다’는 농어촌공사의 말과 이번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식량 주권 수호를 위해 헌신해 온 그들의 수고를 알아주는 방법은 그저 ‘말’이 아닌 ‘행동’으로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주는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를 통해 쌀 전업농과 농어촌공사가 쌀 산업의 진정한 ‘동반자’로 성장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