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2020년 쌀 수급균형의 묘수를 찾아라!
[전문가칼럼]2020년 쌀 수급균형의 묘수를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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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3.17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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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명중 (사)전국RPC연합회 전무이사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2020년도 쌀 수급 연간 수요에 비하여 공급량이 약 6만톤 정도 부족하여 단경기에는 일정한 수준의 계절진폭(수확기에 비하여 쌀 가격이 올라가는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서 양정당국과 유통업계에서는 쌀 수급 균형을 어떻게 맞춰 나갈 것인가가 과제이다.

일반적으로 농산물은 가격탄력성이 높은 특성이 있어서 수급상황에 조그마한 틈이 생겨도 가격 진폭이 큰 진폭을 보이는 경향이 있고, 특히 쌀의 경우에는 그러한 현상이 심한 주요 품목이어서 농업인과 정책당국, 그리고 관련 업계가 늘 긴장을 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올 한해의 쌀 수급균형을 잘 맞추어서 연중 쌀 가격을 적정하게 유지해서 올해 신곡 수확기를 맞이하느냐가 정책당국의 과제임과 동시에 농업인과 쌀 유통업계의 경영안정, 그리고 일반 소비자의 생활물가 안정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는 관건이라 할 것이다.

쌀 수급균형의 키는 정부가 쥐고 있는데 그 중에서 공공비축미 산물벼에 묘수가 숨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쌀 유통의 양대 축인 농협(농협 RPC와 RPC가 없는 지역농협)과 민간(농협부문을 제외한 민간 RPC와 도정업체, 일부 대농) 중에서 농협의 경우 수확기에 막대한 자금력으로 조합원의 벼를 최대한 확보해 놓고 연중 판매한다.

반면에 대부분의 민간 RPC는 연간 사용물량을 자금부족 등의 사정으로 수확기에 전량 확보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당연히 부족한 물량은 벼를 보관하고 있는 일부 대농들과 비RPC농협과 일부 RPC 농협을 통해 조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매년 이맘때부터 쌀 수급의 묘수가 숨겨져 있는 정부 수매 공공비축미를 두고 농협과 민간이 정부를 사이에 두고 줄 당기기를 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농협은 매입전량을 정부가 인수하여 민간에게 농협이 보유하고 있는 벼를 쉽게 팔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기를 바라고, 민간은 이미 내가 정부를 대신하여 매입하여 내 RPC 싸일로에 보관하고 있는 벼를 직접 인수하여 사용할 수 있게 해 주기를 강력하게 주장하게 된다.

정부에서는 매년 시장상황에 따라서 시중 공급량이 부족할 때에는 RPC에 직접 인도하고, 공급과잉인 상태에서는 정부가 인수하는 방식으로 수급을 조절해 오고 있으나, 올해는 공급이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이어서 매입량 8만톤의 처리 향배가 주목되고 있다.

농협은 최근의 쌀값 약세를 이유로 정부가 조기에 전량 인수해서 쌀값을 오름세로 반전될 수 있게 하자고 주장할 수 있겠지만 이 문제는 민간 유통업계의 의견도 적극적으로 수렴하면서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절대 필요하다.

왜냐 하면 올해는 연간 약 6만톤 정도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상황에서 8만여톤을 정부가 조기에 인수(시장 격리)하게 되면 쌀 수급이 불안해질 것은 뻔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쌀 소비가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전문가들이 분명히 부족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으므로 잘못하면 상반기에는 시장 격리하고, 하반기에는 정부 보유곡을 다시 방출해야 하는 정책 혼선이 초래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농가의 수매편의도 높이고, RPC의 원료곡 확보에도 도움이 되고, 벼 수확의 일관처리를 통한 쌀 생산비 절감’이라는 여러 가지 이유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산물벼 제도는 이제는 민간 RPC가 자체 원료곡 확보의 한 방법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하여 정책결정을 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불가피하게 정부가 인수해야 하는 경우에도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RPC의 여러 가지 수고로움과 이에 따른 눈에 보이지 않는 경제적 손실(미 보상 조작비 및 감량 등)과 심리적 허탈감 등을 고려하여, 많은 양을 차지하는 농협분만 정부가 인수하고, 민간RPC 수매분(약 2만톤 내외)은 민간에게 인도하는 선택적 인수 방식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유연한 시책을 통하여 쌀 수급조절의 어려움도 해결하고, 민간RPC들의 어려운 점도 배려하여 안정적인 원료벼 확보를 통해 RPC들의 경영안정이 될 수 있도록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것도 정부의 역할이라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