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노계호 강서지사장] 유통환경 급변…도매시장도 변해야 산다
[기고-노계호 강서지사장] 유통환경 급변…도매시장도 변해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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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3.19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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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노계호 강서지사장

경기도 수원의 농식품유통교육원 입구에는 ‘유통여수(流通如水)’라고 쓰인 커다란 현판이 걸려 있다. '유통은 흐르는 물과 같다'는 뜻으로 물이 제자리에 있지 않듯 유통도 시대 흐름에 맞춰 변화한다는 의미다. 한국농업 발전의 선구자인 故유달영 서울대 교수가 남긴 말이기도 하다.

국내 최대 농산물 공영도매시장인 서울 가락시장이 설립된 지 올해로 35년이 됐다. 30여년이 흐르는 동안 유통환경도 급변했다. 가락시장도 과거의 거래 체계를 고수해서는 경쟁에서 도태되는 세상이 된 것이다.

가락시장 설립과 함께 도입된 농산물 가격결정 방식인 ‘경매제’는 정보에 상대적으로 어두웠던 농민을 위탁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도입됐다. 그간 농산물 가격결정 과정의 공정성, 투명화에 기여해 왔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국내외 정세와 유통환경이 바뀌었다. 현행 경매제가 유통인의 다양한 부가가치 창출과 창의적인 영업활동을 제한해 다른 유통채널과의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

경매제 중심으로 운영하던 일본도 규제혁신, 거래제도 다양화 차원에서 ‘도매시장법’을 83개 조문에서 19개 조문으로 전면 개정하여 올해 6월부터 시행 예정이다. 사실상 도매시장법인의 직거래, 중도매인의 직거래를 허용하였다. 날로 치열해지는 경쟁구도 속에서 도매시장 내 거래제도를 다양화함으로써 활로 모색에 나선 것이다.

 

일본, 직거래 허용한 개정 도매시장법 6월 시행

‘싸고 편한 것’ 찾는 소비자 요구에 부응해야

 

도매시장이 종전에는 대형마트와 경쟁했다면 이제는 ‘문 앞 배송’ ‘새벽배송’을 무기로 앞세운 쿠팡, 마켓컬리 등 온라인과 경쟁해야 하는 버거운 상황이 도래했다. 그리고 재배기술과 저장성 발달, 수입 농산물 확대로 농산물은 공급부족에서 공급과잉으로 전환했다. 설상가상 ‘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 거래가 더욱 활성화되고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온라인 거래를 ‘튼’ 회원이 비약적으로 늘었을 것이다. 도매시장은 그만큼 고객을 뺏긴 셈이다.

실제 최근 수년 동안 온라인 쇼핑몰, 소셜커머스, SNS 마켓 등 온라인을 통한 거래는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통계청 조사결과 올해 1월 한 달간 온라인 거래액은 12조원을 넘어섰으며 전년 동기대비 1조6676억원이나 증가했다.

일부에서는 현행 경매제가 영세 생산자 보호에 우수한 제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영세 생산자를 위해서는 생산자조직을 강화하고, 생산자 단체·지자체 등이 참여하는 공공출자 도매시장법인이나 시장도매인을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이제는 과거 공영 도매시장이 주요 출하처였던 농업인들의 거래선도 다양해져 대형마트와 직거래하거나 온라인 쇼핑몰에 입점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각 지역마다 운영하는 로컬푸드는 소농들의 좋은 거래처다.

시장도매인제는 생산자와 유통인이 사전에 가격협상을 거친 후 물건을 보내고 받는다는 게 경매제와 가장 큰 차이점이다. 경매시간을 기다리지 않고 유통단계가 줄어 농산물 신선도 유지에 유리하고, 유통비용이 절감된다. 소비자의 요구와 생생한 시장 정보를 개별 생산자에게 맞춤식으로 즉시 전달하는 장점도 있다.

가락시장에 현행 경매제를 그대로 운영하면서 일부 시장도매인제를 도입하여 농민에게 출하 선택권을 주자. 시장은 경쟁 속에 발전한다. 유통환경 변화에 맞춰 도매시장도 거래방식의 변화에 나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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